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 첫 번째 공개채용 그리고 소규모 사무실.....
저는 일하느라 면접 보느라 바쁜 나날들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처음 채용공고를 내고 이력서와 자소서 포트폴리오 등을 받았습니다. 함께 할 사람을 뽑는다는 건 저 한 사람의 마음에 든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기에 우리 팀원들과 어떤 식으로 섞여질지도 많이 고민했습니다.
하루하루 지원자들을 만나면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도 너무 좋았습니다. 이력서에 쓰인 경력들과 넘치는 스펙들을 보면서 이런 사람들이 함께 했을 때 혹시라도 우리 사무실에 실망하지 않을까, 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들에 내가 어느 정도를 채워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을 만날수록 더 어렵고 어렵습니다. 이름 있는 작가 사무실도 아니고 안정감 있고 누구에게나 말하면 다 알 수 있는 큰 사무실도 아니라서 나름 제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을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짧은 시간에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 줄 순 없었지만 채용을 위한 시험의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참으로 좋지 않은 느낌입니다. 평가를 위한 시간은 아니었고 관계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잘 안되더라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나이나 스펙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타이밍이 맞지 않아 함께 하지 못 했다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가장 미안했던 마음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건축에 열정을 쏟으신 분들에게 쥐꼬리만한 연봉을 이야기했을 때였습니다. 악덕 오너가 되기 싫은데 저도 악덕이 되어버린 것 같은.... 열정을 빙자한 노동력 착취를 내가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그런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소규모 사무실에서 받는 설계비, 대한민국에서 받는 설계비를 핑계로 대고 싶지 않지만 나름 같이 일하는 식구들의 몫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 같은 현실에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한발 한발 좋은 건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며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좋은 건축을 고민하는 자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 할 수 있음에 행복한 사무실을 만들겠습니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죠. 더 재미있는 생각도 프로젝트도 많이 해야겠죠. 미안하지 않으려면 더 좋은 결과물들과.....
많은 돈을 벌어야 하나요......?? -_-;;;
응원합니다. 열정 건축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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