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대지와 공간에 대해서는 기능성과 효율성을 바탕하여 군더더기를 제거 한 디자인방법론으로서 가치를 극대화 하고자 합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주익현
- 설립
- 2017년
- 주소
- 서울 강남구 신사동 564-12 3층
- 연락처
- 02-512-7892
- 이메일
- jih@ciid.co.kr
면면면(面綿丏)
Myun, Myun, Myun (Façade, Connect, Screen)
마을로 침투한 개발논리_ 이방인의 조심스러운 방문
자본주의로 인해 변화하는 동네의 흐름은 거스르기 어렵다. 이른바 홍대 상권이라 일컫는 망원동, 연남동, 상수동으로 빠르게 뻗어가던 흐름은 어느새 한강 어귀에 있는 합정동 구석 골목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주거지로 가득한 이곳에서 30~40년 동안 조용히 살고 있던 사람들도 급작스러운 땅값 변화에 들썩일 수밖에 없을 테고, 그렇게 외지인이 하나둘씩 조용히 침투하고 있다. 누군가는 아직 주변에 마트 하나 없는 조용한 동네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발전할 것이라는 선구안을 발휘하여, 임대형 근린생활시설을 계획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우릴 찾아왔다.
근린생활시설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사업성이다. 각층마다 면적을 시원시원하게 뽑아내고, 너무 과하지 않게 멋지게 디자인하면 중간은 간다. 사실 이런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한 골목에 민폐가 아닐까 걱정이 될 뿐. 우리가 이미 수차례 경험하고 극복하 지 못했던 젠트리피케이션의 전조현상에 대처한다는 거창한 포부는 우선 제쳐두겠다. 이미 그 흐름은 너무나 무겁고, 큰 파도라 이 작은 건축물로써 총대를 메겠다는 위험하고 무모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님을 확실히 해 두려 한다.
다만, 우리가 집중한 것은 외지인으로서 기존 주거지에 어떻게 하면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다. 속옷 차림으로 편하게 있던 집에 갑작스럽게 손님이 찾아온다면 그 누가 당황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우리가 제안한 방식은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이었다. 이른바 가성비를 추구한다는 명목하에 리모델링으로서의 접근은 어쩌면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조금이나마 실패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인 것과 동시에, 익숙한 스케일과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예전부터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던 오래된 주민에게 드리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보았다.
面 (낯 면)_ Façade, 공공성을 가진 벽
우리나라에는 참 붉은색 벽돌건물이 많다. 오래되고 더러워져도 태가 나지 않아 1980~90년대 굉장히 사랑받았던 재료였다. 그래서 그 당시 신축된 주택들은 그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어느새 서로의 구분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원래 이곳에 있던 건물도 역시 붉은색 벽돌로 지어졌었다. 그 옆도, 그 건너편도, 그 반대편도, 앞집도. 종류만 다른 뿐 모두 비슷비슷한 느낌.
수익형 부동산에서 전과 대비되는 이미지를 통해 건물이 튀어 보이게 하는 것은 보편적인 접근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로 인해 동네가 망가지는 경우도 수없이 봐왔다. 나 잘났다는 표현을 아무리 한들 그 누가 반길 것이며, 그런 시비로 시작된 소리 없는 경쟁으로 이 골목길이 저급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곳의 조용한 분위기와 스케일에 맞는 담백한 벽이라면 이방인의 첫걸음으로는 죄책감이 덜 할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큰 그림을 걸어보기로 했다. 회화에서는 이차원적 평면 위에서 삼차원적 입체나 깊이가 표현되다 보니, 그려진 면은 양감이나 공간의 깊이를 암시한다. 그렇게 빛이 잘 들어오는 남쪽 벽을 캔버스 삼아 동네에 내어주면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추상화로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복잡한 동네를 정리시켜주는 가림막도 된다. 밤에는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이나 등대의 역할도 할 듯하다. 이 골목을 거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 건축물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된다면 좋겠다.
綿 (이어질 면)_ Connect,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곳
합정동 한강변 끝자락의 이 동네를 거닐다 보면 노인분들께서 느린 걸음으로 오고 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그들은 1980~90년대부터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시는 급변하는 세상의 산증인이다. 대부분의 건물주는 70세가 넘는 노인들이다 보니 오래되어 낡아버린 건물에서 특별한 보수 없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누런 벽지에, 곳곳에 누수된 흔적과 곰팡이 냄새로 가득한 공간이었으니까. 특히나 처음 건축했던 시대에는 연와조가 많았던 터라 지금은 연식이 오래되어 구조적으로도 굉장히 불안했다.
