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로서, 그리고 도시 계획을 하는 사람으로서, 또한 건강한 관점을 가진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 고등 교육에 시간을 쓰는 교육자로서, '스마트 시티'를 위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마트 시티란, 시민들의 눈에 띄지 않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고, 디지털 건축은 컴퓨팅이 숨으면 숨을수록 고유한 건축의 가치가 나오기 마련이다."
지금 시기는, 도시와 건축을 제대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기술 환경과 사회적 인식이 갖추어지고 있는 기회인데, 요란 떨다가 망치지 말기를 바란다.
수업 시간에 나는 '스마트 시티'와 '디지털 건축'이라는 환경 변화를, 각자가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에 맞는 내용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을 스스로 정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도시'라는 본질만 남을 것이고, '디지털'이라는 일시적 용어도 없어지면 '건축'에 대해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제시한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단어' 자체에 휩쓸리면, 그러한 개념이 등장하게 된 이면의 배경을 모르기 일쑤고, 마치, 벌집만 보면 정신 못 차리고 뛰어다니는 곰돌이 푸처럼 함께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듯이 허둥지둥하기 마련이다.
최근 스마트 시티를 대하는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의 모양새가 그렇다. 몸이 달아오른 것처럼 보인다. 급기야는, 외국 게임을 들고 나와서는 '스마트 시티'를 이루겠다고 국민들에게 이벤트를 벌이기 시작했다. 무슨 배경으로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질문해야 한다.
국토연구원에서는 30년 전에 미국의 게임 회사가 개발한 '심시티'를 가지고 왔고, 한국 국토정보 공사와 한국주택공사(LH)는 3년 전에 출시한 '시티즈 : 스카이라인'을 이용해서 도시를 제안해보라고 한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지만, 이걸 스마트 시티랑 연결하겠다니. 게임 회사가 개발하는 라이브러리로 조물거리다 보면, 도시를 바라보는 창작력도 그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자. 그것도 국민 세금 가지고.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다.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 지금은 그런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