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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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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락동 주택 닿은집

#1. 시작

 

한 발을 내디뎌 빛에 닿고두발을 내디뎌 바람과 조우하는 장소가 내 집 곳곳에 있길 바랐다가족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배경의 내 집과 공원의 풍경이 이야기를 살찌우는 그런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였다더해 나의 가족만이 아닌 같이 사는 다른 가족에게도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고 같이 누리며 살길 바랐다.

 

하지만...


건축주의 욕심이었다잘 짜여진 택지반듯하게 구획되고 옆과 뒤로 비슷한 땅들이 자리한삼면이 집으로 둘러싸일 이 자리에 다른 이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목가적 풍경을 누리며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 자연에 닿고 싶은 바람은 바람직한 욕망이나 이루기 힘든 꿈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방에 갇혀 침대와 책상과 식탁과 소파를 오가는 일상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다 문득 바라본 창밖의 풍경이 그저 닿지 못하는 투명한 벽 밖의 이미지일 뿐이라면그 지루한 일상에 틈을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건축주가 편리한 아파트의 생활을 마다하고 굳이 이 험난한 여정을 택하신 데는 땅에 닿고 창 안에 멈춰 있기보단, 나서서 자연을 맞는 모험이 의식적인 일상과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도전임을 알기에 우린 건축주의 그 욕심이 반가웠고 그리고 응원했다.

 

 

민락동 주택의 시작

 

시작은 공원에 면해 세 집을 나란히 놓는 것이었다세 집이 동등한 기회를 갖기 위해선 층으로 쌓아 구별되는 방식으론 어려웠다세 집 모두 내 집 앞에 차를 대고 땅을 밟고 집에 들어서게 했다.

 

그 다음 할 일은 나란히 붙어 선 세 집을 벌리는 일이었다좁고 길게 붙은 세 집을 벌리고 틈을 만들었다틈의 중심에는 하늘까지 비워진 중정을 두어 집의 깊숙한 곳까지 빛과 바람이 닿게 했다그 빛과 바람이 닿는 중정은 길에서 집의 현관을 이어주는 연결의 공간이 되고, 내 일상의 활동이 밖으로 연장되는 확장의 공간이 된다. 2층과 3층의 중정을 향한 테라스는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보호 받는 사적인 외부공간이 되고자연과 닿고 풍경을 이어 일상의 이야기를 살찌우는 장소가 되길 기대했다.

 


자연에 닿음

 

자연에 닿음은 감각과 가깝고 편리와 거리를 둔다. 감각이 거세된 상태에서 편리는 더 돋보인다무감의 편리함은 누구를무엇을 위한 편리인 것일까일부러 불편하지는 않더라도 자연에 닿음은 시각을 넘어 촉각후각을 아우르는 감각을 자극하고, 그 자극은 나와 내 집을 이어주고 내 집을 내 생활에 연결하여 내 삶의 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한다.

 

내 삶의 이야기를 내가 사는 집의 이야기로 많은 부분이 채워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축주


건축주는 건축주의 식구, 장모님, 처제 식구가 살아가게 될 3채의 집에 대한 바람을 수필 같은 글에 담아 주셨다. 글을 읽어 내려가며, 글이 향하는 방향을 파악함과 동시에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해 본다. 건축주는 '딜쿠샤'라는 당호를 지어 보여 주셨다. 산스크리트어로 희망의 궁전이라는 뜻이란다. 음... '희망'이란 단어의 무게가 바윗덩이 같다.


'텃밭, 화분, 소품을 위한 선반, 또 하나의 가족 대형견 록키,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만한 발코니, 애연가를 위한 테라스,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는 중정, 공원을 바라볼 만한 외부 공간'. 생활 속의 사소한 부분, 그때그때의 생활의 방편이라 치부하고 넘어갈 바람이 아니다. 오히려 주택에서 영위하고자 하는 삶의 본질에 가깝다.


반려견은 견주에게 그냥 키우는 개 정도의 의미가 아니며, 내 삶의 일부이고 그와 함께 하지 못하는 삶은 완전하지 못한 것이 된다. 담배의 무익함을 떠나, 방해받지 않는 안온한 나만의 공간에서 피는 담배 한 가치는 리추얼한 삶의 한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소함이 만드는 일상의 틈' 이 틈을 만들고, 생활에서 발견해 나가는 것이 집이라는 곳에 품는 희망의 다름 아닐까?



대지 조건 & 건물 형태


80평 내외, 건폐율 40%, 용적률 80%, 3가구. 민락 2지구 단독주택지에 적용되는 제한 사항이다. 3가구가 각각 단독주택의 환경을 누리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건폐율과 용적률 제한이다. 이에 우리가 진행한 일련의 연작처럼 세 채를 나란히 배치해 각각의 마당과 중정을 갖게 하고 삽입한 중정을 이용해 건물의 볼륨을 키웠다. 더 나가 각각의 건물을 분리시키고 사이의 틈을 만들어 각 채의 독립성을 극대화했다.


여기까지가 건축주의 바람을 담기 위한 기본 골격이다. 여기에 '사소함이 만드는 일상의 틈'이 더해질 것이다.



모델링 이미지







시공 계약


오래 걸렸다. 오래 고민하고 신중히 선택한 만큼 가을에는 좋은 결실을 맺을 거라 믿는다. 건축주와 쓰리스퀘어 윤대표가 계약의 마무리로 악수를 나눈다. 먼저 악수를 청하신 건축주의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감이 보인다.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 때문이리라. 아~ 시공사 선정이 설계보다 어렵고 지난하다.


닿은집 #1.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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