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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찾아서
-건축세계 Archiworld 2015년 10월호-
스케치를 좋아하는 건축가 박정연
2016.08.30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존재하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체의 각 부분들이 만들어내는 비례를 가지고 가장 아름다운 비례를 찾으려 했다. 오늘날 사람들 눈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이 황금비례는 조금 진부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낯선 비례를 더 세련된 것이라 느끼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비례를 이야기할 때 이 비율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루브르박물관에 가면 모나리자를 감상하고, 뉴욕 MoMA에 가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감상하며,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가면 게르니카를 감상한다. 이러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 작가와 작품의 명성에 기대는 것일 수도 있으나, 그 작품이 가지는 아름다움에 이끌리는 것일 수도 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 땅에서도 전통건축과 달항아리의 곡선과 공예품들이 한국인이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이끌리게 만드는 힘을 가지는 것 같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서 황금비를 분석한 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모나리자, 빈센트 반 고흐-별이 빛나는 밤, 피카소-게르니카>

<석굴암, 달항아리, 통도사 대웅전>

 

그렇다면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란 존재하는가. 혹은 절대적이지 않더라도 보편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범주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끊임없이 되묻게 하는 물음이 되었다. 먼저 아름다움을 인지하고 그것이 왜 아름답다고 느껴지는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움을 인지하려는 노력은 삶을 크게 바꿔놓는다. 쉽게 지나치던 일상 속의 것들이, 자신의 신체부터 주위의 모든 사물과 현상들이 얼마만큼의 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인지하기 시작하면 삶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건축학도라면 나의 눈길을 끄는 것, 귀가 관심을 갖게 만드는 소리, 입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사유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대중이 인지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 무엇인가를 창작해야 하는 사람들은 이를 분석하는 단계를 거쳐 만들어내기까지 가능해야 한다. 절대미를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대다수가 아름답다고 생각할 보편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필자가 분석하는 방법을 살펴봄으로써 여러분들도 각자 아름다움을 분석하는 방법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건축학개론

 

같은 이름의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생소한 단어였겠지만, 나에게는 건축학개론 시간에 배웠던 의장원리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바꿔놓았기에 매우 특별함을 가지는 단어이다. 정의하는 학자마다 약간씩의 차이를 가지지만, 통일성과 다양성, 주조와 대립 등 다양한 의장원리를 통해 조화와 균형을 갖춘 결과물이 완성된다고 하는 논리이다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공간과 건축물들을 바라보며 왜 그러한 느낌이 드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존 학자들이 정리한 의장요소들 이외에 다른 요소들도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하는 것이라 정리하게 되었다.

    

 

통일성, 다양성, 반복

 

건축은 필연적으로 동일한 요소를 반복시킬수록 경제성을 갖출 수 있기에 통일과 반복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우리의 옛 집들을 살펴봐도 기본적으로 기둥, , 서까래들이 각각 동일한 크기로 이루어져 있고, 현대건축에서도 그러하다. 구조적으로 보강이 필요하거나 생략이 가능한 부분만 크기를 달리한다. 이러한 경우 동일한 부재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한 가지 요소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함의 반복이 너무 강하게 작용하면 자칫 단조롭고 지루한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포인트를 더하는 경우가 많다. 통일성과 다양성의 조화는 단순히 아름다움의 차원에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건축이 가지는 기능에도 충실해야 하는데, 노련한 건축가일수록 이러한 요소들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건축이라는 범주를 넘어서 도시 속에서의 건축, 주변과 어울리는 것도 건축가들이 생각해야 할 것인데, 이것 역시 통일성과 다양성의 조화를 만드는 방법으로 생각해보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전통건축에서 살펴볼 수 있는 통일성과 반복성 (가로방향), 다양성 (수직방향)>

<상가건물의 간판, 다양성의 요소가 강하게 작용>

<강남의 고층건축물, 익숙한 도심의 풍경>

<스페인 마드리드의 고층건축물, 낯설음>

<안동 독립운동 기념관, 전통건축의 현대적 적용>

<공장건축이 보여주는 기능미, 구조미>

 

 

익숙함과 낯설음, 전통과 현대, 공간의 흐름

 

