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나 모형은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념에 물질성을 부여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공간은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 안에서 무언의 신체 움직임을 통해서 경험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건축은 개념적인 사고의 산물이 아니라 신체의 여러 가지 감각에 호소하는 장소적 성격이 강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단순히 창고형 건물이지만 최종적으로 완성되었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 상상과 얼마나 갭이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됩니다.
2월 중순, 한창 공사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설계과정을 따로 챙겨두지 못하여 바로 공사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어느 현장이나?그렇듯 여기 현장도 이웃과의 마찰이 심합니다. 조심조심... 하지만 역시 골조공사는 소리 없이 할 수 있는 공정이 아니군요. 이웃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한 마음입니다.
LHK 건축사사무소에서는 같은 건물일지라도 그 지역의 개성과 투자자의 성향, 그리고 저희들의 욕심을 얹어 항상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입면 디자인을 위해 머리를 모아 회의를 했습니다. 평면의 구성에 따라 입면도 어느 정도 정해지지만 입면 디자인을 하지 않을 순 없죠.
건축주분들의 예산이 빠듯하다고 이제야 얘기를 들어서 건물을 단순하게 디자인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디자인 스타일도 단순함을 추구합니다. 미스의 'less is more'라는 유명한 문구를 저만의 얘기로 풀어쓰면 '단순함 속에 정갈한 디테일은 풍부한 공간으로 탄생한다' 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