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된다. 설 연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귀향(歸鄕), Going Home이다.

집을 형태적을 표현하면 우유갑 처럼 생긴 오각형일 듯 하다. 육면체 mass에 박공지붕을 올린 형태. 이 형태가 집의 원형(ur-type)이 된다. 집의 원형을 Design Motive로 설계를 시작한 건물이 있다. 집이 아님에도 집의 원형을 따른 그 건물은 독일 Vitra Campus에 2010년 지어진 VitraHaus다.

2005년 Vitra Campus에 처음 갔을때와 2012년 두 번째로 갔을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Alvaro Siza가 설계한 공장동(1994) 이후 지어진 두 건물이었다. 특히 공장동이 모여있는 보안영역 안쪽에 있는 SANAA의 Vitra Factory(2012) 보다 Vitra Campus 동쪽을 지나는 Romerstraβe에 면해 있는 Vitrahaus가 더 크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Campus내 공장동 뿐 아니라 Campus 밖에 배치된 Vitra Design Museum(Frank Gehry, 1989)이나 Vitra Conference Pavilion(Ando Tadao, 1993) 모두 2층 이하의 높이여서 5층(지하1층)으로 지어진 Vitrahaus는 나름 수직적인 건물이기도 하다. Vitra Campus 주변도 교외 풍경과 전원적 풍경이 교차하고 있어 Vitrahaus는 꽤 눈에 띄는 건물이다(연면적: 연면적 4,126㎡).

이러한 외부적인 조건 외 Flagship store이자 Home Collection의 전시장이라는 Space Program도 고려해야 할 조건이었다. 사무용 가구에 초점을 맞춰왔던 Vitra는 2004년부터 'Home Collection'을 시작했는데, 이 사업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Showroom이 필요했다. 가구를 사본 사람은 전시매장에서 본 가구가 실제 집에 들여놨을때 예상보다 커서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가구가 전시되어 있는 매장의 Scale이 집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Scale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공장형 매장형태로 대표되는 IKEA도 실제 방과 부엌 크기로 Section을 나눠 연출하는 방식으로 가구를 전시하고 있다. Home Collection 전시장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집에서 쓰는 가구를 집에서 팔지 않는다는데 있다. Herzog&de Meuron은 이러한 괴리를 좁히기 위한 해결책을 '집(Home)'에서 찾았다.

집에서 쓰는 가구와 용품을 집에서 살 수 있다면 구매자는 그 가구와 용품이 자기 집에 놓였을때 Scale과 느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왠만한 사람들이 사는 집의 크기는 Showroom으로 쓰기에는 너무 작다. 그래서 Herzog&de Meuron은 집의 원형(ur-type)에서 Design을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집'하면 떠오르는 형태는 육면체 위에 박공지붕을 올린 형태로 입면을 그리면 오각형이나 우유갑 같이 생겼다. 하지만 Herzog&de Meuron은 이 집의 원형을 전시를 위한 동선을 고려하여 엿가락처럼 늘리고 전시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쌓았다. 그러므로서 Vitrahaus를 보는 어느 누구도 집의 원형을 직접적으로 떠올리지 않는다(최고 길이 57m, 폭 54m, 높이 21m).

​'사물의 언어'에서 Deyan Sudjic은 원형으로서 설득력이 있으려면 단순히 어떤 외양이냐가 아니라 '그 물건의 기능이 무엇이며, 사용자가 그것을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대한 사용 설명서가 따라온다면 그 물건은 결코 원형이 될 수 없다고 확신'했다. 설계자가 Design의 시작점으로 잡은 집의 원형은 조형조작을 통해 추상적 요소가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추상이 낯설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Vitrahaus에 사용된 집의 원형은 주변의 익명적인 건물들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건물들에서 찾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원형(ur-type)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Design Process는 Herzog & de Meuron의 작업 전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두가지 주제로 하나는 무언가의 원형에 대한 고민이고 두번째는 어떤 원형을 적층시키는 조형조작이다.

