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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삶을 관찰하다 : 이탈리아
일상과 기도
건축가 이준호
2018.02.01

 이탈리아의 길을 걷다 보면 담벼락이나 건물의 외벽 심지어 성당 내부에도 성인이 그려져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성인들은 길을 자주 다니거나 그 길에서 의미 있는 기억을 가진 사람에게, 건물의 주인에게, 성당이 있는 마을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사람들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나는 길에 자신과 관련된 성인이나 특별한 의미를 갖는 성인이 그려져 있는 곳에 잠시 멈춰서 무언가를 비는 기도를 한다.

 성당에도 저마다 다른 성인들의 제단이 있고, 사람들은 자신만의 순서로 성인들에게 기도를 올린다. 성당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존중한다. 종교적으로 자유로웠던 다신교 국가 로마의 후손들은 4세기경 가톨릭이 국교로 공인되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종교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주 새로운 신을 모실 수는 없지만, 오랜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많은 성인들이 새로운 신이 된 셈이다. 

 

 

 


 

 아파트를 나와 '아우렐리우스 방벽'을 따라 '스페인 계단'으로 향하던 중,

 성벽에 만들어진 'Ave Maria'의 초상을 지나친 순간 천천히 움직이던 차가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장미꽃을 든 백발의 노신사가 내렸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장미꽃을 'Ave Maria'의 초상 앞에 있는 꽃병에 꽂았다.

 그리고, 정갈한 자세로 차분하고 경건하게 기도를 드리고는 다시 차를 타고 저 멀리 사라져 갔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마치 매일 치르는 의식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길에 있는 성인의 초상에 기도를 올리는 것은 그곳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가족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나니, 그때, 그 노신사는 어떤 기도를 올렸을지 궁금해졌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에서 잠깐이나마 누군가를 위해 멈출 수 있다는 것은 초단위로 쪼개진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의식'일지도 모른다.

 

 마을 어귀의 서낭당과 장승들,

 산을 오르는 길가에서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돌탑들,

 우리에게도 잠깐의 기도와 의식으로 나와 더불어 타인의 무운을 빌고 주변의 영혼을 위로주던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로마 거리의 한 노신사 덕분에 떠올릴 수 있었다. 

 

※ 이 글은 'brunch'에도 함께 올라갑니다.

건축가 이준호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딫히는 공간에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일상의 공간이 풍부해지고, 따뜻해져야 비로소 도시가 풍부하게 변합니다.
건축그룹[tam]은 따뜻하고 풍요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끊임없는 탐구와 치열함을 즐기는 젊은 건축가 집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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