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셀비 하우스 / 우: 어둠 속의 대화>
오늘은 밝음과 어두움, 이렇게 강한 대비를 이루는 두 전시에 대해 리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첫번째 전시는 경복궁 근처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더 셀비 하우스'이고, 두번째 체험전시는 북촌에 위치하고 있는 '어둠속의 대화'입니다.
매표를 하기 위해 디-라운지라는 곳에 갔습니다. 성인 한 명당 6,000원이고 청소년은 3,000원 입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를 맡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많은 기억은 시각적으로 저장됩니다. 아마 봤던 걸 형상화 하여서 이미지로 기억하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유명한 곳이나 인상깊은 곳에 와서 사진을 찍는 이유도, 나중에 그 사진을 봄으로써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순간들을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등의 매우 시각적인 매체로 담은 토드 셀비라는 예술가가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을 보기 위해 대림미술관으로 가 보았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때에는 경복궁역으로 나오셔서 도보 약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셀비 전시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가로서의 셀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유명인사들의 일상을 담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이웃으로서의 셀비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그의 집과 방, 그리고 그가 산 도시들을 그의 해석대로 볼 수 있습니다.
셀비의 작품들은 매우 알록달록합니다. 밝고 컬러풀한 색채를 봄으로써 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런 색채들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던 것 같습니다.
그의 그림은 사실 그렇게 정교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또한, 엄청나게 잘 그린 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림들이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콜렉션을 만들어 낸 걸 보고 많은 그림들이 주는 힘이 대단했습니다. 하나하나의 사진들을 비교하고 대조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참 시각적으로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가 끝나고 두 번째로 방문한 전시는 북촌에 위치하고 있는 '어둠속의 대화'입니다.
대림미술관과 약 2km 떨어져있습니다. 걸어서 30분, 대중교통으로 20분 정도 걸립니다.
만약에, 시각이 사라진다면? 내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어떻게 느끼게 될까요? ‘어둠’이라는 말은 주로 부정적인 곳에 쓰이는데, 어둠은 우리에게 부정적일까요? 저는 100 분 동안 적극적으로 어둠을 선택해서, 제가 그 안에서 어떤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지 체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둠속의 대화’라는 전시는 1988년에 독일에서 시작한 체험전시입니다. 사실,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게 없으므로, 전시라는 말보다는 체험/경험 프로그램이 어울릴 듯 합니다. 약 1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의 전당, 신촌에서 몇 번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했었고, 이번엔 북촌에서 다시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10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어둠속의 대화를' 한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었고, 이번은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보통 전시는 눈으로 본 것들이 기억나는데, 이 전시에서는 달랐습니다. 그 때 어둠속에서 탔던 배, 갔던 계곡, 숲속들이 소리로, 냄새로 기억나기 시작했습니다. 북촌에서의 이번 전시는 10년 전과는 전시 내용이 약간 달랐지만, 그 때의 기억을 회상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체험장에 들어가면, 아무 빛도 보이지 않습니다. 눈을 떠도, 감아도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라서, 안내 해주시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눈을 뜨고 있으면, 무의식적으로도 눈이 빛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진다고요. 그래서 저는 체험 내내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처음 들어갔을 떄는 어두워서 너무 답답하지만, 곧 눈은 어둠에 적응하게 되고, 괜찮아집니다.
이 체험에서는 폭포, 산 속, 한옥, 냇가, 카페 등을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느끼게 될 겁니다. 너무 자세한 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제 하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제가 여기 다시 찾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둠은 제가 평소 빛 속에서 타인의 시선을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서 나를 ‘시선’이라는 매개체 없이 오로지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100분이라는 시간은 참으로 소중했고, 귀했습니다.
건물의 내부와 외부가 어둠속의 대화와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전시장 내부에서 기념품을 팔고 있습니다.
체험 전에는 안경, 핸드폰, 시계 등 떨어질 수 있는 물건, 빛이 나는 물건등을 들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요. 물건들은 사물함에 보관해야 합니다.
체험이 끝난 후, 이 안에 있는 기계로 기념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체험의 가격은 성인 3만원, 청소년 2만원이었습니다. 오전에 가면 3천원 할인이 가능하고, 또 4인 이상 갈 경우 역시, 3천원 할인이 있었습니다. 또, 저와 동행한 외국인 친구는 이 체험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 체험장 안에서 무리 없이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