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유준상
- 설립
- 2013년
- 주소
- 서울 송파구 법원로 127 (문정동, 문정대명벨리온) 1504호
- 연락처
- 070-7545-7555
- 이메일
- atelierjun@daum.net
- 홈페이지
- http://www.a-jun.net
곤지암 단독주택 '품'
#2. 공간구성
프로그램 배치 - 공간의 위계를 통해 영역을 구획하다.
건물을 땅에 배치한 이후에는 건물에 들어갈 각 실내공간들을 영역에 맞춰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부부가 원했던 주택에서의 삶. 공간의 위계를 정하고 부엌과 다이닝, 현관과 게스트룸처럼 프로그램 사이의 상호관계와 효율적인 동선, 공용공간과 부부만을 위한 사적인 영역 등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큰 영역을 구획하는 것이 그 다음 순서가 된다.
△ 각 공간의 위계와 관계를 고려한 영역
우선 의뢰인 부부의 요청에 맞춰 바비큐 파티를 위한 테라스를 맨 왼쪽으로 배치하였고, 건물 가장 우측으로 배치될 주차장은 공사비 등을 고려하여 따로 지하층을 만들기 보다는 건물에 붙여서 지붕만 덮기로 했다. 건물의 출입구는 도로에서 바로 보이지 않게 안으로 밀어 넣었는데 이는 윗마당쪽에서 출입을 하게되면 남향쪽에 면한 실들의 전망과 채광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한 결과다. 덕분에 현관으로 진입하여 중문을 열면 바로 다실(서재)이 툇마루처럼 올라와 있고 넓은 창을 통해 마당이 보이게 된다. 그리고 윗마당에서 아랫마당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집의 중심에 이르면 거실과 다이닝, 식당 등이 벽체 없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거실을 지나 비로소 부부를 위한 가장 사적인 공간이 나온다.
△ 상세 프로그램 배치
큰 틀에서 사용자에 따른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 복도와 실의 배치를 마치고 나면 이후에는 각 영역에 들어갈 공간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현관 옆으로 게스트룸을 함께 배치한 이유는 이 집을 찾는 손님 혹은 자녀들이 부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윗마당을 내 안마당 삼아 온전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게스트룸과 부부침실 또는 거실에서의 시선이 교차하지 않도록 창의 배치와 건물 각도, 윗마당과 아랫마당의 단차를 세심하게 조절하였으며, 게스트룸은 윗마당을 통해서도 출입이 가능하게끔 디자인하였다.
집의 중앙에 배치된 거실과 주방, 다이닝룸은 별도의 벽체 없이 가구 및 대지의 단차를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영역이 구획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대지의 형상을 따라 ㄴ자로 꺽이는 부분에 위치한 다이닝은 복도와 거실 사이에 위치하여 각 영역에서의 시선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거실에서 현관까지 직접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다.후 지속적으로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며 공간은 더 다듬어지겠지만 큰 틀에서 공간의 구획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미리 걸어보는 집 (3D모델링)
평면 계획에 앞서 부부가 살아갈 미래의 집을 잠시 떠올리며 그 속을 걸어본다.
부부가 원했던 주택에서의 삶.
공간을 채울 나의 일상과 변해갈 풍경을 상상하는 것은 단독주택을 지으며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건축가와 함께 고민하고 상상하며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을 겪어본 의뢰인들에게 집짓기는 더 이상 10년을 늙는 고생길이 아닌 인생에서 몇 안 되는 특별한 추억이 된다.
▶ 집에 들어서며
도로를 따라 우리집을 향하고 있다. 도로에서는 땅 모양을 따라 펼쳐져 있는 우리 집 때문에 우리 마당이 보이지 않지만 웬지 건물 너머에는 어떤 경관이 숨어 있을지 궁금하다.
주차를 하러 들어가는데 어떤 커다른 문을 통과하는 것 같다. 차에서 내려 앞을 바라보니 건물에 가려져 있을 때 볼 수 없었던 확 트인 넒은 우리 마당(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저기 끝에는 내가 공들여 가꾸어 놓은 텃밭이 현재의 계절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현관문 진입을 하면서 넉넉한 공간과 정갈하게 정리된 수납장들의 느낌이 좋다.
아.. 외투는 현관 옆에 수납공간에 걸어 두고 들어가야겠다. 어라? 외투를 걸어두려고 하는데 못보단 외투가 걸려 있다. 아무래도 아내의 손님이 방문하신 것 같다.
▶ 복도를 거닐다
막 들어서자마자 피곤함이 몰린다. 빨리 쉬려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내부 툇마루 서재에서 아내가 손님하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하고 있다. 서재 쪽 커다란 창으로 근사한 마당이 펼쳐져 있으니 손님에게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주방에서 물을 마시러 냉장고를 열어본다.
물을 마시고 잠시 식탁에 앉아 한숨을 돌리는데...
음. 내년에는 텃밭에 무얼 가꾸어 볼까 생각해본다.
집 안의 복도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오른쪽에 펼쳐진 윗마당과 아랫마당을 슬쩍 쳐다보았다.
이제 옷을 갈아입고 좀 씻어야겠다.
▶ 함께 채우는 일상
씻고 나서 침대에 잠깐 누웠다. 잠시 후 아내가 손님이 더 오기로 하였다고 한다. 손님 대접을 해야 하는데 도와달라고 하니 여느 때처럼 나는 테라스로 나가서 손님들과 같이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날씨다. 남쪽에 있는 멋진 풍광을 즐기면서 식사를 하고 싶어 폴딩 도어를 활짝 열어둔다. 아랫마당의 잔디가 오늘따라 푸르다. 이왕 내친김에 숯을 준비해야겠다. 불을 지피고 고기가 익는 냄새가 나를 들뜨게 한다.
이제 곧 어두워지면 마당에 조경등을 켜야겠다.
▶ 테라스에서 기우는 술잔
늦은 시간까지 아내와 나는 손님들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시간이 더 지나니 날씨가 쌀쌀하다... 테라스 정리는 내일로 미루자.
아직 이야기꽃이 시들지 않아 거실로 들어가자고 했다. 거실 바에서 와인을 마시자고 제안하였더니 아주 즐거워하신다. 오늘은 셀러에서 어떤 빈티지의 와인을 고를지 잠시 고민한다.
▶ 툇마루가 있는 손님방에서
손님은 오늘 우리 집에서 주무시려나 보다. 아까 서재 옆에 있는 방으로 안내한다. 우리 부부의 안방하고는 다소 떨어져 있으니 불편하지 않으실 것 같다.
한지 창호로 되어 있는 미서기 문을 열고 안으로 안내하였다. 손님은 주무시고 내일 아침 일찍 눈이 떠지면 툇마루에 걸터 앉아 경치를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하루의 끝
매일 하루하루가 특별한 날이 되길 기도하며 우리는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