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음악처럼 빛과 공간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화음의 조화이고, 소설처럼 시간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설계는 더욱 섬세하고, 예민하고, 민감해야 합니다. 모든 감각으로 움직임, 소리, 냄새, 맛, 질감까지 관찰하고 사색하여 공간을 사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사람을 통해 일상 속의 미학으로 자리 잡게 되고, 그러한 공간의 즐거움을 모두와 나누는 것이 ATOP의 건축철학입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김정한
- 설립
- 2012년
- 주소
- 서울 성북구 성북로5길 9-4 (성북동1가, 정주빌딩) 3층
- 연락처
- 02-902-3872
- 이메일
- atoparch@atoparch.co.kr
재미민 (JAMIMIN)
1. 계획
어느 주말 세 가족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일반적으로 부모만 방문하거나 자녀가 어린 경우는 동행해서 부모님이 상담, 미팅을 하는 동안 옆에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부모님 미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 가족의 결정권자는 초등학생이던 딸이었나 보다. 미팅 시에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같이 화답하던 기억이 난다.
가족의 메일을 수령하고 느꼈던 것은, 너무나 바쁘고 열심히 사는 가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직업적으로도 삶의 욕망으로도 그러하게 느껴졌다.
3명의 의뢰인은 ‘너무 분리되어 있지 않은 집’, ‘쉬기 좋은 집’을 원했다.
또한, 아빠는 스스로의 힐링 아지트인 서재와 가족 취미생활(가족이 동네 오케스트라 멤버)을 함께할 수 있는 가족실을, 엄마는 기본적 요구 사항 외에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고정된 작은 사무공간을 원했다. 딸의 요구 조건에서는 구체적인 방에 대한 것 외에도 부모님과 같이 보내는 시간에 대할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디어 회의가 끝날 시점에 어느 가족보다 집에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쉬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하게 느껴졌으며(기존에 살고 있는 집이 작은 집은 아닌데 공간이 너무 많이 분리되어 있고 빛이 좀 안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가족이 같이 보내는 시간,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모두의 노력들이 새삼 강하게 느껴졌다. 그러하지 않은 집이 없겠지만, 우선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온전한 휴식과 가족이 같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공간과 그로 인해 기억을 같이 만들어가고 추억이 쌓이는 집을 계획했다.
△ 첫 미팅 때 단절되지 않은, 소통 가능한 공간구성에 대한 스케치
우리가 처음 정했던 이 집의 이름은 ‘일고만가’였다. 이름이 좀 웃겨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좀 쉬고, 가족들이 무엇을 만들어 가는 집’으로 '일쉬만가'라고 하기에는 억양이 어려우니 '일고만가'라 하자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 배치 계획
대지는 남쪽으로는 경관녹지가 있고 북쪽으로 경사진 땅이다. 진입도로는 북쪽으로 자연스럽게 지형을 이용해 지하주차장을 형성할 수 있으며, 남쪽 마당은 매우 프라이빗하게 형성될 수 있어 단독주택지에서는 가장 선호도가 높은 땅이다. 다만 지하주차장을 조성하고 대지를 조성하기 위해서 의외로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건축주분들이 놓치는 경우가 많아 사업 예산을 초과하는 대표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초기 계획안이 나오고 4개월을 설계를 더 진행하며 초기 디자인을 계속 발전시켜서 진행했다.
△ 초기 계획안 - 대지 모양을 따라 안마당은 살짝 꺾어서 계획했다.
△ 가로변에서 높이가 너무 높아 보이고 건물이 커 보이지 않게 수평으로 나눠서 형태를 계획했다.
최종 결과물도 초기 디자인과 거의 흡사하게 진행이 되었고 매우 디테일하게 피드백을 반복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여성분들이 주도권을 잡고 집 짓기를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아내분이 더 바쁜 관계로 남편이 주도적으로 집 짓기를 진행하였고, 많은 메일과 밤에도 만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초기 평면도 - 지하층부터 다락까지 연결되는 하나의 메인 계단
초기 평면도에는 지하층에서부터 2층, 다락까지 하나의 메인 계단으로 설계가 되었다.
초기 계획안을 어느 정도 확정시키고 나서는 건축주의 날카로운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이 있었다. 소소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직원들이 직접 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글로써 답변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너무나 당연한 답변이거나 글로서 설명이 어려운 답변들....
건축주와 의견 교환 시, 어느 상황에서는 메일이 더 좋고 어떤 때는 너무 디테일한 내용을 긴 글로 적어보내주셔서 도통 해독이 되지 않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좋다.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건축주의 성향을 따를 뿐이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 메일도 많이 왔었고 집 짓기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남편이 밤에 자주 찾아도 왔었다.
△ 건추주에게서 온 메일
계획안이 디테일하게 정리될 때, 두 가지가 대안을 가지고 논의 및 검토를 많이 진행했다.
alt-1 내부 계단을 면적의 효율성이 높은 지하에서부터 2층까지 하나의 계단을 만들 것인가?
alt-2 지하에서 1층 계단과 1층에서 2층 계단을 의도상, 공간 배치상, 동선상 분리할 것인가?
△ 수정된 평면도 - 세탁실 아래 지하-1층 계단, 오른쪽 위 1-2층 계단, 아래에 2층-다락 계단
결국 공간의 크기와 효율보다는, 동선과 가족들이 원하는 가치에 집중해서 계단을 두 개 만들기로 했다. 그리하여 지하에서 올라오는 계단 위치와 1층에서 2층 가는 계단 위치, 2층에서 다락 올라가는 계단 위치가 다르게 되었다.
참 비효율적이지만, 그럼에도 그 계획안을 선택한 의뢰인의 판단이 멋지다. 비효율을 선택한 만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을 현재 사시면서 느끼시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 최종 1층 평면도
그리고 바닥 냉난방을 목조주택에서 시도하겠다는 건축주의..... 다짐!
유지 보수 측면에서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결국은 바닥 냉난방 업체와 미팅을 하고 건축주의 의지대로 바닥냉반방시스템을 설치하기로 결정하였다. 다음에 건축주의 피드백을 받아 정리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