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난 섭지코지 글을 올리고 나니 기분은 편해집니다. 이번에는 세계 건축계의 거장
노출콘크리트의 대가라고 불리는 안도 타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를 보겠습니다.
지니어스로사이
위치 :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자세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_네이버 지도)
편안한 마음으로 글 가는 대로 사진 가는 대로 따라와 보시죠.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
이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이랍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 했을 당시에는 이런 설명을 노출콘크리트 벽에 새길 줄 몰랐겠죠? 좀 깨끗하게 지우든지... 이 벽 너머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을 자아내게 만드는 그의 건축 기법이기도 합니다.
입장 요금이 있어서 그런지 대부분 입구까지 왔다가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그냥 가 버립니다. 건축물 그 자체가 예술품인데 그걸 몰라주는 일반인 분들을 욕할게 아니라 우리 건축인들이 그런 분들에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푸리의 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인데 조금씩 해 나가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건축물을 소개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돈을 내고 들어가 볼 만 하다라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건축물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예술이 되는 것이지만 바닥과 벽과 기둥, 지붕이 만들어내는 그 공간의 느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천장까지 매끈한 노출콘크리트로 표현을 했다. 바닥과 벽을 액자틀로 그 사이에 자연을 담은 건축물. 역시 대가의 작업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차장 출입구도 단순한 콘크리트로 표현 한 것이지만 전체 건물과 자연과 함께 하고 있다. 단순한 면의 조합일 뿐인데도 조화를 이룬다. 푸리는 아직 멀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정면에서 보이는 담 너머에 있는 정원. 작가가 일본인이다 보니 약간 일본식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물을 가두어둔 연못이지만 이 안(?)에는 담장이 서 있어서 그런지 바람이 잣다. 그래서 밖(?)의 센 바람이 없어 덜 춥고, 잔잔한 물에 반사되는 자연을 담을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린 지니어스 로사이의 매표소(입구 현관)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출입 가능한 관람시간은 9시~18시까지지만 12~13시는 기기 점검시간으로 관람이 불가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그 아래 돌무더기 같이 보이는 것이 지니어스 로사이. 땅의 정령답게 대지의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게 낮게 깔려 있다.
똑바로 난 길이 아니라 이리저리 막 생겨난 그러나 각각의 향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곳. 전체가 돌의 정원이다. 왼쪽 앞에 보이는 여인의 정원, 둥글게 꽃이 심어졌을 곳인데 아직 꽃이 피기에는 이른 날이라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꽃이라서 여성이 아니라 그 뒤로 보이는 오름이 여인의 유방처럼 보여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오른쪽에는 상대적으로 네모의 공간 바람의 정원이 보인다.
전면에 지니어스 로사이가 보인다. 왼쪽에 여인의 정원과 오른쪽에 바람의 정원.
그러나 푸리 옆을 보니 낮은 바람의 정원을 이루는 담장의 구조물이 보인다. 그 뒤에는 다음에 다루게 될 글라스 하우스.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제주의 억새풀을 둘러싸고 있다. 이곳을 바람의 정원이라고 한다. 다음에 보게 될 이타미 준의 風(바람) 미술관에서의 바람과 비슷한 경험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소리로 느낄 수 있도록 한 또 하나의 자연.
그 사이를 지나가면 스스슥, 사사삭, 쉬~~~ 바람 소리인지, 억새소리인지 뭐라뭐라 귀에다 대고 이야기한다. 월령공주를 너무 재밌게 봤나? 정령들과 얘기를...;;; 그런데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다음에 보면 알게 되겠지만 이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바람의 정원을 지나서 본 건물(미술관)을 바라본다. 유리, 돌, 풀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까지 이곳을 이루는 요소들.
이제 다 온 건가? 저 돌 담장 너머에는 또 어떤 즐거움이 숨어 있을까? 이렇게 기대를 하게 만드는 거장의 솜씨에 자꾸 신이난다. 자꾸 뭘 상상하게 만드는 이런 공간들. 너무 좋다.
돌담장을 지나자마자 깜짝 놀란다. 우리는 지금 다리 위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이렇게 지니어스 로사이 본 건물은 노출콘크리트로, 그리고 자연을 향해있는 바깥 담장은 이 거친 돌 담장으로. 이런 느낌. 점점 자연에서 인공으로 가는 시간의 건축. 신비롭다.
폭포는 조금 아쉽다. 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 흔히 말하는 벽천. 이곳을 지날 때 양쪽 벽에서 물이 흘러내린다고 상상을 하니 더 아쉽다. 꼭 여름에 다시 오리라. 폭포길을 지나가다 저 끝에 뭔가가 느껴진다. 건축하는 푸리의 직감에도 저기 뭔가 있다. 있어!
