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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에 새 삶 담기
건축가의 집 이야기
장서윤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
2018.03.22

이 글은 월간 전원생활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집을 고쳐 쓰는 것은 새로 짓기보다 어렵고, 비용도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많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옛것을 고쳐 그 안에 새로운 이야기와 삶을 담아내는 것은 그 자체로도 꽤 괜찮은 일이다.

 


슬금슬금 봄이 다가온다. 3월은 공사가 가장 많이 시작되는 달이다겨울 내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결과물을 현실로 만들기에 3월은 여러모로 좋다신축공사의 경우 3월에 시작하면 너무 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골조 공사를 끝낼 수 있고한 여름 비지땀을 덜 흘리려면 리모델링 공사도 봄에 시작해 끝내는 것이 좋다.


고쳐쓸까새로 지을까

예전에는 너무 흔하거나 값싸다고 주목받지 못하던 적벽돌집이나 시멘트벽돌로 지은 집들이 멋지게 고쳐져 카페나 식당이 되는 모습을 요즘 흔히 볼 수 있다옛 것에서 향수를 느끼고지금은 불가능해진 예전 것들의 가치를 알고 귀하게 보는 이들이 많아진 때문이다그러다 보니오래된 주택을 고치고 싶다고 상담을 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집을 고치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오래된 집의 경우 도면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고도면이 있다 해도 오랜 세월 고치며 살다보니 도면과 현장이 같은 경우가 거의 없다공사를 시작하기 전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공사 중의 변수들로 공사비는 늘어나고기간도 늘어난다그간의 마음고생은 말할 것도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첫째로신축을 하면 면적이 줄어드는 경우다오래된 집은 예전의 법규에 맞추어 지어져 있지만 관련법은 그 사이 많이 바뀌었다주차장법도 많이 강화되었고대지 경계에서도 반드시 규정 이상 거리를 두어야하기 때문에 신축시 이전보다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둘째로신축이 불가능한 대지일 경우다건물이 지어져있어도 도로에 접해있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신축이 불가능하다도시에서는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경우 신축이나 대수선이 불가해서 적당히 수선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예산이 부족하거나기존의 주택이 가진 매력을 살리고 싶은 경우다예산을 아끼려 하는 경우에는 공사 중 예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고려해야 한다그리고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남길 수 있는 것과 남기고 싶은 것을 잘 구분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마음 맞는 건축가와 상담해 보는 것도 좋다집을 고치고그 장소가 갖고 있던 이야기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간다는 것의 가치는 그저 외면할 것은 아니다.

 

 

고려해야 할 것들


 

오래된 집의 경우구조가 불안한 경우가 많다리모델링을 결정하기 전 내력벽기둥바닥주계단보와 지붕 등 주요 구조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이에 대해서는 안전진단을 미리 해 보거나건축가와 상담을 해 보는 것이 좋다.


조금만 고쳐서는 사용하기가 힘든 경우 법률상 대수선에 해당하는 수선을 해야 한다지붕이나 기둥내력벽 등을 일정 범위 이상 철거하거나 수선할 경우 이를 대수선으로 보는데신고나 허가를 받은 뒤 공사를 진행해야 하며인허가 비용 뿐 아니라 인허가 기간으로 인한 공사 지연도 염두에 둬야 한다.


리모델링은 철거부터 시작한다. 계획에 따라 일부만 철거를 진행해야 하므로 철거 공사도 섬세해야 하며 반드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철거 공사 외에도 리모델링 과정에서는 변수가 워낙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현장에 관심을 두어야 나중에 비용이 몇 배로 들거나 후회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난방상하수도가스 등 설비에 관한 것도 면밀히 살피고 공사를 계획해야 하며단열과 누수는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또한 최근 리모델링에 관심이 많이 생기면서 지자체 등에서 노후주택 수리 시 지원을 해 주는 경우도 많으므로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직접 고친 이야기


 

필자는 재개발지역에 40년 정도 된 주택을 고쳐서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월세로 있는 사무실이라 계약 전부터 집 주인과 수리비용에 대한 것들을 어느 정도 협의하고 공사를 계획했고공사 중 비용이 올라갔을 때에도 협의 하에 진행했다대부분의 공사 과정을 직접 진행했고매우 저렴하게 공사를 했기 때문에 더욱 탈이 많았다.


처음 봤을 때 예전 다락과 주방이 있던 작은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는 천장이 설치되어 있었고천장이 없는 부분은 층고가 꽤 높았다천장을 철거하면 높은 층고의 공간이 나올 거라 예상했고그 때문에 집을 고쳐 쓰기로 마음먹었다나머지 공간은 석고보드로 모든 공간들이 마감되어 있었고벽 하나와 기둥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이 뚫려있어 그 하나의 벽만 조금 철거하면 공간 활용이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사 시작 전 이웃들에게 작은 간식들과 함께 인사를 했고철거 공사가 시작되었다그리고 철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장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현장에 가보니석고보드를 철거한 상태의 집은 기가 막혔다기둥인 줄 알았던 것은 기둥이 아니었고시멘트 벽돌로 쌓은 벽들을 마구 자르고 남은 벽이었다철거 전이나 후나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상태였지만눈에 보이는 불안은 사람들이 다급하게 지지대를 설치할 수밖에 없게 했고우리는 바로 금속 업체를 수소문했다구조 보강을 해야만 했고 철거하려던 벽은 손도 대지 못했다.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 발생했다천장 철거를 끝내고지붕에 일곱 겹이나 쌓여있던 천막을 걷어내고 나니지붕 마감재는 시멘트 기와라 다 부스러져 있었고 지붕 곳곳의 합판들이 삭아 구멍이 뚫려 있었다어쩔 수 없이 지붕 내장 마감재와 외장재 모두를 수리하고 교체하는 공사도 추가되었다.

 




전기와 수도 공사도 완전히 새로 해야만 했고뚫린 외벽을 합판으로만 대충 막아둔 부분들도 여러 곳 있어 창과 문도 새로 만들어 끼워 넣어야 했다비용은 계속 올라갔다결국 바닥과 벽은 직접 미장과 칠을 했고도면에 글을 쓰거나 시공 감리만 해봤지 기술도 없는 우리가 그리 잘할 리가 없으니 퍽 거칠고 어설프게 마감이 되었다.

 


 


 


새로 태어난 집에서 지낸다는 것


우리는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바닥 난방 등 많은 부분을 포기했고단열이나 방수도 완벽하지 않다창호도 교체할 수 없었고외부 공간도 많이 손댈 수가 없었다그렇지만 우리는 덕분에 조그마하지만 그래도 마당이 있는 사무실을 서울 시내에 갖게 되었다높은 층고를 가진 공간은 시원하면서도 아늑하고앞집 지붕보다 높이 창으로는 동네 고양이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이 보인다거친 벽도 나름의 멋이 있고봄이 되면 마당에서 꽃도 허브도 잔뜩 키워낸다.

 


 

집을 고치는 건 쉽지 않고때로는 새로 짓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기도 한다제약이 많아 마음대로 고치기도 힘들다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면그리고 절대로 해야만 하는 본인의 이유가 분명하다면한 번 해봄 직한 일일 것이다.



새로 짓는 집이든고쳐 사는 집이든가족들의 이야기를 잘 담아낼 집을 늘 꿈꾸며 살기를 권하고 싶다.




글. 장서윤

출처. 월간전원생활

장서윤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

디자인랩 소소는 아주 특별한 보통의 것을 통해 자그마한 웃을 지을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일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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