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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정기용의 72번째 생일(1945.8.4)
파주출판도시 열림원(現 피노키오 박물관, 2006)
도시설계가 Archur
2017.08.04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가Talking Architect, 2011정기용 건축가에 대한 얘기다. 다큐멘터리Documentary 형식의 이 영화에는 정기용의 생전 모습과 유걸, 승효상 그리고 그와는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조성룡이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건축가들은 정기용의 건축을 두고 한마디씩 하는데, 특히 승효상은 "정기용은 건축 보다는 말이 더 쎈 건축가"라고 말하며, "건축이 가져야 되는 최우선의 가치가 공공성이며 그게 건축의 윤리임을 온몬으로 실천하다, 기진하여 단명하고만 건축가"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는 그분을 형이라 부르며 존경하고 따랐다. 이십 년 넘도록 늘 같은 지대에 서 있는 것을 기뻐했고, 많은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자랑했으며, 이시대 바른 건축을 위해 우리의 가난한 의기를 곧잘 투합시켰다. 특별히 우리는 많은 여행길에 같이 올랐다.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는 삶의 풍경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로 준비 때부터 항상 설레였고, 마치면 큰 위안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도, 여러 곳에 있는 죽음의 형식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각별했다"고 회고했다.

 

194584,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정기용은 1971년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공예 전공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1972년 프랑스 정부초청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ENSAD에서 실내건축학을 전공했고 1978년에는 파리 제6대학UPA6 건축과를 졸업했다. 1982년에는 파리 제8대학 도시계획과도 졸업했다. 11년간 그는 응용미술 및 공예에서 출발해 스케일Scale을 점점 키워 도시계획 까지 넓혔다. 그가 한국에 귀국해 '기용건축'을 설립한 시기는 1986년이었다. 정기용은 그 시기 많은 건축가들이 밟아온 경력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대표적으로 그는 국내 대학의 건축학과를 졸업하지 않은 건축가였고 김중업, 김수근 사단에 포함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국내 대형건축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지도 않았다. 어쩌면 이런 점이 그 보다 한 살 많은 조성룡과 잘 맞는 부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2011311,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개인적으로 딱 한번 정기용을 만난 적 있었다. 2009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국토해양부에서 실시한 <수변도시 비전공모> 2차 심사에서 였다. 당시 그는 심사위원이 아닌 조성룡, 성균건축도시설계원SKAi과 함께 '구미: 황색공단에서 녹색수변도시' 라는 주제의 작품 발표자였다. 지금도 기억나는 그의 설명의 주요 내용은 구미국가공업단지로 발전한 구미시는 "이미 수변도시의 모든 잠재력 -친수, 치수, 이수- 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잠재력을 촉매로 활성화하여 자연과 인간의 삶을 존중하는 수변도시가 가능하다는 것"과 그래서 MB정부가 하려는 낙동강 보는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공모전 취지와 집권 2년차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반박은 철저한 조사와 논리 위에 서 있었다.

 

당시 정기용은 나오지도 않는 쉰 목소리로 발표를 했다. 그래서 였는지 그의 설명은 또랑또랑한 목소리 보다 더 명징했고 강렬했다. 당시 정기용의 논리에 매료돼 그가 설계한 건축물 몇 군데를 둘러봤다. 이미 그는 MBC에서 추진했던 '기적의 도서관(순천, 진해, 제주, 서귀포, 정읍, 김해)' 설계자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 본 그의 건축물은 담박했다. 심지어 무주 태권도공원(삼우설계+CA조경, 2014) 프로젝트 당시 주민공청회가 있었던 무주군 설천면 면사무소가 그의 작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강렬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뭔가 강렬하고 명쾌한 디자인 언어에 끌렸던 당시 나에게는 심심하기 그지 없었다. 그 심심함을 계속 들여다 보면 그의 생각을 읽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그 정도의 충성도는 없었다. 그의 작업에 대한 내 관심은 빨리 사그라졌다.

