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이 AlphaGo에게 한 번 이겼다. 그리고 AlphaGo는 네 번 이겼다. 다섯번의 대국이 끝나고 Google회장 Eric Schmidt는 경기의 승자를 AlphaGo가 아닌 인류로 꼽았다. 물론 인류가 만들어낸 AlphaGo와 게임을 한 이세돌도 인류에 포함된다. 한쪽에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등장을 인류를 대신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봤다. 이를 의식해서 일까? Google DeepMind CEO, Demis Hassabis는 '인공지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2016년) 기준으로 93년전 Le Corbusier는 '건축을 향하여(Towards a New architecture)'에서 'The house is a machine for living in'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기계(Machine)가 만들어내는 기적은 '조화로운 기관들을, 즉 경험과 발명에 의해 순수해지기까지 완벽에 접근하는 조화의 기관들을 창조하는데 있다.'고 봤다. 그리고 '돌아가는 모든 기계는 현재의 진리라고 포괄적으로 말할 수 있다. 기계는 실용적인 존재물이며, 분명한 유기체다. 나는 기계가, 우리의 호의가 지향하는 명료성과 건강한 활력을 향하고 있음을 믿는다(-오늘날의 장식예술, Le Corbusier-).'고 생각했다. Le Corbusier가 생각한 House를 Demis Hassabis는 AlphaGo로 여겼을 뿐 두 사람의 생각은 비슷하다.

Le Corbusier는 '기계로서의 집'을 선언하면서 기계를 유기체로 봤다. 1960년대~1970년대 일본의 Metabolism이라는 건축사조는 '건축물이 유기체처럼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진대사'라는 생물학적 용어를 건축에 적용시킨 'Metabolism'은 Modernism이 일본을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후 그에 대한 반성과 Post-modernism이라는 세계사조의 큰 흐름에 편승하여 등장했다. Metabolism은 건축설계를 넘어 도시분야까지 적용됐는데, 1970년대 일본 건축가들은 도시의 불합리한 Model이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건물 속에 재창조되는 도시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Ando Tadao는 Metabolism을 '건축이나 도시를 골격이 되는 하부구조 Infra 조직과 상부구조가 되는 교환 가능한 부분으로 명확하게 구분하여 후자를 필요에 따라 점차 갱신해나간다. 성장과 미완성을 주제로 하는 사상이다.'로 정의했다.

지금도 당시 Metabolism을 주장했던 건축가들이 쌩쌩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마치 한차례 열병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의 건축 Style은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Glass curtain wall에 원뿔형태의 Mass관입이 두드러진 건축언어로 특징지어지는 Kisho Kurokawa도 1972년 Ginza남쪽 끝에 설계한 Nakagin Capsule Tower에서는 Metabolism을 보여주었다. 물론 최근 Kisho Kurokawa의 건축언어를 보여주는 작업들 -National Art Center(2006), Japanese Nursing Association HQ(2001), Melbourne Central(1991)- 을 보면 Nakagin Capsule Tower와의 상관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1980년대 이후 Kisho Kurokawa는 Metabolism을 더 이상 주장하지 않았고 곡면 형태가 유기체를 보여준다는 논리로 건축언어를 전환하였다.

Nakagin Capsule Tower의 건축면적은 430㎡이고 총 연면적은 3,091㎡다. 두 개의 Tower로 높이는 11층과 13층(지하1층)이다. 2.3m x 3.8m x 2.1m 크기의 Module 150개가 Concrete core에 붙어 있는데, 마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같아 보인다.
"The Nakagin Capsule Tower takes on the challenge of the issue of whether mass production can express a diverse new quality. The Tower also strives to establish a space for the individual as a criticism to the Japan that modernized without undergoing any establishment of an 'self'. ...(중략)... The Nakagin Capsule Tower realizes the ideas of metabolism, exchangeability, recycleablity as the prototype of sustainable architecture."

-Kisho Kurokawa's Homepage-

건물을 보고 있으면 영국의 실험적 건축 집단 Archigram이 제시했던 'the Capsule'(위 그림)이나 'Plug-in city'(아래그림)와 같은 Concept이 떠오른다. 실제 Kisho Kurokawa는 Capsule unit이 한 명의 개인이 쓰는 APT나 Studio공간으로 필요에 따라 부착되고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Archigram은 좀더 개념적으로 이러한 Capsule들이 Crane이라는 이동경로를 따라 도시 곳곳을 움직여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Crane 이동경로는 가교구조와 Service Tunnel System을 따라 움직이며, 이를 통해 주거요소들의 결합이 원활해질 수 있었다. Plug-in City는 모든 지역에 대한 접근경로 및 필수적인 Service들을 포함하는 거대 규모의 연계구조의 적용으로써 성립됐다. 이 연계에는 필요에 따라 모든 것을 제공하는 Unit들이 배치되어 있다. 각각의 Unit들은 전체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Crane들에 의해 선로를 따라 이동된다."