"By stacking, extruding and pressing -mechanical procedures used in industrial production- simply shaped houses become complex configurations in space, where outside and inside merge. The interior is designed as a spatial sequence with surprising transitions and views of the landscape. The landscape in all its variety -the idyllic Tüllinger Hills, the broad expanse of the railroad tracks, and the urbanized plane of the Rhine- was the incentive to design a building that concentrates on the vertical. In contrast to the other buildings on the Vitra Campus, an essential component of the design involved drawing the outdoors inside."

- Herzog&de Meuron's Homepage -

Vitrahaus를 외부에서 봤을때 집의 원형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내부에서는 구상적(Concrete)으로 느껴진다. 가구가 전시된 배경으로 집의 원형 형태가 Frame을 잡고 있고 그 Frame 안쪽으로는 주변 풍경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풍경은 집의 원형 Frame이 어느 방향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Vitra Campus주변 풍경의 특징인 전원적이거나 혹은 교외적이다. 그리고 이 풍경들은 구매자들 -Vitrahaus를 방문하는 대부분이 Europe인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이 사는 집에서 보는 풍경과 그닥 다르지 않다. Showroom에 서 있는 구매자는 자신이 사는 집에서 보는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을 배경으로 한 집에서 Vitra가 만든 가구와 용품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구매자가 Vitrahaus에서 접하는 아주 작은 차이는 자신의 집과 집의 원형 사이의 차이 정도일 것이다.

"공간이 다양한 의미를 가지려면 여러가지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가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간에 녹아있는 갖가지 의미가 노골적인 제안이 아닌 은근한 자극으로 느껴져야 한다. 최초에 부여받았던 의미를 박탈당한 공간은 어떤 의미든 다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다중적인 성격을 지닌다. 하지만 1차적인 목적 외의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되지 못한다. 현대 사회의 속성인 다양성에 대응하려면 '굳어진 의미'라는 족쇄로부터 공간을 해방시켜야 한다. 그리고 원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원형은 여러 의미와 결부되기 때문에 Program을 흡수할 뿐 아니라 새로운 Program을 생성하기도 한다."

-Herman Hertzberger의 건축수업, Herman Hertzberger-

Herzog&de Meuron은 Showroom이라는 용도를 고려하여 동선계획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실제 집 Scale과 유사한 전시 Section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어찌됐든 각 Section을 구매자들이 물 흐르듯 지나가면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12개의 Mass가 적층되어 있는 Vitrahaus의 관람동선은 Ground floor에 있는 분산된 다섯개 Mass가 둘러싼 가운데에서 시작한다(아래사진). Lobby에 들어사자 마자 있는 원형 계단으로 2층에 올라 N자 → >자 → ＼자 → 一자로 이어진다. 다양한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니 관람자는 결국 Vitrahaus 주변을 둘러싼 모든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Vitrahaus의 다른 면은 밤에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주변이 어두워진 상태에서 Charcoal color의 Stucco로 외부마감 된 Vitrahaus의 Mass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Vitrahaus에서 밤에 보이는 요소는 안에서 새어나오는 빛으로 인해 집의 원형으로 잘려나간 Mass의 단면이 공중에 붕붕 떠 있는 장면이다(아래사진). 이를 극대화하고자 설계자는 일부 Mass를 Cantilever로 15m 정도까지 이격시켰다. 낮에 Vitrahaus가 집의 원형으로 추상화된 모습이라면 밤이 되면 다시 집의 원형이 구상화되는 것이다.

"건축의 원형에 관한 개념은 잘 다져져 있었다. 적절성을 위해서는 박물관은 박물관답게 보여야 하고 교회는 누가 봐도 교회임을 알아볼 수 있어야 했다. 특정한 건축 Style들은 특정한 기능들이나 특징들과 연관되어 있었다. Post-modernism의 분출이 정점에 달했을 때조차도 공항을 고전주의 양식으로 건설하는 데에는 저항감이 있었다. 비행을 불안해하는 승객들에게는 아직도 기계시대의 언어가 어느 정도 믿고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이런 공항 같은 구조물들이 도시의 풍경을 형성하고 우리는 그 풍경을 기준으로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데, 그 풍경이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길을 잃고 마는 셈이다."

-사물의 언어, Deyan Sudj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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