 

(2017) 여름, 지니가 '세계팝업아트전'을 보고 싶다며 피노키오 박물관에 가자고 했다. "강릉은 너무 멀다"고 답했다. 내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 박물관은 강릉 하슬라 아트월드에 있었다. 그러자 지니가 파주에 있다고 알려줬다. 찾아보니 파주출판도시 내에 있었다. 파주출판도시가 인쇄 및 출판산업과의 관계만 있지 않다는 것과 그 변화가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이 흥미를 갖을 만한 문화 및 전시시설 이어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용도지역 상 파주출판도시 대부분은 준공업지역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별표 14]에 따르면 준공업지역 안에서 건축할 수 없는 건축물 중 "2.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하여 도시·군계획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할 수 없는 건축물"에는 '문화 및 집회시설'이 있다. 하지만 '공연장 및 전시장은 제외'이니 준공업지역에 전시장 설치는 가능하다. 파주출판도시 지도에 적혀 있는 '피노키오 박물관'이라는 글씨를 보면서 '법적 테두리 내에서 그런 변화가 닿은 공간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다음 로드뷰로 확인해 보니 피노키오 박물관은 도서출판 열림원으로 지어진 건물에 있었다. 현재도 열림원 홈페이지에 나온 주소는 이 건물이다. 파주출판도시 내 열림원은 정기용(기용건축)이 설계했다. 2004~2005년에 설계된 이 건물은 20055월 착공돼 20064월 준공됐다. 열림원은 이곳으로 옮겨오기 전 홍대 앞(잔다리로27)에 있었다. 당시 사용했던 건물은 권문성(아뜰리에17, 2003)이 설계했었다.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림원이 지어진 대지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김병윤&백제예술대학 + 안희상&시명건축, 2004)와 심학산 사이에 있다(대지면적 2,1112). 대지 서쪽, 회동길 맞은편에 있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다목적홀, 전시장 및 각종행사장, 문화출판관련 정보센터, 숙박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건축물이다(연면적 20,962). 대지 동쪽에 있는 심학산은 파주출판도시의 배경으로 랜드스케이프Landscape를 도시 디자인의 시작점으로 보고 도시 인프라Infra로 간주한 <랜드스케이프Landscape 개념 디자인, Florian Beigel+Philip Christou>에서 중요한 자연요소다.

 

정기용은 대지가 처한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심학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서로 충돌하지 않는 한편, 거대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의 힘에 약화되지 않는 자기 정체성을 갖도록 유형학적 조정을 거쳤다"정기용 글에서, 건축문화 2006.7. 여기서 유형학적 조정은 파주출판도시 내 지어지는 건축물에 적용되는 6가지 건축유형에 대한 조정을 의미한다. 열림원은 '운하 로프트The Canal Lofts(혹은 수변)' 유형에 속하는데, 이 유형은 "산기슭에 위치한 출판사 거리(회동길), 수변 출판사옥들, 낮은 경사 지붕의 수변과 나란하지 않은 전망을 가진 출판사옥들. 가능하다면 하나 건너 있는 주차공간이 있는 15m 미만 높이의 건물들"이다. 파주출판도시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회동길을 따라 양쪽으로 이 유형이 지정돼 있다. 지침에서 이 유형은 단일 매스Mass로 제시돼 있었다. 하지만 정기용은 남북 두 개의 매스로 나뉜 뒤 그 사이를 이어주는 형태적 변용을 취했다. 두 매스의 용도는 열림원이 사용하는 출판업무공간과 임대사무실이다.

정기용이 이런 과정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건 직접 남긴 메모Memo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계'였다. 메모와 함께 그린 스케치Sketch를 보면 시각적 통로를 이루는 양쪽 벽 가운데 아래에서 위로 적힌 1,2,3,4 숫자와 사각형 프레임Frame이 보인다. 정기용은 이 프레임들이 한자 ''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심학산을 눈()속에 넣"을 수 있다고 여겼다. 구체적으로 이 스케치는 남북 두 매스 사이에 있는 안마당 이다. 그리고 자 형태의 프레임은 지하1층의 경우 썬큰가든Sunken garde에서 1층으로 오르는 계단, 1층 안마당, 2층 전시-임대사무실을 연결하는 브릿지Bridge, 3층 대회의실(북카페 헤쎄Bookcafe Hesse), 4층 옥상정원이 적층되면서 만들어진다(연면적 3,668, B1~4F).

 

두 매스 사이의 자 프레임은 심학산으로 향하는 풍경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통로다. 정기용은 "옛 조선 사람들에게 풍경이란 단순히 바라보는 객체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 거주하며 인격을 도야하는 도덕적인 의미가 깊게 배어 있는 공간이다"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만히 관조하고 시만 읊던 곳이 아니라 자연의 경관이 만들어낸 조화의 내밀한 법칙에 다가가려는 주체적인 의지를 표현한 곳"이라고 생각했다서울이야기, 정기용, 현실문화연구(현문서가). 정기용은 심학산으로 향하는 풍경의 통로만 염두해 두지 않고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통로도 고려했다. 그가 그린 다른 스케치를 보면 대지 북쪽에 심학산으로 향하는 통로를 그리고 'Green Corridor'라고 적었다(위 스케치). 이를 통해 열림원이 "심학산에서 걸어 나온 듯, 아니면 심학산과 필연적인 인연을 맺고 있는 그 무엇이 되었으면 한다"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이 통로는 정기용의 희망이었다.

