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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2주년(11.25)
국립아시아문화전당(舊 전남도청 본관) / 우규승&KSWA+삼우설계+희림건축(2015)
도시설계가 Archur
2017.11.28

영화 <택시운전사>의 배경은 19805월의 광주. 사실 그날의 광주는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그만큼 그날의 광주는 현실과 멀었던 현실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주 배경인 전남도청이 나오지 않은 점이 다른 영화들과 다르다고 느꼈다. 영화의 소재가 '택시'이니 택시가 달릴 수 없는 전남도청 보다는 시가지, 뒷골목, 인접도시로 연결되는 도로가 더 적절한 배경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1993519일 새 전남도청 입주계획 발표 이후 새로운 전남도청은 2005년 남악신도시에 준공됐다. 그런데 전남도에게는 도청이 이전할 지역의 청사진 보다 이전하고 남은 전남도청 그리고 그 주변의 활용방안 제시가 더 중요한 과제였다. 왜냐하면 舊 전남도청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2002노무현 대통령은 광주광역시를 '문화수도'로 육성하는 선거공약을 수립했다. 그리고 취임 뒤 5.18추모행사에서 광주를 '아시아 문화예술메카'로 육성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해 117<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계획> 보고회가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렸다. 광주를 문화수도로 육성하겠다는 공약 이후 그 과정이 구체화되면서 '아시아'라는 지역이 등장했다. '아시아'였을까?

월간 공간지SPACE 20061월호(458)에 실린 <우리 도시의 문화정체성03: 문화도시 만들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를 보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사업은 주체적인 근대화 과정을 겪지 못한 아시아 도시들과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의 정체성을 엮고자 하는데 그 핵심이 있다." ,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사업의 핵심은 "문화를 통한 아시아의 평화적 연대 도모".

5.18민주항쟁을 아시아 지역의 주체적인 근대화 과정이나 아시아 도시들의 민주화 운동과 엮어내기는 쉽지 않다. 물론 민주화 과정에서 독재자, 군사쿠데타의 등장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 그리고 대량 학살은 마치 필연적인 법칙처럼 일어나고 문화적 범주를 아시아로 좁힌다 하더라도 각 국가, 각 도시의 민주화 과정은 개별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개념이 포괄적 의미를 지닌 '문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비전Vision"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6927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약칭: 아시아문화도시법)이 제정됐다. 특별법을 바탕으로 본 사업은 2023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문화적도시환경 조성, 문화산업육성, 투자진흥지구 지정 등인데 이 중 핵심시설은 단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er, 이하ACC)이다. 흥미로운 점은 ACC의 입지가 '도심일원'으로 일찌감치 정해졌다는 것이다<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계획>. 여기서 도심일원은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하는 그 일대다(대지면적 110,243).

국가가 주도하는 대규모 문화 및 집회시설 건립 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설의 입지다. 과거 문화 및 집회시설은 공공이 자주 이용해야하는 시설임에도 공공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입지에 들어서 왔다. 가장 큰 이유는 넉넉하지 못한 부지매입비. 여기에 누군가의 치적사업으로서의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이 더해지면 기존 도시 조직과 절연된, 허허벌판에 도드라진 건물로 조성되게 된다.

대규모 문화 및 집회시설의 입지 결정 메커니즘Mechanism과는 별도로 공공청사의 신축 메커니즘도 있다. 대부분 공공청사의 신축은 기존 시설 및 부지 매각비로 새로운 건물의 건설비 및 부지 매입비를 충당한다. 이 메커니즘을 전남도청에 적용해보면 전남도청 부지는 아파트 단지 아니면 최소한 상업시설이 혼합된 복합개발 정도의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남도청이 1930년대 준공된 건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도 근대문화유산으로 남기는 수준이었을 듯하다. 그러므로 ACC의 도심 일원 입지 결정은 이 두 가지의 흔한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ACC가 이전한 전남도청을 대신해 광주광역시 구도심의 새로운 축으로서의 역할을 맡겠다는 것도 의미했다. 문제는 그 새로운 축, ACC의 구체적인 프로그램Program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름에 등장하는 '문화'는 그 의미와 범위가 너무 폭 넓기 때문이다. ACC홈페이지를 보면 "ACC는 아시아 과거-현재의 문화예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신념이 만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국제적인 예술기관이자 문화교류기관"이다. 현재 ACC내 시설은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이다.

