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답사기행은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하고 있는 옛 서울시장 공관을 찾았다.
대한민국의 어떤 도시보다 근·현대건축물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서울에서 조금은 특별한 건물을 물색하다 보니 찾게 된 곳이다.
이 건물은 1940년대에 지어진 목조 주거 건축물으로 한국의 전통가옥은 아니지만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주거건축물은 사람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시대를 거치며 사람들의 삶을 공간으로 투영하는 유산이다. 우리나라는 아픈 근대 문화 역사를 겪었지만, 각각의 유산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바로 한국건축역사의 한줄기로 이어져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히 당시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라보고 직면하느냐에 따라 유산들의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때 건물이 한양도성 유산 범위 안에 위치하고 있어 이전을 추진한 바 있지만 발굴 조사 및 안전진단 결과, 공관이 도성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일부만 철거하고 나머지는 보존하게 되었다.
일단 전시를 보기 앞서 안내실에 계시는 분들이 너무 친절하셔서 들어서기도 전에 전시센터에 대한 이미지가 좋게 각인되었다.
전시·안내센터는 총 3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입구의 순성 안내실을 지나 계단으로 오르면 좌측으로 관리실이 있고 우측으로 본관(전시실)이 위치한다. 진입로가 정갈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본관으로 들어서는 길목부터 설렘이 가득했다.
센터의 출입구는 수평적인 요소들이 부각되어 건물의 간결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입구 우측으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으며 외부 관람시 우측편으로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잘 정돈된 길을 걷다 좌측으로 꺽으면 관람 포인트들이 하나씩 보이고 건물 외부 전체를 돌면 마지막에 카페에서 음료 한 잔을 구매해서 야외 평상 및 테라스에서 여유있게 한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건물이 한양도성 전시관이기도 하고 성곽에 끼치고 있었던 영향력이 큰 만큼 건물과 성벽의 어울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건물 정면의 퇴칸을 따라 나있는 산책길은 주변의 환경을 적절하게 어우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시관의 중앙에는 거대한 모델링과 빔프로젝트를 이용하여 혜화동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었다. 많은 역사적 내용을 목차별로 정리하여 모델링 위에 빔프로젝트를 액티비티하게 투영시켜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한양도성의 전체적인 스토리가 초등학생도 재밌게 이해할 수 있게 잘 표현되어 있다.
내부는 기존의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당대의 목가구와 벽체 해체한 모습, 전선부속품 등 많은 부분들을 살려서 건물 자체로서의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외부로 나가면 건물 및 성곽에 대한 전시를 해놓았는데 별도의 벽체나 창호를 두지 않고 벽체의 일부를 털고 외부로 자연스럽게 동선을 연결하고 있다.
전시의 일부에도 창호 대신 여백을 두어 바깥의 도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내부로 들어오는 빛의 느낌이 간접등을 둔 것처럼 은은하게 성곽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었다.
외부로 나가면 기존의 건물에서 사용했던 아궁이와 굴뚝과 일부 공간을 부분철거만 하고 그대로 두었는데, 아쉬웠던 점은 간략한 설명이 적혀있는 판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이며 건물 자체가 옛 시장 공관이라는 역사적 건물이기 때문에 건물에 대한 별도의 해설이나 설명 등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2층은 옛 시장들이 개인공간으로 쓰였으며 현재는 역대 시장 및 시장공관에 대한 내용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측면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휴식처도 있고, 바깥의 조경을 바라볼 수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2층의 영상실은 도코노마(床の間 : とこのま)를 활용하여 상부에 빔프로젝트를 설치하고 벽면에 영상을 띄워서 전시하고 있었다. 별도의 쇼룸을 두지 않고 건물의 공간을 활용한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2층의 구조 중 기존의 것을 그대로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던 부분인데 기둥 하부는 털어내더라도 상부의 구조를 살릴 수 있도록 철제로 된 지지대를 세워 놓았다. 건물을 최대한 살리고 공간을 구성하려고 했던 설계의 컨셉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번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옛 시장공관)은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고 평일 오전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조용하고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환경이었지만 건물의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전체적으로 다양한 전시기법들을 활용하여 한양도성에 대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었던 점은 구획마다 신선하였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안내해주시는 분들도 매우 친절하셔서 구경하는 내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카페는 재계약으로 인해 지금은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조만간 다시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10월28일, 11월11일 토요일 오후 4시에는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지역주민과 한양도성 순성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구성되어 있다.
현재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관람객이 많진 않지만, 앞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하여 한양도성 및 근대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