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유준상
- 설립
- 2013년
- 주소
- 서울 송파구 법원로 127 (문정동, 문정대명벨리온) 1504호
- 연락처
- 070-7545-7555
- 이메일
- atelierjun@daum.net
- 홈페이지
- http://www.a-jun.net
종암동 그루터기집
번잡한 도로에서 물러나 경사지를 한참 오르면, 종암동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이 나타납니다. 그곳은 오래되고 낡은 기억 속의 앨범처럼 빛이 바랜듯한 장소입니다. 거꾸로 흐르는 듯한 시간은 그곳이 서울이라는 공간을 잊어버리게끔 만듭니다. 어수선해 보이나 조용한 정적이 감돌아 마치 도시의 어느 경계쯤에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 공사 전 집의 모습
△ 공사 전 집의 모습
△ 그래픽이미지
대학가 근처에 위치한 그루터기 집은 고향을 떠나온 학생들이 머물 안식처와 이들을 돌보고 관심을 가져줄 주인댁이 공존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도시의 이방인이 되어서는 안되고 주인댁 역시 높은 곳에 전망 좋은 집을 차지한 외로운 섬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사이좋게 살기로 했습니다. 스터디 카페가 있는 그루터기 집은 학생들이 주인이고, 학생들은 그루터기 카페에 모여 그룹 스터디도 하고 카페처럼 음악을 들으며 공부도 하고 친구들을 초대하여 커뮤니티도 나누게 됩니다.
대부분의 대학가 근처 원룸촌의 풍경은 어쩐지 삭막하게 보입니다. 최대한 싸게, 될 수 있는 한 빠르게 지어 월세를 받아야 한다는 경제적 기준이 앞세워진 탓에 이곳의 건물들로부터 시각적인 즐거움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는 거의 공간이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탓에 더욱더 숨이 막히게 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세입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공간을 '삶의 모습'이 아닌 '임시로 거쳐 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이렇듯 원룸촌의 다세대주택은 건축주로부터도, 세입자로부터도 애착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서 있곤 합니다.
아이디어5는 기본적으로 건축이란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임을 중시합니다. 자본주의에 근거하여 멀고 높은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로서 가까이에 존재하는 건축. 이들의 따뜻하고 친근한 마음가짐이 어느 한 원룸촌에 스며들었습니다.
이 건물은 생각보다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외부 마감재를 사용했는데, 기념비나 비석, 조각 등에 사용되는 등 우수한 기초물성을 지닌 고흥석과 물에 강한 적삼목이 명확하게 구분되면서도 고급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밝은 색상의 벽돌로 담벼락을 둘러 아늑함도 잊지 않았습니다. 정형화된 사각형 건물이 아니라 다각형 표면을 지니고 우뚝 서 있는 외관도 이목을 끕니다.
정면에는 세대마다 창의 높이와 넓이, 디자인을 약간씩 달리하여 획일화 되지 않은 모습을 가지도록 했습니다. 마치 개성 있는 단독주택처럼 건물에 디자인적 요소를 조금씩 가미했더니 삭막한 원룸의 모습보다는 각 세대의 개성이 돋보이는 고유한 주택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 애착을 갖고, 그 공간 또한 자신의 삶이라고 여기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 담긴 주택입니다.
대지면적 63.68평으로, 단독주택에 비하면 그다지 넓은 대지도 아닙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곳에서는 이 주택이 매우 입체적인 편입니다.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은 앞서 소개한 것과는 달리 완전히 다른 건물 같습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평범한 원룸촌의 건물 형태이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며 신선함을 보입니다. 비록 좁은 길목의 자그마한 원룸이지만, 건물의 외관부터 각자의 방까지 향하는 모든 공간에 애착이 담깁니다. 아늑한 담벼락에 사이의 자그마한 계단에도 그 마음이 드러납니다.
이 주택이 놓인 대지는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활용하여 측면에서 담벼락 역할을 하는 벽을 정면까지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또 다른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정면에서 보이는 아래층을 아담한 차고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덕분에 저절로 생 이 공간 천장의 외부, 즉 작은 옥상은 공동 정원이나 마당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들여다볼 수 없어 은근히 프라이버시가 보호되고 있는 자그마한 정원으로, 이용 세대들의 만족도를 높입니다. 협소한 건축면적에서도 주차공간과 마당까지 확보한 참신한 설계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 복층세대 발코니
가장 넓은 꼭대기 층 세대는 복층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돌출된 외관 부분은 안쪽으로 창을 깊게 내어 발코니를 마련했습니다. 이곳에서 종암동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공간의 돌출된 디자인은 주택의 안에서 밖으로, 비좁은 원룸촌의 공간에서 마을의 전경으로, 지상에서 하늘로 시야를 확장합니다.
△ 복층세대 거실에서 바라본 발코니
△ 복층세대 거실
이 복층 세대의 내부는 밖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벽과 천장의 깔끔한 화이트와 원목 바닥이 은은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 위아래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실내의 구조입니다.
△ 복층세대 주방
△ 복층세대 상부공간
계단을 올라가서 보이는 공간입니다. 주택의 외부 골격의 영향으로 천장이 급격하지 않고 완만하게 경사를 이룹니다. 이러한 은은한 경사와 목재 바닥은 안정감을 줍니다.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바닥 마감재와 차별화를 두어 밝은 컬러의 원목으로 마감해서 경쾌함을 더합니다. 한편, 난간은 블랙 철제로 디자인해 블랙앤화이트의 세련된 조화를 형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