도심기능 이전에 따라 쇠퇴를 막기 위한 새로운 기능을 고민하는 건 어떤 지자체나 마찬가지다. 가끔 그런 고민을 보고 있으면 '왜 굳이 이전을 할까?'라는 의문도 든다. 이런 관점에서 춘천시청사의 기존 부지 신축은 분명 다른 접근이다. 물론 기존 시설과 주변의 꽉 들어찬 도시조직 속에서는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이해는 되지만 어렵다고 해서 해결하기 쉬운 땅으로 옮기고 기존 땅에 맞는 무언가 새로운 기능을 찾는 건 더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그 건물이 어떤 기억을 담고 있다면 기존 시설이 해결하지 못한 불편함에 흔적까지 더해 뭐가 될지 모르는 시설에게 떠넘기는 모양새 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시설은 당연히 그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한다. 그래야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는 그렇게 동대문 운동장을 지웠다. ACC로 초점을 맞추면 기존 공공청사를 대신하는 기능은 대규모 문화 및 집회시설이었고 기존의 흔적은 ACC의 존재 이유이기에 지울 수 없었다.

2005518일 국제건축가연맹UIA인증 국제현상설계 방식으로 <아시아문화전당 국제현상설계 공모전> 이 실시됐다. 참가등록 팀은 총 467. 이 중 최종 제출자는 대략 1/4정도 였다고 한다. 122일 당선작으로 우규승&KSWA의 안이 선정됐다(위 이미지). 2등은 승효상, 알베르토 프란치니+안드레아 보쉐티Alberto Francini+Andrea Boschetti(이탈리아), 3등은 안드레 페레아 오르테가Andres Perea Ortega(스페인), 장윤규+신창훈+김우일, 정영균+볼프 프릭스&쿱 힘멜블라우Wolf D.Prix&Coop-Himmelb(l)au, 최삼영.

우규승은 "20C가 도시의 심장을 필요로 하는 시대였다면 21C는 도시의 허파가 필요한 시대"라고 했다. 더군다나 ACC 부지에 만들어질 공원은 "광주민주화 운동에 뿌리를 둔 시민들의 참여의식과 사회적 진보가 일구어낸 결과를 반영한다"고 했다. 그는 이 공원이 "도심 속 열린 공간이 되어 과거의 희생, 인권, 평화에 대한 상징물들과 함께 열린 교류, 접근성, 투명성 그리고 광범위한 참여의 의미를 내포할 것"이고 "이곳에 조성되는 다양한 경관은 지역과 국가뿐 아니라 세계를 대변하는 풍경이 된다"고 설명했다SPACE 200601(458). 도심 속 열린 공간과 민주주의 그리고 아시아와 세계라는 사업의 키워드를 연결하려는 발언이다.

ACC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완성시키는 요소는 단연 ''이다. 빛은 빛고을, 광주光州의 상징이며, 빛이 만들어 내는 숲은 "자연과의 긴밀한 관계를 이루는 아시아가 가진 가장 큰 가치 중 하나". '빛의 숲'은 낮과 밤이 다른 풍경으로 드러나는데, 낮에는 건물 내부로 스며드는 빛이 연출하는 숲, 밤에는 건물 안에서 주변 도시로 발산하는 빛이 만들어내는 숲이다. 다른 이 두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장치는 채광정(일종의 광덕트Duct, 위 사진)이다. 다양한 형태의 채광정과 더불어 흙막이 벽과 건축물을 구조적으로 분리시킨 공간에 조성된 대나무 정원은 대부분의 시설이 지하에 묻혀 있음에도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한다(아래사진).