-Archigram; 실험적 건축 1961-74, Peter Cook-

Kisho Kurokawa의 Metabolism 개념이 적용된 Nakagin capsule tower가 Archigram의 Plug-in City안 보다는 현실적으로 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둘사이에는 큰 Gap이 존재한다. Arata Isozaki의 논평처럼 Archigram의 작업들은 '정형화 된 건축 논리와는 하등의 관계없이 그들 스스로 창조된 것들이었다.' Archigram은 '모든 가치들이 곤두박질치는 동안에도 그들은 새로운 구조의 가치들을 세우며 그 체계를 정립시켰으며 독자적인 하위문화의 성립가능성을 북돋웠다.' 반면, Metabolism에서는 '양식을 거스르는 가치관을 발견하는 것에 대한 필요가 부족했었다.' 그래서 결국 Metabolism에서 제시한 개념 중 '급속한 도시 경제의 확산을 꾀하는 생각들과의 천착을 몰고 왔으며, 정부의 천박한 정책들과 그 주변의 족속들에 의해 교묘하게 조작되고 말았다.(-Archigram; 실험적 건축 1961-74에서 'Arata Isozaki의 논평' 중에서, Peter Cook-)'

몇 년 전 Kakagin capsule tower를 방문했을때 사람들의 거주공간인 Capsule은 들어갈 볼 수 없다. 하지만 건물 1층에는 Capsule 하나가 마치 Model house처럼 놓여 있었다. 그렇지만 이 Model house역시 건물이 현재 처한 운명으로 인해 외부인들이 쉽게 들어가 볼 수는 없다. Kurokawa는 가구와 기구 그리고 전화기와 Audio system이 부착된 이 Capsule을 공장에서 생산한 후 건설현장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Crane으로 들어 나무기둥에 해당되는 Concrete core에 High-tension bolt 4개로 고정시켰다.

Capsule을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다시 부착시키고 대체할 수 있다는 Kurokawa의 Concept은 현재 Critical한 위기를 맞고 있다. 건물이 완공된지 30년이 지난 지금 Capsule의 거주자들은 Capsule에서 석면이 나오고 있다면서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Kurokawa는 그의 처음 Concept 대로 그가 'Timeless'라 부르는 Concrete core는 그대로 두고 현재의 Capsule들만 뽑은 후(Unplugging) 새롭게 Upgrade된 Capsule을 꼽으면(Plugging) 문제는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Japan Institute of Architects가 포함된 일본의 4대 건축조직은 이 안을 지지했다. 이는 Metabolism의 대표적인 Icon인 이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지속시키고 싶은 그들의 바램도 담겨 있다.

하지만 건물관리주체는 표면적으로는 지금의 건물이 지진에 견딜수 없을 것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더 큰 이유로는 현재의 땅을 너무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다는 그들의 생각으로 현재의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건설할 계획을 하고 있다. 올(2007년) 4월 15일 건물의 관리주체는 현재 건물보다 용적률이 60%나 늘어난 14층으로 된 새 건축물의 계획안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Developer를 찾지 못했고 현재는 140개 Capsule 중 30%만 사람이 살고 나머지는 사무공간이나 창고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작년(2015년)에는 Airbnb에서 $75에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숙소로 나오기도 했다. 이를 소개하는 Site에서 건물의 내부공간을 엿볼 수 있다. 내부공간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Site : http://inhabitat.com/now-you-can-rent-a-room-in-japans-nakagin-capsule-tower-via-airbnb/

결론적으로 Nakagin capsule tower는 Kisho Kurokawa가 제시한 개념처럼 필요에 따라 Capsule을 교체하는 유기체가 되지 못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이유는 유기체가 되기에는 교체할 수 있는 단위인 Capsule이 너무 컸다. 더 작은 단위 -예를 들어 지금 변기나 수도꼭지나 뭐 그런- 로 교체가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면 멸실 후 재건축이 아닌 재생과 교체로 건물의 수명이 늘어날 수도 있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Nakagin capsule tower 준공 후 우리의 삶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다. 1972년 설계자가 나름 그 당시에 가장 Trendy하다고 생각해서 설치한 벽장형 Kitchen stove나 냉장고, TV set 그리고 특히 Tape녹음기 등은 지금 우리의 삶에서는 구식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그 각각을 교체할 수 있지는 않았다. 즉, Nakagin capsule tower는 우리의 삶을 그때 그때 파악하는 Software가 없었다.

AlphaGo를 만든 Google DeepMind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로 Google의 자회사 중 하나다. Google의 창업자 Larry Page는 작년(2015년) 8월 10일 Alphabet이라는 이름의 Google 지주회사 출범 계획을 밝혔다. Alphabet이 출범되면 기존 Google의 자회사였던 Nest Labs(온도 조절 장치), X-Labs(무인자동차), 캘리코(노화방지 Project) 등이 자회사로 편입된다. 그 중 하나로 'Side Walk Labs' http://www.sidewalkinc.com/ 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연구 대상은 '도시'다. Alphabet의 관심사는 인간 삶 그 자체다. AlphaGo는 그 중 인간의 생각, 사고 체계를 연구대상으로 했다.

Le Corbusier가 설계한 주택은 설계자가 일방적으로 생각한 기계였다. 공급자 측면의 기계였던 셈이다. Nakagin capsule tower도 마찬가지였다. Capsule이 거주자의 수요와 필요를 따라오지 못했기에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신진대사가 됐다. 하지만 AlphaGo와 이세돌이 보여준 대국 장면은 단순히 AI와 인간의 뇌가 바둑 한판 두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Le Corbusier가 생각한 기계로서의 주거, Metabolism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는 Nakagin capsule tower는 Alphabet과 같은 인간의 필요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Software와 함께 하는 지금 진짜 유기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