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 남대문시장 - 전시회 리뷰
서울 역사 박물관 - 남대문시장 전시회
비가 조금씩 내리는 이번 주 수요일, 서울역사미술관과 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두 전시에 다녀왔다. 역사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는 남대문 시장의 120년 역사에 대한 것이었고, 역사 박물관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떨어져있는 시립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는 현대 까르띠에 재단에서 주최하는 ‘하이라이트’ 라는 전시였다. 다녀온 후, 두 전시는 나에게 극명하게 다른 인상을 주었는데, 하나는 단순함이었고, 하나는 복잡함이었다.
남대문시장 기획 전시실
이제는, 걷다보면 어쩌면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것 같은 남대문 시장. 구석구석을 걷다보면 정말 이런 물건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줄 정도로 오만가지 물건이 모인 곳. 이 곳에 대한 역사적 전시를 한다니 옛날 물건에 대한 환상이 있는 나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120년 전의 물건들부터 30년 전의 물건들, 그리고 약간의 현재의 물건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이런 옛날 소품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옛날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이 전시는, 그 시대를 살았던 어른들에게도 재미있는 전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를 보는데는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내용 자체가 어렵지 않고 ‘시장’에 대한 얘기라서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또, 나와 동행한 엄마는 “맞아. 당시에 저런 광고가 있었어. 저런 물건을 팔았지..” 라고 공감을 하면서 나한테 니베아 크림이 처음 나왔을 때의 이야기 등을 해주셨다.
남대문 시장 전시회를 마치고, 약 900미터 떨어진 곳, 도보로는 약 10분 정도 걸리는 서울시립미술관에 도착했다.
서울 시립미술관 - '하이라이트' 전시회
서울시립미술관 입구
미술관 앞에는 그날 밤에 있는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를 설치중이라 분주했고, 몇몇 사람들은 그날 출연하는 로이킴과 요조를 기다리느라 몇 시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술관에 들어서서 짐 보관함에 가방을 맡긴 후, 본격적으로 전시 관람을 시작했다.
이 전시에 대한 공부가 부족해서였을까, 아니면 원래 미술이라는 건 이렇게 어려운 건가. 이 전시에 대한 첫인상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이런 종류의 전시를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렇게 느끼기도 했고, 또 여러 분야를 망라하는 작품들에, 나는 이 전시를 관통하는 한 주제를 찾으려는데 애를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전시회에 들어가서부터 마치고 나온 순간,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해보건대, 이 전시에 대한 한 주제를 찾는 건 무리인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이 전시회는 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각자가 어떻게 해석하는가. 아마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정도가 될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 전시회는 다소 복잡했지만, 그래도 큰 틀은 네 가지로 나뉘었던 것 같다. 순수예술, 우주에 대한 궁금성, 전 세계의 사회적 문제, 그리고 환경적 문제이다.
1.순수예술
어쩌면 이 전시회에서 그래도 제일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은 드파르동이라는 프랑스 사진가의 사진전이었다.
드파르동의 전시회에서는 아주 원색적이고 높은 채도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한 번도 가보지 못해 나에게는 아직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프랑스는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한, 표준 렌즈를 사용해서, 너무 넓거나 좁지 않은 각도를 이용해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극대화 되었다.
'차이구어치앙'이라는 중국 작가의 벽화도 보였다. 거대한 규모였다.
한 일본작가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붙인 작품도 있었다.
여러 스케치들
2. 우주에 대한 인간의 탐구심
이 전시회를 지배하고 있는 테마 중 하나는, ‘불확실성’ 이었다. 세 개의 층으로 되어있는 전시장마다 써있는 수학자들의 문구는 우주에 대한 궁금성, 특히 우주를 완벽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느낌의 말을 인용해 두었었다.
‘우주’라는 말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단어다. 단순히, ’집’이라는 말일수도 있고, 천문학적인 공간, 아니면 한 사람이 갖는 생각의 폭 등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 그래도, 이 단어를 아주 원초적으로 해석해보면, 천문학적인 공간이 떠오른다. 동서양을 막론하여 사람들은 지구와 태양, 그리고 다른 행성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사람들은 때로 배신당했고,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믿어오던, 태양이 돈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관이 깨지고, 케플러, 코페르니쿠스 등이 등장하고, 뉴턴도 나오고, 우리는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우주에 대한 사실들을 발견한다. 이러는 동안 우리에게 생긴 믿음이 있다. 우리가 우주를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 할 것이라는 것. 또 언제 누가 새로운 발견을 가지고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올바른 합리성은 영원하지만 그것은 진실의 일부만을 드러낼 뿐이다"
이 인용구 역시 벽면에 써있던 건데, 1층에 있는 인용구와 연결지어 생각해본다면, 여기서 ‘올바른 합리성’이라는 건, 아마도 우리가 소위 ‘신의 영역’이라고 부르는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합리성은 영원하지만, 우리는 지극히 그것의 일부만 본다는 것이었다.
우주에 대한 궁금성, 그리고 그걸 어떻게 수학으로 풀었는지에 대한 짧은 수학 다큐멘터리들도 상영하고 있었다.
3. 사회적 문제
사회적 문제들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도 많았다. 특히 거대한 규모의 작품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론뮤익’이라는 작가의 작품이 있었다.
이 장보고 있는 여자의 조각에서는, 엄마가 아이를 코트 속에 안고 비닐 봉지를 들고 있는 모습에서 오는 막막함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작가는 비현실적으로 크거나 작게 표현해서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보는이에게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콩고 작가의 ‘진짜 세계지도’라는 작품도 있었다. 이는 현재의 북반구 중심적 세계지도를 비판하는 것 같았고, 또 항상 뜨거운 감자인 인종 문제를 떠올리게 했다.
남북한 공동 경비구역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를 마네킹들의 연기로 다시 만든 파킹찬스의 영상작품도 상영하고 있었다.
4. 환경적 문제
마지막으로, 환경적 문제들을 담은듯 한 작품들이 보였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곳에 설치된 한 작품은, 주변의 폐품을 엮어서 만든 업사이클 제품이었다.
또한, 전시장의 3층, 마지막 즈음에 위치하는 곳에는 ‘키타노 타케시’의 작품이 있었다. 꽃병에 동물들을 함께 표현한 작품이었는데, 일본 원전으로 생긴 돌연변이를 표현한 것 같기도 했다.
5. 마치며
까르띠에 현대 미술제단 에르베 상데스 관장은 이 전시를 열면서 “우리가 귀기울이고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시각 예술 형태와 언어로 표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이로인해 예측이라는 영역을 확장하고, 특정 분야를 구분하여 경계를 짓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전시회를 다녀온 직후 너무나 많은 작품들에 압도되어 “내가 지금 뭘 보고 온거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역시 예술은 어려운 건가, 이해할 수 없는 건가 라는 막막함에 나에게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사진 찍어온 한 작품 한 작품을 곱씹어보고, 작품에 대한 설명들을 읽으며 천천히 생각해보니, 그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고, 어쩌면 이 감정이 너무나 복잡한 현대 사회가 주는 인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시장 벽면에 붙어있던 “올바른 합리성은 영원하지만 그것은 진실의 일부만을 드러낼 뿐이다”라는 인용구가 다시 생각났다. 사실 너무나 간단하고, 합리적이지만, 그것은 진실의 일부만을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에게 너무 어렵게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전시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