ACC가 광주 도심일원에 지어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ACC5.18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당선작은 대부분의 시설을 땅에 묻었기 때문에 땅Land 위에 도드라지는Mark 요소는 거의 없다. 물론 그럼으로써 5.18의 상징인 전남도청은 더 잘, 유일하게 드러나지만 광주의 여론은 그에 버금가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원했다. 당선작 선정 이후 10여 년 동안 두 번에 걸쳐 설계 변경이 있었는데, 가장 큰 이슈Issue 중 하나가 랜드마크Landmark에 대한 요구였다. 우규승은 땅 아래 대부분의 시설이 묻히는 자신의 안을 의식해서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되는 장소는 그 자체로 랜드마크가 된다"고 설명했지만 이런 설명이 즉각적인 랜드마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닿을리 없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들이 전남도청 별관의 원형 보존을 주장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랜드마크를 만드는 이유, 즉 땅Land에 표시Mark를 하고자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무엇을 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랜드마크의 목적은 땅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흔적을 남기다 만들어진 무엇이다. 그렇다면 그 무엇이 굳이 거대하고, 거창하고 시각적으로 확연하게 인지될 필요는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랜드마크가 아니라 마인드마크Mindmark. 앞 단락에 인용한 우규승의 말을 다시 한번 읽어보라. 그는 마인드마크를 염두해 두었다. 어찌됐든 랜드마크는 마인드마크를 위한 수단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랜드마크와 아이콘Icon을 헷갈려 한다는 것이다. 아이콘은 사전적 의미로 "(특정한 사상·생활 방식 등의 상징으로 여기지는)우상"이니 결국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아이콘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ACC 건립의 어떤 목표 보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도심에 만들어진 허파, 공원에 있다. 물론 공공을 위한 정원, 즉 공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푸르르고 더 개방적인 공간이 되어야 겠지만 이는 자연의 역할이 필요한 일이니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도심 내 공원이 만들어진 자연 일지라도 자연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변 녹색 공간Green space과의 연계, 도시를 둘러싼 거점 녹지와의 흐름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는 자연의 역할이 아닌 우리의 몫이다. 다행히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조선대학교까지의 거리와 광주를 가로지르는 광주천까지의 거리가 500m 이내로 도보권이다. , 정말 녹색의 공간이 아니라 서남로와 서석로가 걷기 편한 환경만 되어도 기꺼이 접근할 수 있는 거리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설계자가 "내향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성찰과 관조야말로 아시아 문화가치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주변 도시조직과 더 대응되어야 한다. 이는 ACC가 공원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현재 ACC 경계와 주변 도시조직과 만나는 도로 -서석로, 문화전당로, 문화전당로26번길, 제봉로- 에 서면 ACC쪽 보도는 걷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대나무 정원의 파라펫parapet은 보도를 따라 연속된 빈 벽Empty wall이다(위 사진). 왕복2차로로 폭이 가장 좁은 북쪽의 서석로는 반대쪽 근린상가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받아주지 못해 안타깝다.

세 번째는 ACC에 입지한 대규모 문화 및 집회시설의 활용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시설 운영 주체의 역할 뿐만 아니라 그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이에 대해 이영범은 "도시민의 일상이 문화화될 때, 즉 문화의 접근성, 이용가능성, 편의성 등의 문화공공성이 도시의 공간환경 차원에서 확보되어 문화가 도시민의 일상생활이 되는 도시경관이 문화경관의 핵심이다"고 말하며, "문화경관계획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주체인 시민이 문화적 체험을 통해 어떻게 문화화되는가, 그리고 문화를 통해 어떻게 개인이 공동체화 되는가이다"라고 피력했다SPACE 201306(547).

ACC에 들어선 대규모 문화 및 집회시설의 활용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 시설들이 바퀴의 새로운 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ACC는 대규모 문화 및 집회시설의 입지를 결정하는 뻔한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입지 상으로는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지어졌다. 이론적으로 공공문화시설의 입지로서는 최적이니 그 이론이 현실에서도 그렇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반드시 증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문화도시가 됐든 창조도시론이 됐든 공공문화시설이 바퀴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다른 도시에도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다.

도시설계가 Archur

Archur가 해석하는 도시,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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