 

파주출판도시 배치도를 보면 열림원 북쪽에는 문공사가 들어섰다. 현재 이 건물은 ()풀린키Full in key의 데모센터Demo Center로 디지털 인쇄작업소다. 정기용이 Green Corridor로 생각할 만한 공간은 문공사 북쪽, 회동길과 이산교가 T자로 교차하는 지점에 맞춰 지정된 녹지다. 물론, 정기용의 생각대로 열림원과 문공사 사이의 비건폐된 공간이 Green Corridor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문공사가 결정할 문제다. 문공사 건물은 이종호(스튜디오 메타Studio Metaa)가 설계했다. 두 사람은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2002) 설계를 공동으로 진행했었다. 친분도 두터웠다. 그러니 정기용이 문공사 대지에 제안한 Green Corridor가 현재 비건폐된 공간으로 실현됐다고 볼 수도 있다. 어찌됐든 현재 이 공간은 풀린키 데모센터의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위 사진에서 왼쪽 공간).

 

201311, 열림원 건물에 전시면적 330규모로 피노키오 뮤지엄Pinocchio Museum이 개관했다. 영미 문학 번영가이자 수집가인 이상영은 20여 년간 피노키오 관련 작품과 소설 데미안Demian의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관련 물품 등을 수집해 왔다. 2006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헤르만 헤세>을 열기도 했고 헤세박물관 건립위원회 사무총장을 엮임하기도 했다. 피노키오 뮤지엄은 그가 수집한 피노키오 관련 작품 1,200여 점 가운데 300여 점을 전시하기 위해 열림원 정중모 대표가 공간을 제공하면서 지어졌다.

 

전시공간으로 바뀌면서 건물에는 여러가지 변화가 생겼다. 열림원은 기본적으로 안마당을 중심으로 역자 평면으로 구성돼 있다. 남쪽 매스가 4층으로 가장 높고 동쪽과 북쪽 매스는 반시계 방향으로 경사져 내려온다. 최종적으로 북쪽 매스가 회동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같은 레벨Level이 된다. 하지만 준공 당시에는 북쪽 매스 상부로 올라갈 수는 없었고 창고와 임대사무실로 이어지는 부출입구만 나 있었다. 현재 부출입구는 사용하지 않고 경사진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는 지그재그Zigzag 형태의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계단은 건물 3~4층에 있는 북카페 헤쎄로 연결된다. 북카페 헤쎄는 준공 당시 대회의실, 옥상정원, 티룸이었다. 카페가 전면도로인 회동길과 높이차가 있어서 쉽게 접근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그 사이에 풀이 꽤 자란 옥상정원이 있어서 계단을 오르는 동안 기분은 좋다.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언덕을 오르는 느낌이다. 또한, 번잡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 '지혜의 숲'과 달리 분위기도 호젓하고 주변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설계 당시 정기용이 삼학산과 함께 고려한 서쪽 한강의 노을을 감상하기에 적당하다.

 

설계 당시 정기용이 생각한 한강 노을과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이곳이 아니었다. 그는 앞서 언급한 자 프레임 스케치에 "한강의 노을을 눈에 바르기"라는 메모도 남겼다. 이는 자 프레임을 가운데 두고 동쪽 방향으로는 삼학산을, 서쪽 방향으로는 한강의 노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을이 지는 서쪽에 거대한 규모의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가 있어 노을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지만 이 건물은 동서 방향으로 장방형의 매스와 그 사이 보이드Void 공간이 있어 시선을 막지는 않는다.

