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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집 - 거제도 처가 할머니집
작성일 : 2017.10.16 16:08

 

 

 

이 집은 거제도 처가 할머니집이다.

 

할머니 집으로만 이렇게 부르려고 하니 가슴이 메인다. 두 해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아흔을 넘기시고도 건강하셨는데 한해 달라지는 모습에 쇠약해지시더니 아흔여섯을 일기로 떠나셨다. 증손주까지 보셨으니 장수하셨다.

 

처음 뵈었을 때, 약주를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백세주를 사서 뵈었는데, 첫 말씀이 '그건 싱거워서 못 마신다' 하셨다. ^^

 

그리고 몇 해 지나 뵈었을 때는 그동안 안 하시던 담배를 태우고 계셔서 여쭈었더니, '갈 때가 되었는데 아직 가질 않아 태워본다고' 하셨다. 안방에서 머무시는 시간이 길었고, 아들, 조카들이 그 방에서 화투를 하시면 물끄러미 훈수 둘 곳을 지켜보셨다.

 

 

이렇게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오래 같이 하셨기 때문에 지금 할머니집이라고 하기에는 떠나신 할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메어온다. 이번에 할머니를 뵈었을 때는 그동안 지팡이를 쓰시지 않았는데,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지팡이와 같이 하셨다. 물론 아직은 그 걸음이 건강해 뵈긴 했다.

 

 

거제도 할머니 집은 참 건강한 집이다.

 

오늘 건축물대장을 살펴보니 1972년에 사용승인받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아마도 그것보다 훨씬 오래된 집이 아닐까 싶다. 옛 목조와 기와로 이은 집 위에 나이가 들어 낡은 벽과 지붕에 벽돌을 쌓고 금속 지붕을 올려 아직도 무탈하게 쓰고 있다. 명절이면 많은 사람들이 왕래를 하고 가족들이 모여 좁은 대청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은 여느 대가족 못지않게 정겹다.

 

그리고 찾는 이 모두가 건강한 기운을 선물 받아 돌아간다.

      


지금의 본채는 서향을 바라보고 있다. 서향이면 오후 늦게 더는 볕이 싫어질 만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아래로 넓은 들을 바라보며 앉아있으니, 그마저도 싫은 기색이 없다. 그 너른 들판은 바람을 가르지도 막지도 않아 언제나 상쾌한 공기가 이 집 주위를 맴돌아 가니, 그 기운이 건강할 수밖에 없다.

 

마당은 좁지만 담 아래 잘 지어놓은 화단에는 없는 게 없을 만큼 가득하다. 한켠에 동백나무는 매해 신선한 기름을 제공하고, 다른 한켠에는 감나무는 높지 않아 잘 익은 감을 아이들도 거들어 딸 수 있고, 담장 밖 뽕나무는 그 잎이 수없이 많아 아래 수돗가에 그늘을 만든다. 비록 서향이지만 조그만 집들이 여러 채 놓여 있다 보니 그늘져 음습한 곳이 없다.

 

남향이면 더 좋았겠지만, 주어진 조건이 그렇지 못한데 고집할 수는 없으니 서향으로 배치하면서도 지혜로움이 집안에 가득하게 하여 이 집은 어느 집보다도 건강한 집이 되었다.

 

이 거제도 집의 입구 쪽 오래된 은행나무는 올해도 엄청난 은행을 도로 위에 쏟아놓고 그 풍만한 향을 내뿜어 가을을 전하고 있었다. 일 년에 두어 번 찾아뵙는 게 다이지만, 서울을 떠나 찾아뵈는 긴 여정이 힘들지만 그만큼이나 정겨운 시간이 보장되는 집.

 

그리고 사는 이도 찾아오는 이도 건강한 집, 그런 집이 거제도 할머니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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