왜 도시는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같은,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건축을 원할까. 그것은 익숙함 속에 낯설음의 요소를 더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일상으로 접하는 도시에 아주 낯선 요소가 더해지면 잔잔한 수면에 파장처럼 에너지가 전달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동대문의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Zaha Hadid Architects)에 대해 역사적 맥락의 이해 부재 혹은 공사비가 과도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도시에 낯선 요소를 더하려 했다는 측면에서만 평가한다면 성공한 사례라고 보인다. 실제로 많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찾고, 다양한 전시와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낯설음으로 가득 찬 도시를 생각해보자. 이러한 요소는 전체에서 극히 일부만 존재하기 때문에 낯설음이 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이 일정 비율을 넘어 주를 이루게 되면 이미 익숙한 요소가 되며,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DDP처럼 생긴 건물로 가득한 도시는 우리 삶을 SF 영화처럼 만들겠지만, 결코 그것이 감흥을 주는 요소로 계속 작용할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전통과 현대라는 요소를 생각할 수 있다. 전통을 익숙함과, 현대를 낯설음과 짝지어 주기에는 오히려 전통적인 부분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두 가지를 조화시켜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유사하게 느껴진다. 전통건축은 대부분 목구조를 연상하게 하고 현대건축은 철근콘크리트조나 철골조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한 건축물 내에서 이 두 가지 구조를 사용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꼭 구조와 재료로만 전통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인 경험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용자에게 직유법과 은유법을 사용하여 의도를 전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공간은 행동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능적인 평면에서 느낄 수 없는 실제의 건축과 그 공간은 이용자를 머물게 하기도 하고 흐르고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다양한 부재들이 만들어낸 공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필자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기능미, 물성

 

종이컵은 아름다운가 아름답지 않은가? 필자는 매우 기능적으로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느낀다. 입이 닿는 부분을 둥글게 처리한 것, 여러 개를 겹쳐 쌓기 편하게 위쪽이 넓어지는 형태인 것, 바닥과 옆면 사이에 물이 새지 않도록 처리된 것 등, 단순하지만 많은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배관이 드러나 보이는 공장건축이 아름다운지를 묻는다면 기능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 건축가들은 우수홈통, 가스배관, 보일러 연도 등 건축물에 연결된 설비들이 눈에 매우 거슬리는 것으로 여기고 이를 최대한 숨기려 하기도 한다. 배관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거나 외장재 속으로 숨기는 경우도 있다. 필자 역시 많은 경우에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설비들이 기능미를 가진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의 로이드 빌딩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데, 외부로 노출된 설비 배관들이 본연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디자인적인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Lloyd's building)

건축재료가 가지는 물성을 얼마만큼 잘 드러내는가, 혹은 새로운 방법으로 그 물성을 표현하는가 하는 것도 건축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민규암 건축가의 작품들은 콘크리트 블록을 기존의 형태와 다른 방식으로 적층시켜 사용하여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재료에 대해 탐구하고 새롭게 발견한 결과이다.

 

 

비례와 조화, 개체간의 교차, 위계

 

황금비례부터 이 글을 시작했으니 간략히 정리해보자.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갖는 비례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어떤 경우에는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비례가, 또 어떤 경우에는 독특한 비례가 세련되게 느껴지는데 이를 잘 찾아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의 형태가 다른 형태와 만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건축에서 중요한 표현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적절한 접속사가 있어야 각각의 문장이 가지는 의미가 전달될 수 있다. 건축의 형태가 다른 것과 만날 때에도 대등한 위계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하나의 형태가 높은 위계를 가지고 만나는지가 정해져야 접하는 부분이 명쾌하게 표현될 수 있다. 의도한대로 위계를 표현하는 것은 형태의 크기와 본연의 형태를 유지하는 정도를 비롯해, 구조와 재료의 연속성, 색채와 빛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기에 많은 사례를 살펴보고 인식하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인식하기, 표현하기

 

필자가 건축을 살펴보며 잘 계획된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판단하는 키워드들을 나열해보았다. 이처럼 건축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정리해보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특히 건축가로서 자라는 과정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그 기준이 다르거나 다른 항목들이 적용될 수 있고, 각각 따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기준이므로 다양한 사례에 적용해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건축을 배우는 과정에서 이러한 훈련이 충분히 진행되었으면, 실무에서는 자신이 정리한 기준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가 거창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이라고 한다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하는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결과물은 분명 존재한다.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건축물들을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분석해보고, 이 기준을 통해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보자.

 

 

스케치를 좋아하는 건축가 박정연

Grid-A 건축사사무소 소장.
스케치를 좋아하는 건축가.
문화재 한옥위주 건축답사기.
건축스케치를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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