 

건물의 주출입구는 남쪽 매스에서 필로티Piloti로 들려진 부분 하부에 만들어져 있다. 현재는 유리로 막아서 필로티 하부 공간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주출입구 옆으로는 폭은 좁지만 4층까지 바로 연결되는 곧은 계단이 있다(위 사진). , 남쪽 매스도 이 계단공간을 가운데 두고 다시 나뉘는 구조였다. 계단과 안마당 사이의 매스가 너무 좁아서 사용상 불합리한 부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기용은 "다채로운 내부공간의 연결들이 노동공간에 장소성을 부여할 것"이고 "전체가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 '오피스'속에는 예기치 않은 시선들이 감추어져 있고 늘 새롭고 낯선 시선들과 빛들은 오랜 친구처럼 정들게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준공 당시 계단이 2층과 만나는 부분에 전시실, 사무실 그리고 남쪽으로 열린 정원이 있었다. 특히 정원은 2~3층이 터진 높이였다. 현재 계단 2층에는 문이 만들어져 있고 상부에는 지붕도 씌워져 있다. 또한, 계단 2층에 또 하나의 열린 공간을 만들었던 정원이 막혀서 내부공간이 됐다. 정원의 위치는 아래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 입면에 걸린 노란색 바탕에 보라색 'PINOCCHIO MUSEUM' 글씨 현판 안쪽이다.

남쪽 매스에서도 쭉 뻗은 계단을 중심으로 남쪽 부분에는 징크 패널Zinc panel로 된 지붕이 얹혀져 있다. 이 지붕의 입면은 12각형으로 양쪽으로 늘어져 있다. 그래서 솔직히 건물의 다른 부분과 어울리지 않고 둔탁해 보인다. 정기용은 "남쪽을 가급적 닫고 마지막 층에 곡면의 지붕을 얹은 것은 '습지건축'풍을 쫓으며 내부공간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언급한 '습지건축풍'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건물이 피노키오 박물관으로 쓰이면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안마당이다. 앞서 언급한 스케치에서도 봤듯이 안마당은 삼학산과 한강 노을과의 관계를 이루는 눈(자 프레임)이 있는 곳이다. 준공 당시 안마당과 회동길이 만나는 서쪽에는 지하1층으로 연결되는 썬큰가든이 있었다. 썬큰가든을 통해 시선은 위아래로 확장될 수 있었다. 반면, 썬큰가든이 사라지면서 2층에 걸린 브릿지가 안마당 레벨과 가까워졌고 그래서 시선은 상당히 눌린다(&아래사진 비교). 자가 자가 된 상황이다. 썬큰가든의 계단은 정기용이 열림원에서 출판업무공간과 함께 생각한 소규모 공연 공간이었다. 사라진 이 공연공간은 안마당 안쪽에서 북쪽 매스 2층으로 오르는 계단형 스탠드Stand로 대체됐다(아래x2 사진 왼쪽). 그러면서 북쪽 매스 동쪽, 창고 앞에 있었던 썬큰 공간도 사라졌다.

 

현재 열림원은 준공 당시 보다 많이 바뀌어 있다. 그리고 그 바뀜이 좋은 방향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열림원 건물은 '기용Guyon'스럽다. 그 기용스러움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은 남쪽 매스의 서측 입면을 덮고 있는 담쟁이 덩굴과 북쪽 매스 상부의 옥상조경 이다. 정기용은 준공 직후 "아직 전혀 외관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4~5년 후의 열림원은 안팎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의 힘에 의해서 완전히 그 모습을 달리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달라진 모습이 "건축주가 바라던 '생명이 있는 집', '시간이 축적된 집'의 면모이기를 기대"했다. 북카페 헤쎄로 접근하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 계단이 설치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계단 덕에 식물들의 힘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안마당과 연결된 썬큰가든이 없어져서 정기용이 생각한 '관계'가 많이 흐려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건물의 언덕을 오를 수 있어 그 '관계'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북카페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언덕을 마음껏 올라 옥상정원에 핀 꽃들을 보고 의자에 앉아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말하는 건축가에서 정기용은 "건축이란 땅 위에 일으켜 세우는 개별적 건축만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가 공유해야 마땅한 문화적 가치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고 했다.

말하는 건축가에 나오는 한 장면이 있다. 생의 마지막 제자들과 지인들은 정기용을 숲으로 모시고 갔다. 바싹 마른 얼굴에 침대에 누워 정기용은 "여러분 감사합니다. 바람, 햇살, 나무가 있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옥상정원의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그의 이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야 그의 건축이 좋아졌다. 몇 년 전 그의 건축에서 느꼈던 심심함은 없었다. 그를 두고 사람들은 '생태 건축가' 그리고 '감응의 건축가'라 부른다. 감응感應. "어떤 느낌을 받아 마음이 따라 움직임"이라는 뜻이다. 이제야 그의 건축을 통해 감응할 수 있는 나이, 경력, 심도, 내공 뭐 암튼 그런 정도가 된 것 같다.

 

도시설계가 Archur

Archur가 해석하는 도시,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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