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유준상
- 설립
- 2013년
- 주소
- 서울 송파구 법원로 127 (문정동, 문정대명벨리온) 1504호
- 연락처
- 070-7545-7555
- 이메일
- atelierjun@daum.net
- 홈페이지
- http://www.a-jun.net
Vertical Arc (버티컬 아크)
마포구 근린생활시설 리모델링
친숙한 모퉁이 건물의 낯선 건축적 유산
건축보다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 한국의 거리, 그중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은 수많은 상점의 간판 전쟁으로 건축물의 맨얼굴을 보기 힘든 대표적인 서울 번화가다. 서교동 이면도로 모퉁이의 길고 얇은 필지에 자리한 기존 건물은 편의점, 주점, 음식점 등 가장 문턱이 낮고 경쟁이 심한 상점들로 가득 찬 근린생활시설. 이를 매입한 건축주가 1986년부터 35년여를 버텨낸 건축물의 기능적 전환, 건물을 구성하는 프로그램의 전환, 그리고 무엇보다 진보적 리모델링을 통한 거리의 분위기 전환을 꾀하며 건축가를 찾는다. 리모델링은 입혀낼 새로움을 분주히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래 전 건축을 행했던 과거의 건축가가 남기려 한 건축적 유산을 느긋하게 찾아내는 데서 시작된다. 현장을 찾은 우리는 형형색색의 간판과 과장된 활자에 가렸던 건축물의 낯선 제스처를 발견해 나간다. 도로와 길게 면하며 건축이 하나의 ‘거리 입면’을 구성하는 입지적 특성을 살려 보행자의 무던하고 담담한 보행 리듬을 닮은 아치형 창호를 병치시킨 입면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유산이었다. 이처럼 길게 펼쳐진 상가 건축의 입면을 동일한 9개의 기하학 기호만으로 완성한 디자인은 1986년의 이 도시에선 꽤 파격적이고 모던한 시도였을 것이다.
이 개구부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벽한 아치가 아니라 장방형 개구부 위 곡선의 일부인 아크(arc)를 앉힌 미완의 아치(arch)인데, 40여 년 전 철근콘크리트구조로 이러한 형태의 개구부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당시 건축가의 위대한 도전장 앞에선 그 누구의 비평도 무효할 테다. 이 곡면은 총 3단으로 계단식 들여쌓기를 통해 치장과 깊이감을 더했고, 특히 출입문으로 사용된 2개의 개구부는 거의 완벽한 아치(arch)의 비례를 가지고 있어 눈여겨볼 만했다. 출입구의 돌출된 벽감형 창호, 각 층의 띠장에 덧붙인 붉은 기와 처마에서 당시 건축가들에게 중요한 과제였을 전통의 계승과 혼용에 대한 고민도 살펴볼 수 있었다. ‘모퉁이 편의점 건물’ 정도로 통했을 건물의 귀한 자산을 새로운 이야기에 조심스럽게 녹여 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충실히 대응할 수 있는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제가 우리, 즉 현재의 건축가에게 주어졌다.
