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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후평동 100년 주택
건축가 최성경
2019.03.20


지나는 길에 우연히 오래된 집을 발견했다. 눈에 들어온 이유는 분명했다. 

“2층 한옥! 특이하네?”


사무실에 돌아와 그 집의 건축물대장을 확인해보았다. 1920년. 워낙 오래된 집이라 준공연도가 정확히 기재되지 않았겠지만 지어진지 약 100년이나 된 집이었다. 지방에, 100년 된, 2층 한옥. 손꼽히는 부자였거나 일본인의 집, 정도로 유추해볼 수 있었다. 


아는 분이 근처에 사셔서 이런 집을 봤다고 하니 “아~ 그 집” 하시며 짧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할아버지 한 분이 사셨는데, 몇 년 전부터 보이지 않으신다고. 그 주변이 넓은 과수원이었는데 다 그 집 것이었다는 정도?

‘100년 된 이름 없는 집에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다? 대단한데?’ 다음에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어제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식당 옆에 있는 그 집은 마당까지 아무나 차를 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최근에 화재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대청마루 서까래와 기둥이 검게 그을려 있고 집 곳곳은 먼지가 앉아 있었다. 몇 해 전 화재가 난 이후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주인 없는 집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다.


지어진 시기와 위치를 봤을 때 관련 연구를 하는 분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앎이 부족해 그저 눈에 담는 것밖에 하지 못하여 사진과 대략의 평면을 남겼다.












사무실로 돌아와 그 시기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다. 1920년 전후는 한식, 일식, 양식이 혼재하고 뒤섞이던 시기라 한다. 형식을 살펴보니 이 집은 한식+약간의 일식 정도로 보인다. 당시 우리의 주택에 관한 논의도 살펴볼 수 있었다. 주로 개량에 관한 논의인데 그중 두 개를 골라 보았다.


"부엌을 안방에 가갑게 함은 음식 만드는데 직접 관계가 있는 부인이 안방에 있게 되는 등 여러 가지 관계의 편리를 어드려는 까닭이나 실상 이것이 위생상에도 좇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집 전체의 미를 업시하는 것이외다. 그러니까 이 부엌을 집재 뒤쪽에 둔다하면 드나드는 사람에게도 보이지 아니하고 앞뜰이 깨끗하여 질 것이외다. 그리고 우리의 습관은 매일 깨끗하게 하여야할 변소를 너무 더럽고 좁게 하는 것은 빨리 고쳐야 하겠습니다. 변소란 것은 실로 우리가 늘 들어 있는 방보다도 더 깨끗하게 하여야 할 것이니 이것은 우리의 건강을 해롭게 하여 심하면 목숨까지 빼앗아가는 무서운 병균이 만히 있는 까닭입니다."

(「주택은 여하이 개량할가」『동아일보』,1923.1.1.)


"건축 설계를 생각할 때에는 제일 먼저 재래 가옥제도의 단점을 먼저 생각해 보기로 한 바 첫재로 생각되는 것은 전체로 밝지 못하다 하는 것 이엿슴니다. 그중에도 안방마루 부엌가튼 곳이 더욱 심한대 안방은 부인 소아남자들이 상거하는 곳인만큼 일광을 잘 밧어서 발고 공기 유통이 잘 되어야 할 곳인대 부엌에 막히고 마루에 연하고 또 한편 세간 쌋키에 막히고 하야 공기유통이 잘 되지 안코 불결하기 짝이 업스며"

(「돈 덜들고 새롭고 편리한 집을 이은 이약이」,『별건곤』제16·17호,1928.12)


1941년 7월 조선주택영단 이라는 곳이 생기며 우리나라에서 공영주택이 공급되는 틀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조선주택영단에서 표준설계도의 설계지침으로 제시한 10가지 방침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중류이하의 봉급생활자를 대상으로 한다.

2. 잡다한 종류의 주택건설은 건축비 상승을 초래하므로 될 수 있도록 규격을 통일한다.

3. 많은 양의 공급이 시급하더라도 절대로 질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4. 건평을 20평 이하로 한다.

5. 마당을 마련한다. 대지는 건평의 3배로 한다.

6. 외관은 일본식 건물을 기준으로 한다.

7. 내부설계는 한국의 풍토기후에 적합할 수 있도록 다다미 및 온돌을 적당히 배치한다.

8. 어떠한 점이라도 하루에 4시간 이상 채광이 되도록 한다.

9. 원칙적으로 온돌방은 하나이상 확보한다. 경성이남은 온돌이 있는 방과 없는 방을 반반으로 한다.

10. 갑을병에는 욕실을 설치하여 욕실이 없는 주택 등에는 50호 단위로 공동욕장을 설치한다.



문제가 되는 것과 대처하는 지침을 보면 대부분이 주거공간의 기본이 되는 채광, 환기, 위생에 관한 내용인 것으로 보아, 당시 보통의 사람이 살고 있는 집과 생활여건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금 우리는 확실히 나아진 건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빽빽하게 지어진 원룸 빌라촌과 반지하, 건조대와 한 방을 쓰며 생기는 습한 공기. 100년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건축가 최성경

무화건축사사무소는 다각적으로 바라보며 만남과 대화를 바탕으로 가능한 대안을 찾습니다. 편견 없이 오래된 것을 존중하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우리의 건축이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도록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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