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 병아리 건축가는 닭장이 없다
병아리 건축가는 닭장이 없다.
첫 프로젝트가 시작 되었습니다.
처음 스튜디오를 시작했을 땐 사실 모아둔 돈도 없었고, 차도 없었고 심지어 사무실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이트 답사를 갈 때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걸어서 찾아갔습니다. 건축주와의 미팅은 사무실이 없었기에 주로 카페에서 했었죠.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무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축은 큰 돈이 움직이는 작업이라 바깥으로 보이는 것이 아주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아주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죠. 건축주가 지인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건축가를 신뢰할 수 있는 범위가 보이는 것에 한정되기 때문이죠. 그것이 사무실이 되고 타고 다니는 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좀 슬픈 일이지만 건축주 입장에선 믿을 수 있는 것은 일단 볼 수 있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리하여 사무실을 구해야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첫 프로젝트를 시공하기로 했던 시공사 사장님의 딜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시공사와 건축주가 먼저 이야기를 하고 설계를 맡길 건축가를 찾았던 겁니다. 그래서 저에게 제안이 들어왔던 것이고 그것을 제가 승낙을 했던 것이었죠. 어쨌든 그 시점에 시공사 사장님이 사무실 공유를 제안했고 저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첫 번째로 사무실이 너무 멀었고 두 번째로 월세가 나눠 냄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았습니다. 집은 수유리였는데 개포동에 있는 사무실을 같이 쓰자고 제안하셨으니... 하지만 마땅히 가진 돈도 없었고 사무실 보증금을 낼 여력도 되지 않았기에 몸은 좀 고생이겠지만 쉐어를 승낙하게 됩니다. 수유리에서 개포동까지 매일 출퇴근이 시작 된것이죠. 그사이 프로젝트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대지를 답사하고 온 후 사이트 모형을 만들고 대지에 대한 정보들을 분석 했습니다. 몇 가지 건축주가 요구한 사항들을 정리하고 나니 집이 얹어질 바운더리가 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이 무엇인가? 부터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아주 감성적인 논리부터 이성적인 논리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실질적으로 그려지는 공간들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정말 개념적인 배치부터 정말 실용적인 배치까지 건축주의 요구사항들도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의 사이트입니다. 여길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갔어요 ;;;
그리고 마을 초입부에서 걸어서 사이트까지...
지금 생각 해 보면 어찌 거기까지 그렇게 갔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프로젝트만 있으면 정말 재미있게 진행할 텐데 하는 바람은 현실이 되니 어렵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잡지에 실리던 주택이나 외국 유명 건축가들의 주택들은 현실에선 건축비용과 건축주의 안목에 의해 철저히 차단되죠.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있는법... 거의 한 달의 시간을 주택 프로젝트에 매달렸습니다. 현실적으로 재료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 유지/관리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일반적으로 직접적인 경험 없이는 생각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 건축주들은 많은 부분 공부를 하고 오시기 때문에 건축가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오히려 할 말이 없어지고 자신의 무지함에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몇 가지 설계안들이 휩쓸려 지나갑니다. 그리고 하나의 안이 결정 되고 도면 작업이 시작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허가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죠. 처음 허가 준비에 설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소개해준 후배가 허가에 관련 된 부분을 도와주기로 합니다. 오히려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후배가 아뜰리에 사무실에서 꽤 오랜 기간 실무경험을 했기 때문에 저보다 알고 있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전투상황에 돌입하게 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