△ 기존 건물
△ 동측 외부 (변경 후)
△ 북측 외부 (변경 후)
시그니처의 발견, 그리고 은일적 재구성
숨어 있던 이 건축의 시그니처를 발견한 이상 형태미를 더 이상 숨을 곳 없게 드러내 주어야 함은 건축가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기존 건축물의 저층부는 큰 틀에서 그대로 보존하되, 아크와 아치의 연속만이 저층부의 유일한 언어가 될 수 있게 부차적 요소를 정리했다. 적벽돌로 세심하게 쌓아 낸 곡면의 개구부가 훼손되지 않도록 기존 건축물의 면은 유지하고, 붉은 기와로 멋 낸 처마, 돌출된 벽감 창호, 오래된 개구부 프레임, 낡은 화단을 변경했다. 처마의 기와를 철거하고 돌출부를 커팅해 무채색으로 도장하고, 벽감 창호는 철거하되 새로운 적벽돌로 채워 기존 창호의 흔적을 남겼다. 화단과 계단 등 기단부에 부설된 요소까지 지워내니 닫힌 벽과 열린 개구부, 벽돌의 면과 아치의 행렬만이 남는다. 개구부의 형태와 무관하게 개폐의 편의만을 위해 설치한 기존 창호 프레임도 최대한 통창으로 변경하고, 아치의 외곽선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 줄 먹색 프레임, 빗물을 흘려보낼 프레싱까지 새로 계획해 기존 건축물의 아이덴티티를 보존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 디자인 프로세스 다이어그램
1986년에서 2022년 사이, 이질적인 재료로 쉽고 빠르게 증축한 3층은 전면 철거하고 새로운 볼륨을 만들기로 하였다. 장방형 건축물의 양끝은 부피를 덜고 테라스를 두어 거리와 소통하면서도 가로축에 여유를 만들도록 계획했다. 이렇게 덜어내고 다시 쌓아올릴 새 공간은 상층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디자인 메시지를 요했다. 저층부의 아크와 아치라는 기호학적 특성을 직접적으로 모방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개념화 하는 시도가 필수였다. 조심스럽지만 과감한 접근으로 완성한 이중 외피는 저층부의 개구부와 동일한 기호이지만 너비가 다른 몇 가지 단위의 수직 곡면을 연속적으로 나열한 하나의 물결처럼 보인다. 저층의 적벽돌 외벽이 시선을 허용하거나 불허하는 이분법적 태도를 보인다면, 상층부를 감싼 아크의 물결은 투과성 재료를 사용해 그 안의 건축과 공간을 유연하게 보여주고 형태를 드러내기보단 은일(隱逸: 세상을 피하여 숨다)하게 깃드는 이미지로 디자인했다.
△ 상층부 입면 디자인 다이어그램
새로운 용도, 기능을 위한 합리적 재구조화
다시 쓰고 생명을 연장하는 일은 건축의 피부와 피복을 다듬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목적에 맞게 건축의 뼈대와 계통, 내부 기관을 변경하고 수명을 늘리는 합리적 계획은 건축가의 기본적인 직능이기도 하다. 크게 2개로 나뉜 기존 내부 공간엔 각각의 내부 계단이 딸려 있었다. 불법 증축된 3층은 후면에 달아맨 별도 동선으로 출입하고, 자그마한 지하층 역시 따로 마련된 계단으로 진입하는 등, 하나의 건물임이 무색하게 철저히 임대 단위의 편의에 맞춘 개별적 접속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기존 건축물을 구성하던 프로그램의 전환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거점이 되길 희망했던 건축주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중심부 바닥을 걷어내고 엘리베이터와 제작 계단을 삽입하였다. 이로써 코어를 향해 형성된 출입구로 보행 접근에 위계를 만들고, 번듯한 전이 공간과 일원화된 공용공간을 완성했다. 또한 흩어져 있던 화장실을 홀에 집적시켜 홀에 면하도록 배치해 임대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임차인 및 방문객을 위한 편의성을 높일 수 있었다. 철거 및 개축한 3~4층은 볼륨을 정리해 모든 임대공간에서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외부 공간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공동체 관점에서 리모델링의 가치를 해석하곤 했다. 다양한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도시 공간 내에서 기존 건축물이 자리하던 방식을 유지하며 새로운 건축으로 ‘재탄생’하는 일이 도시 맥락을 유지하고 건축이 환경에 기여하는 의미임을 경험해 왔던 것이다. 이에 더해, 이번 프로젝트로 건축 재생에서 독립적인 건축의 가치를 절감했다. 과거의 건축가가 전하는 건축적 유산을 다시 세상에 드러내는 방법, 그리고 그 바통을 현재의 건축가가 이어 받아 또 다른 시선으로 읽어 사회에 전달하는 디자인 과정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이어달리기가 될 수 있음을 말이다.
① 근린생활시설
① 근린생활시설
① 근린생활시설
① 근린생활시설 ② 테라스
① 근린생활시설 ② 테라스
① 근린생활시설 ② 테라스
① 근린생활시설 ② 테라스
건축개요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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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 지하 1층, 지상 4층 |
건축면적 | 216.9㎡ |
건폐율 | 50.67% |
구조 | 철근콘크리트, 철골 |
최고높이 | |
시공 | 자담건설 |
용도 | 근린생활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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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 | 516.9㎡ |
연면적 | 848.8㎡ |
용적률 | 147.11% |
주차대수 | 4대 |
사진 | 이남선 |
설계 | Architects H2L, 현창용, 고도플루토도시계획건축사사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