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음악처럼 빛과 공간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화음의 조화이고, 소설처럼 시간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설계는 더욱 섬세하고, 예민하고, 민감해야 합니다. 모든 감각으로 움직임, 소리, 냄새, 맛, 질감까지 관찰하고 사색하여 공간을 사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사람을 통해 일상 속의 미학으로 자리 잡게 되고, 그러한 공간의 즐거움을 모두와 나누는 것이 ATOP의 건축철학입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김정한
- 설립
- 2012년
- 주소
- 서울 성북구 성북로5길 9-4 (성북동1가, 정주빌딩) 3층
- 연락처
- 02-902-3872
- 이메일
- atoparch@atoparch.co.kr
어릴 적 한 남자아이가 자랐던 공간, 그 아이는 성인이 된 후 약 10여년간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다시 그 옛 주택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이 주택은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을까? 경사 지붕, 스킵 플로어, 개별 공간은 좁고 천정은 높은, 산과 나무가 보이는 주택. 거문고를 연주하는 아내는 그 악기처럼 검소하고 단아했다. 거실 한 켠 거문고 소리가 들리고 삼삼오오 모여든 청중이 감상하는 것을 상상해 본다.
이 주택은 계단을 중심으로 가장 아래에는 현관을 지나 거실과 주방 및 보조 주방, 그리고 화장실이 있다. 계단 다섯단을 올라가면 가족실, 아이방1, 아이방2, 그리고 두 아이방 사이에 화장실이 있다. 다시 계단을 올라가면 작은 방 두개와 화장실 하나가 1층 거실이 내려다 보이는 복도에 면해 위치하고, 그리고 계단 세 단을 올라가면 좁고 긴 창고와 게스트 룸이 자리한다.
이 집의 백미는 35년전에도 그 위 세대 가족들이 밟고 다녔을 그리하여 한쪽으로 다소 기울어진 계단과 자연광이 내려 쬐는 천창이다. 빛이 들어오고 나무가 보이며 비가 오면 빗소리도 톡톡 들리고 눈이 내리면 눈송이도 보이는 천창.. 오-스케이프에서는 그 천창을 막고 있던 쇠파이프를 걷어내고, 기존의 계단구조를 나무로 감싸주었을 뿐이다.
빛을 최대한 아래로 끌어들이기 위해 난간 벽은 덜어낼 수 있는 한 덜어낸다.
경사 지붕은 그 아래 공간에 그대로 드러난다. 조도를 확보하면서도 튀지 않게 상부 복도의 난간과 함께 경사면의 간접 조명과 더불어 1층의 창에 이르기 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다. 동측과 남측 창에서 들어오는 빛 그림자는 1층의 벽과 2층 복도 난간에 시시각각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2층 복도 아래 바닥과 그 아래 벽으로 이어져 ㄱ자로 접힌 공간은 물감 한 방울을 더한 농도로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좁고 긴 주방은 자칫 답답할 수 있지만 주방의 아일랜드 식탁, 창 아래의 수납장의 배치 등을 짜임새 있게 제안한다. 그 너머 천창과 측창을 통해 나무의 움직임마저 보이는 보조 주방은 마치 자연속에서 즐기는 캠핑을 떠올릴 수도 있다.
Semi-Private
영역으로서의 작은 거실에는 피아노와 책, 컴퓨터가 자리한다. 가족들이 모여 책을 보고 피아노를 치며 컴퓨터를 하는 이 공간은 해먹 그네가 달린 작은 테라스와 더불어 이 주택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아늑한 공간이 될 것이다. 가족실에서 이어진 아이방1과 아이방2 사이에는 화장실이 있다. 아이방1의 평천장을 철거 했을 때, 또다시 경사 지붕이 나타났고, 슬라브를 조금 더 내어 연결하면 또다른 다락방이 하나 만들어질 터였다. 숨겨진 공간을 통해서 올라가면 새로운 다락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외부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면..
평창동 주택의 천창의 빛 비를 맞으며 계단을 올라가면 낮고 작은 침실과 그에 연결된 드레스 룸, 그리고 복도가 보인다. 최소의 가구만 지닌 두개의 작은 방은 그 옆 복도와 대조를 이룬다. 거실의 생활이 내려다보이지만 공중에 떠있는 듯한 좁고 긴 공간은 선반 하나를 난간에 걸어 기울어진 벽과 더불어 아늑한, 남편을 위한 특별한 서재가 된다. 계단 몇 개를 더 오르면 창고 두개와 게스트룸이 있다. 과거 짐을 쌓아두고 걸어 잠궈 두었던 방은 손님이 와서 머무는 방이 된다. 아내의 거문고 연주가 거실에 주방에 복도에 방들에 계단에 울려퍼지는 것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