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음악처럼 빛과 공간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화음의 조화이고, 소설처럼 시간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설계는 더욱 섬세하고, 예민하고, 민감해야 합니다. 모든 감각으로 움직임, 소리, 냄새, 맛, 질감까지 관찰하고 사색하여 공간을 사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사람을 통해 일상 속의 미학으로 자리 잡게 되고, 그러한 공간의 즐거움을 모두와 나누는 것이 ATOP의 건축철학입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김정한
- 설립
- 2012년
- 주소
- 서울 성북구 성북로5길 9-4 (성북동1가, 정주빌딩) 3층
- 연락처
- 02-902-3872
- 이메일
- atoparch@atoparch.co.kr
나주 마을미술프로젝트#1
그래. 욕망의 덩어리를 입면으로 사용하자!
8월뜨거웠던 여름이 지난후 우린 시공에 대한 부담감과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것을 이 바구니(?)를 벽에 달아 메야 했다. 뜬금없는 시작에 당황스럽지만, 쉽게 진행될 거 같은 이 일이 1월 초에나 완성되었다. 애매한 경계에서 우리는 이것을 건축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부터 그래픽의 퀄리티를 살릴 수 있을까 라는 고민 디테일을 어찌 가지고 가야 할까라는 의문점... 역시 시공을 하게 되면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이 마음여린 나를 괴롭혔다. -정말 생긴 거와 비슷하게 여리다.- 그래서 진행과정을 올려야 하겠다는 마음은 정말 많이 가졌으나 게으름이 문제가 되어 지금에서야 펜을 들어 몇 자 적어 보려고 한다.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현상설계를 어찌 접근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제한된 예산 그리고 이 나와 비슷한 연식을 자랑하는 이제는 쓸모없어진 이 건축물을 어찌 바라봐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들...
저 파사드를 살리기엔 너무나 부족한 예산, 저렴하지만, 의미 있는 것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끊임없는 질문과 나주의 지역성을 살린 무언가를 고민했지만, 돈이라는 현실의 아주 큰! 정말 큰 벽을 이겨내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입면의 재료가 아닌 다른 재료를 찾아보았다. 그것이 바구니였다. 가볍고 나주의 특산물을 보관하고 담을 수 있도록 이 건축물이 철거될 때, 이 바구니들을 떼어 특산물과 함께 3년 동안 함께한 바구니를 각자의 추억의 조각으로 나누어 갖자는 컨셉으로 디자인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또 다른 생각의 흐름은 욕망의 시작은 사유로부터 온다. 사유란 무언가 채움으로서 온다고 생각하고 그것의 시작은 바구니와 같은 무언가를 담는 그릇으로 봤다.
그래. 그 욕망의 덩어리를 입면으로 사용하자! 더 큰 욕망의 건축물에 작은 욕망의 바구니를 달아 디자인으로 표현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게 이 이미지이다. 반복되는 요소가 건축물의 형태를 유지하며 편안함을 주었다. 기존의 금성관이라는 관아의 어울림도 고민했다. 그 어울림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1600개의 바구니를 건축물에 입히는 것이다. 예산도 될 거 같았다. 결국 안됐지만...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로 우리 팀이 당선되어 제작설치하게 되었다. 직접 시공을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제일 큰 걱정은 정말 시공했을 때, 저 그래픽 같은 느낌이 나올 것인가라는 의문이었다. 재료랑 이런 것들이 정말 생각처럼 안 나왔을 때는 그 것들이 매몰비용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중히 고민해야 했다.
처음 이 바구니들을 잡아 줄 프레임으로 경량 앵글을 생각 했다. 비용면이나 시공성이나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완성도가 안 좋았다. 굉장히 수평수직 잡기도 힘들고 나중에 확인했지만, 벽면이 너무 울퉁불퉁하여 생각했던 완성도는 나오기 힘들다는 결론을 냈다.
재료자체의 물성이 좋고 하중이 가벼워 칼블럭으로도 3년 이상은 존치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칼브럭, 칼블럭, 칼부록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며 넓은 의미로 앵커(anchor)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