그렇게 오래되어 볼품 없어진 이 작은 건축물에도 역사가 있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수십 년간 ‘2층짜리 아무개씨네 집‘ 이외에도 ’넓고 큰 대문이 있는 집’ 또는 ’외부계단이 길가에 있는 집‘ 이었을 것이다. 이런 기억 속 장소를 강제로 지우는 대신,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이야깃거리의 대상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기존의 내력벽을 해체하고 H빔으로 공간을 재설정
기존 주택의 각 실을 구획하던 내력벽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새롭게 생긴 H빔으로 재설정된 각 층의 트여진 공간은 그동안 벽으로 가려져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시각적 확장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전환을 가능케 했고. 특히 3층의 증축부는 기존 건축물 바닥경계 그대로 수직 연장하며 층고 높은 공간을 구현하였는데, 반투과성 재료와 온통 흰색으로 가득한 벽으로 구성된 화사한 분위기는 아래층의 과거가 연속된 빈티지한 느낌과 대조되어 앞으로 새로운 생활이 이어질 미래로 확장되는 느낌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 기존의 벽을 해체하여 시각적으로 확장, 과거와 연속된 빈티지한 분위기의 저층부
△ 다양한 컬러 조명을 이용하여 차별화 한 공간구성
丏 (가릴 면)_ Screen,
서로의 일상을 지켜주는 보호체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었다. 이곳은 주거지라는 점. 좁은 골목과 건너편 주민들에게는 사생활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럴 때 차면시설로 일컫는 가리개로 창에 땜질하듯 덕지덕지 붙이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일 테지만 서로를 가려야 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메마른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사실 이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거리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단순히 가리는 것은 서로 답답해질 수 있으니 좀 더 간접적이고 유연한 방법이 필요했다. 바라봄에 대한 행위유발을 제한하거나 덜 일으키게 하는 방법의 접근이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지 않게 한다거나 빛의 확산효과를 바탕하여 덜 투과하게 하여 형상을 실루엣으로 중화시키는 방법이 떠올랐고, 루버와 폴리카보네이트는 이러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요소였다. 루버는 정면을 빼고는 대상에서 살짝만 빗겨나도 면이 넓어 보여 웬만해서는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밖을 바라보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억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반투과성 재료로서 빛을 확산하여 받아들여 눈부심은 적어지고 광량은 풍부해 진다. 시선이 차단되는 것은 물론이고, 남향이라 빛도 충분히 들어온다.
이곳은 합정역으로부터 300m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고, 이미 역 근처에 식당과 카페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멀리 있는 이곳은 사무실로 임대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 보았다. 사무실의 성격도 이 지역의 특성을 감안, 크리에이티브한 직종(디자인, 음악, 영상, IT)이 기반할 것이라 보아 야간작업이 많을 것으로 판단, 그들이 내뿜는 빛 공해 또한 어느 정도 차단이 필요했다. 사실 밤이 되면 골목이 너무 어두워서 걱정이었던 것이, 이와 같이 적절히 광량이 조절된 빛의 효과로 인해 보다 밝고 안전해 보이는 장소가 되었다.
△ 반투과성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하여 시선을 차단
△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하여 빛을 확산하고 광량을 풍부하게 유입
불확정적 공간을 구상하는 자세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수익형 부동산을 계획하는 입장이라면 자본주의 개발논리를 역행하는 것은 굉장히 무모하다. 단순히 도시의 오랜 습관처럼 반복되어왔던 기존의 낡고 더러워진 것을 없애고 깔끔하게 새로 짓는 방법만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짧은 건축 기간과 건축비로 인해서 신축에 비해 리모델링이 유리한 경우가 적지 않으니까. 특히나 기준 용적률 만큼 지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땅은 리모델링 검토가 필수다. 요즘같이 임대 건축물 공실이 늘어나는 불안한 경기에는 투자비용 대비 가성비로서 통용되는 수익률은 중요한 요소일 테니까.
더군다나 어떤 용도의 임차인이 입점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유연한 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건축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조형이나 재료에만 투자하거나, 테라스 공간, 높은 층고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그럴 듯한 계획일지 모르나 결국 건축비 상승의 주된 요인이 된다. 실제로 건축비를 많이 들인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받는 것은 어렵다. 그 지역의 시세가 기준이 되고, 그 선에서 증감이 있을 뿐이다. 그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사업성에 있어 꼭 필요한 건축적 요소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되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된 요소로 최대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방법만이 효과적인 디자인 방법론이라 본다.
자생적 움직임을 통해 공생하는 도시
마침내 새로운 주민이 이곳에 들어선다. 노인분들이 걷던 조용한 골목이 이제는 여러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모이게 됨으로써 꽤 활기를 띤다. 변해가는 세상의 흐름대로 이곳 역시 공간의 색과 온도,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설계기간을 포함한 약 6개월의 기간이 결코 긴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정들어 버린 이곳이, 지금까지 주변 다른 곳들처럼 도시변화의 거대한 파도에 쉽게 휩쓸리지 않길 바래본다. 비록 이곳이 보존가치가 없는 건축물로 가득한 곳일 지라도 오랜 시간동안 축적된 소소한 풍경의 기억들이 지역 주민에겐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니까. 큰 바람이겠지만, 앞으로 도시변화에 대응하는 경제적 합리성을 바탕한 공생하는 삶의 가치가 우선되는 자생적 움직임의 한 사례가 되길 기대해 본다.
변경 전 ① Residece - A ② Residece - B ③ Parking 2EA / 변경 후 ① 카페
변경 전 ① Residece - A ② Residece - B / 변경 후 ① 오피스
변경 전 ① Residece - A / 변경 후 ① 오피스
변경 전 ① 창고 / 변경 후 ① 오피스
건축개요
위치 |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19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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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 지상2층, 지하1층 -> 지상3층, 지하1층 |
건축면적 | 76.48㎡ -> 76.72㎡ |
건폐율 | 59.28% -> 59.47㎡ |
구조 | 연와조, 일반철골구조 보강 |
최고높이 | |
시공 | 라우종합건설 |
용도 | 다가구주택 -> 근린생활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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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 | 129㎡ |
연면적 | 202.58㎡ -> 269.29㎡ |
용적률 | 99.46% -> 158.12㎡ |
주차대수 | 2대 |
사진 | 이강석, CIID |
설계 | CIID |
자재정보
외부마감 | 폴리카보네이트 패널, 럭스틸, 스타코 외단열시스템, 투명 로이 복층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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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재 | 투명 로이 복층유리 |
마루 | |
주방가구 | |
욕실기기 | |
현관문 | |
붙박이장 |
내부마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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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재 | |
실내가구 | |
욕실마감 | |
조명 | |
실내문 | |
데크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