야 이노무 손아~~~!?!?! 사진 찍는데 고개를 내미는 녀석ㅋㅋ 뷰파인더를 건축적 장치로 해놓았다. 이런 걸 만든 이유는 보시면 안다.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는 뷰파인더.
뒤를 돌아보니 벽천 사이를 꼭 지나가보고 싶다. 올 여름에는 시커먼 남정네들 말고 어여쁜 아낙과 함께 와야겠다.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주 출입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갑니다. 왼쪽에 보이는 출입구가 미술관의 출구. 돌아내려갑니다.
드디어 이제 실내에 들어옵니다. 들어가는 입구의 엄숙함.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약간은 더 조심하게 됩니다. 조용히 걷게 되고 사뿐사뿐 걷게 됩니다.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전 전실. 이 공간만으로도 훌륭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돌고돌고돌고 있다. 높은 천창에서 드리우는 빛이 우리를 더 엄숙하게 만들고 숙연하게 한다. 종교적 건물에서 이런 기법을 많이 쓴 안도 타다오의 빛을 다루는 솜씨를 느낄 수 있다. 빛은 그 자체로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를 적절히 잘 사용하는 것이 건축의 대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공통된 감각이다. 빛과 어두움. 푸리에게는 아직 먼 숙제인 것이다. 그러나 곧 푸리의 빛에 감동할 날이 올 것이니, 단디 준비하고 있으시소~
문경원의 미디어 아트.
문경원의 미디어아트. Diary. 시간의 쌓임을 표현한 작품이다. 나무의 꽃이 하나 둘 떨어진다. 내가 본 나무와 바로 전 사람이 본 나무가 다 틀리다. 그로인해 개인적으로 각각의 의미를 둔 나무를 보게 된다. 나만의 나무를...
이런 전이공간을 두고 작가의 전시실로 통한다.
박경원의 미디어 아트. 어제의 하늘. 어제 실제 녹화된 하늘의 이미지를 오늘 보여준다. 어제도 그리 맑은 날은 아니었나보다. 어제의 하늘을 본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개인적으로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었던 곳이다.
이렇게 각각의 전시실 사이의 노출콘크리트 복도도 각 공간이 지니는 풍요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이공간.
섭지의 오늘. 들어오는 입구에서의 뷰파인더. 이곳 전시관의 뷰파인더.
외부에 보이는 성상일출봉 풍경은 건축물 내부로 들어와 안과 밖을 연결시켜 현재 풍경을 보여준다. 일출과 일몰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 실제로 성산일출봉(자연)과 마주하고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 이는 건축의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을 하나로 엮어주는 시공간의 표현인 것이다.
계속해서 보이는 전이공간은 원래 이렇게 하나로 통하게 되어있는 구조다.
위층(지상)으로 올라가는 노출콘크리트 계단.
위층에 있는 라운지. 인공조명은 최소화하고 역시나 천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공간을 풍요롭고 신비롭게 한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쿨튜브시스템으로 냉난방과 공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쿨튜브(cool tube) 시스템이란 지중 온도가 여름철에는 외기보다 낮은 것을 이용하여 시원한 실내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패시브 쿨링의 일종이다.
다시 폭포길을 따라 올라 간다.
프레임(문)을 지나 프레임 속으로 보이는 자연(정원)
지니어스 로사이는 땅의 정령처럼 대지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있다. 실제로 섭지코지의 배꼽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가 氣를 모을 때 단전에 집중하듯이 이곳 지니어스 로사이는 대지(엄마,여성)의 기운을 받는다. 유채와 지니어스 로사이. 다음은 지니어스 로사이의 바로 옆에 있는 글라스 하우스로 갑니다. 천천히 따라 오시죠~
안도 타다오. 명실공이 세계 최고의 건축가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건축에서 많은 것을 느낀다. 푸리의 건축에서도 이런 따뜻하고 풍성하고 즐거운 느낌의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부지런히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공간을 다루는 능력, 빛을 다루는 능력 그리고 자연을 품을 수 있는 건축을 만들어낼 자신감.
자~~ 다시 시작이다. 아자아자아자!
이번 글도 생각보다 사진이 많아서 고생했네요. 1,2편으로 나눌걸 그랬나요? 많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실제로 다녀본 것처럼 느끼면 실제로 가보지 않을까봐... 잘 지어진 건축물은 그 자체로도 예술품입니다. 예술품을 느끼고 감상하는데 돈을 아끼지 마세요. 그만큼 보는 눈은 높아지고
감성은 풍요롭게 되구요. 공간지각을 통한 창의력은 쑥쑥 자랄 거구요. 건축을 알아가는 만큼 더 행복해질 겁니다. 푸리와 함께 가시겠어요?
다음 편은 안도 타다오의 글라스하우스(유리 집) 편입니다. 멀리 가지 마시고 다음 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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