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음악처럼 빛과 공간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화음의 조화이고, 소설처럼 시간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설계는 더욱 섬세하고, 예민하고, 민감해야 합니다. 모든 감각으로 움직임, 소리, 냄새, 맛, 질감까지 관찰하고 사색하여 공간을 사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사람을 통해 일상 속의 미학으로 자리 잡게 되고, 그러한 공간의 즐거움을 모두와 나누는 것이 ATOP의 건축철학입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김정한
- 설립
- 2012년
- 주소
- 서울 성북구 성북로5길 9-4 (성북동1가, 정주빌딩) 3층
- 연락처
- 02-902-3872
- 이메일
- atoparch@atoparch.co.kr
비원(秘院)
#3. 현장감리ⅱ
19.01.09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예상 못 한 변수도 많고 작은 현장 하나에도 크고 작은 일이 생긴다. 이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 이 사람이 딱하고, 저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 저 사람이 딱하다. 그래서 모두 자기 입장을 이야기할 때, 건축주를 대신해 중간에서 기준을 잡은 후 서로를 이해시키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19.01.22 디테일
심플하고 깔끔한 물건 하나 만들려 해도 많은 고민과 공을 들여야 하며, 쉬워 보이는 디테일일수록 작은 비용으로 잘 만들기는 꽤 어렵다. 예산은 언제나 빡빡하고 뭔가 해볼 여지도 그리 많진 않지만, 알아주던 안 알아주던 현장 하나에 하나씩이라도 제대로 된 고민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남는 것도 별로 없는 현장일 텐데 설계자의 의도 잘 받아주며 열심히 만들어주는 현장 분들에게 늘 감사할 뿐이다.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할 때마다 잡철 김 사장 말씀은 이랬다.
'괜찮아 유. 우리가 돈이 없지 각오가 없슈?'
19.01.24 비계 해체
보정동 신촌마을 단독주택 '비원' 준공이 한 달 남았다. 어디든 사연 없는 현장 없겠지만 이번 현장 역시 두고두고 추억할 얘기를 한 움큼 남기고 마무리되고 있다.
강아지 끌고 산책하시던 동네 아주머니의 한 말씀. "아 이런 집이었구나, 집 예쁘네요. 동네가 밝아집니다."
예쁘게 봐주시니 좋다.
19.01.31 마음으로 짓는 집
보정동 비원이 거의 끝나간다. 내 집을 짓고 있던 재작년 여름, 블로그를 보고 연락 준 건축주. 넉넉한 예산은 아니지만 집을 잘 짓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그들과 우리를 연결해 줬다. 집에 대해 잘 몰라 우리만 믿는다던 그의 집을 설계하고 이제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집은 마음과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다. 돈은 거들 뿐.
19.02.09 준공 보름 전
높은 천정 조명을 달고 복잡했던 내부 비계를 모두 철거했다. 답답하게 막혀있던 게 사라지니 공간이 시원하게 뚫린다.
조금씩 사람 사는 집 느낌이 난다.
집 하나 짓는다는 건 장편 소설 하나 짓는 것과 같다.
이번 소설도 참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마무리되고 있다. 언제나 한 가지만 생각한다. 장편소설처럼 중간중간 나름의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일 거라고.
19.03.19 입주 후 평가
대부분 입주 직전 직후, 건축주에겐 집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먼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설령 며칠 살아보니 의외로 좋은 부분이 있다 해도 대체로 아쉬운 부분부터 생각하게 된다. 노인이 동거하는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보정동 비원이 입주 한지 닷새가 지났다. 입주 후 며칠간의 소감을 묻자 역시나 계단 오르내리니 다리가 아프다, 방이 아파트에 비해 조금 작다, 집 곳곳이 생각보다 너무 밝아서 낮잠을 못 잔다, 옆집 사람이 담배 피워서 기분 안 좋았다,,,, 등등 원래 알고 있던 부분이나 어찌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인지 뭔지 모를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래서 뭐 좋은 건 없냐고 물었더니, 집 모형과 공사 중 현장을 와보시고 시종일관 탐탁지 않아 하시던 그의 어머니가 지내보니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흔히 보던 그런 집이 아니어서가 이유였겠지만 입주하고 지내보니 집이 의외로 괜찮다고 느끼신 것이다. 거주성이란 그 공간에서 살아봐야 진가를 알게 되는 것이므로, 오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어머니의 이번 같은 평가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