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가 흐르는 공간이 되었으면.
(3. Jan. 16)
막연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혹은 좋은 책을 나눠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글을 쓰거나, 서로의 어색함을 무마해보거나... 오래전 저에게 '카페'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카페짓기가 시작되면서 주거 공식에 반듯하게 맞춘 듯한 '아파트'나 영업 공식 따라 만들어진 '상가' 속 카페가 아니라 찾아온 사람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노띵커피의 2.5층이라고 해야 할까요?
1층에서 2층, 그리고 2층에서 계단 하나를 더 올라가면 펼쳐지는 공간입니다.
낮은 테이블과 의자를 올려놓을까? 파노라마 같은 창 밖 풍경을 볼 수 있게 의자를 나란히 배치해야 할까? 아니면 책장을 올려 놓을까... 많은 고민을 했던 곳입니다. 그러다가 처음의 그 때 그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찾아온 사람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공간'!
이곳에서는 천천히 커피 마시고, 천천히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 뜨개질을 하며 서로의 작품을 비교해볼 수도 있겠네요.
신발 벗고 올라가 친구와 함깨 재미있는 책을 나눠 읽던 '다락방'이 될 수도 있고, 같은 꿈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미팅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올라선 '보물섬'이 될 수도 있고, 어색함을 날려줄 '놀이터'가 될 수도 있구요.
천천히 커피를 내리고, 천천히 향을 느끼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상대적'인 시간 속에 노띵커피에서는 후루룩 커피 마시는 게 아니라 그 지나치치 않은 '천천히'가 흐르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No Think! No thing! 노띵커피.
(10. Jan. 15)
드디어 테이블과 의자가 들어왔습니다.
'땅'이라고 해야 할까요. 뭔가 지을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때는, 그 위에 우리가 바라는 카페를 그렸다 지웠다 마음껏 할 수 있어 좋았고, 여러 개의 설계가 그렸다 지워졌다 할 때는 그 공간적 제약이 주는 압박감이 커 실망하기도 했고, 그러다 뼈대가 세워지고 살이 붙듯 '카페'가 그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할 때는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그리고 카페가 완공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드디어 해냈다'라는 생각보다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앞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러면서 인테리어가 시작되고, 머신이 들어오고... 드디어 테이블과 의자가 들어왔습니다. 테이블과 의자까지 들어왔으니, 이제 이곳에 커피와 디저트를 담을 식기와 그것을 함께 나눌 손님만 계시면 되겠네요.
늦은 오후, 테이블과 의자가 막 들어와서 아직 정리 전이어요.
이 모든 일의 출발점은요.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다가 공부를 시작했고,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가족이 '커피'를 주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러던 중 조여사님이 건축가와 함께 카페 설계를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되뇌고 되뇌였던 이 이야기를 왜 또 다시 하냐면요. 인테리어를 하고 머신을 선택하고 그때부터입니다. 자꾸 더 좋은 거, 비싼 거, 요즘의 트랜드를 기웃거리게 되더라구요. 우리에게 필요하고 적당한 게 아니라 흔히 말하는 '장비빨' 세울 수 있는 뭐 그런 거요.
그래서입니다. 자꾸 잊어버리고 마는, 그 처음의 마음을 생각해보려구요. '있는 척' '아는 척' 커피를 나누고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큐그레이더' 혹은 '바리스타'를 공부하고, 세계 유명하다는 카페들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게 어려운 커피 용어 섞어가며 이건 무슨 맛이 있고, 이건 어디 산지이고, 이런 걸 말하고 싶어서도 아니었습니다. '맛있는, 최고의' 커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을 뿐,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이건 '맛있는, 최고의' 커피라고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누구나 편하게 와서 커피를 선택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커피는 편하게 수다 떨 수 있는 공간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커피 맛인 거 같아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블로그 이웃님이 남겨주신 이야기인데... 저는 이 말이 참 좋았어요.
'커피'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공간!
그래서 생각합니다.아주 아주 간단하고, 쉬운 커피가 있는 곳! 가볍게 들러 아주 많은 것을 담아갈 수 있는 곳! No Think! No thing! 노띵커피가 되었으면 합니다.
노띵커피 오픈 준비 중!
(12. feb. 16)
그동안 서오릉 카페 - 노띵커피 이야기를 쓰고 싶어 몇 번이나 컴퓨터 앞을 오갔고, 찍었던 사진집을 열었다 닫았다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쉽사리 엄두가 나질 않더라구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정작 그 중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아서요.
여유로운 가운데 커피에서부터 카페 건축까지 모든 것이 명확했었는데, 점점 오픈 날짜가 가까워지자 여유는 조바심으로 바뀌었고, 명확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고 있습니다. 뭐랄까요.레시피를 수정해가며 커피나 빵, 쿠키를 만들다가도 문득 해야 할 일이 떠오르면 갑자기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 매달리는 그런 상황이랄까요.
세계 카페 지도, 이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다녔던 여러 나라의 카페들 중 몇몇을 골라, 사진을 뽑고 사다리 타고 올라가 그걸 세계 지도에 붙여 보았습니다. 커피로 세계 여행, 뭐 그런 거죠.
소소하게 인테리어를 손보는가하면 한편에서 왕춘이와 에이든이 커피 레시피를 수정하고, 또 한편에서는 열심히 빵이나 쿠키를 굽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노띵커피네 이웃 주민분들과 인사도 열심히 나누고 있구요.
그러다보면 카페에서의 일과는 서로의 결과물을 함께 나누는 커피 타임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아직 춥지만 바람 없는 햇살은 제법 따뜻해져가고 해도 길어지는 오후, 이날 했던 이야기는 이 테이블 쪽 창에는 블라인드를 따로 달아야겠다는 겁니다. 생각보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강하더라구요.
디자인 시안도 받아 수정 중이고, 카페 인테리어를 소소하게 고치거나 덧달기도 하고, 메뉴도 바꿔 나가고... 고요하지만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는 노띵커피네 일상. 머지않아 곧 봄이 찾아올 거 같습니다.
서오릉에 꽃이 피는 봄날, 노띵커피네 문 활짝 열고 그 앞에서 기웃기웃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고, 아름다운 꽃을 담고 싶은 분들, 그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요.
노띵커피 위치는 서오릉 근처, 용두동(용두6통) '별미밥집' 옆입니다.
노띵커피로 언제든 놀러오세요^^
[노띵커피(NOTHIN COFFEE)] “[서오릉카페] 노띵커피 - 커피와 공간1”
http://nothincoffee.com/220586108944
[노띵커피(NOTHIN COFFEE)] “[서오릉카페] 노띵커피 - 커피와 공간 2”
http://nothincoffee.com/220593152655
[노띵커피(NOTHIN COFFEE)] “[서오릉카페] 노띵커피 봄날 오픈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