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의 형태를 공간이라는 도구로 구축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 감성의 공유.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참건축의 의미 입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고영성, 이성범
- 설립
- 2011년
- 주소
- 서울 종로구 삼청동 55 1층
- 연락처
- 070-8683-0029
- 이메일
- destiny0913@daum.net
설계소묘 (리모델링)
평범한 젊은 부부가 시골에 내려가 어머니와 함께 살 집을 지을 테니 설계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처음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는 네덜란드에서 공부를 마치고 설계사무실에 다니고 있었어요. 설계 차 해외에 거주하면서 안 가본 곳을 어떤 방법으로 설계하고 소통할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설계를 맡기는 것보다 좋은 집을 해줄 수 있겠다는 마음 하나로 의뢰를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참 잘한 일 같습니다.
일단, 지인의 집이기에 설계자가 건축주의 입장을 헤아려주고 대변해줄 수 있는 일이 많았어요. 설계할 때 어려움 중 하나는 건축주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 건축가에게 정확한 요구를 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 중요한 결정의 단계마다 지나치는 문제가 많고, 나중에 지어놓고 보면 '어머 이건 아닌 거 같은데'싶어서 바꿔달고 하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수가 많아요. 단계마다 다르겠지만 흔하게 설계변경이나 시공변경으로 이어져서 만족스럽지 못한 집이 나오거나, 시간적 금전적 지출이 많아지기 쉽습니다.
물론 우리도 디자인 과정에서는 처음 집을 짓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실수들을 모두 한 번씩 지나쳤어요. 설계자는 답답하고 건축주는 민망한 일들이 설계과정에서는 종종 생겼고, 그런 일들을 다 겪고 났을 때 건축주도 건축가도 만족하는 하나의 완성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어요. 그런 거 보면 건축도 다 대화의 과정이고 충분히 이야기를 해서 서로의 마음과 현실적인 조건을 다 이해했을 때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건 한번 '디자인 이야기'에서 다뤄보도록 할게요. 역시 성공의 스토리보다 실수의 스토리가 더 마음에 와 닿는 수가 있으니까요.
대화는 화상통화나 메신저로 동시에 진행했어요.
한국과 네덜란드라는 물리적 거리와 시차 그리고 저는 주중에는 사무실에서 일을 해야 해서 최대한 효율적인 대화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살.고.싶은. 집은...' 책 에 영향을 받아 건축주님들께 어떻게 살고 싶은지, 글로써 표현하는 것을 권고하려했으나, 건축주 분들의 성향을 봤을 때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간단한 방법으로 바꿨습니다. 초기에는 방의 개수나 용도에 대해서 엑셀파일로 정리해서 답변을 해달라고 썼는데, 그것도 수월치 않아서 설계자가 이해하고 있는 토대로 계획안을 만들고, 계획안을 설명하면서 사는 방법과 집의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디자인 과정은 1~2주에 한 번씩 스카이프 화상미팅을 통해 정리된 디자인북으로 발표하고, 건축주의 의견을 듣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발전시켰습니다. 디자인은 처음부터 3D로 디자인해서 공간감을 계속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주요 포인트와 사례이미지 등으로 보충하여 쉽게 공간과 이미지에 대해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했고요. 보통 설계를 할 때는 건축가가 계획안과 모형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물리적 제약 상 모든 것은 이미지로 전달하기로 했어요. 최종디자인은 설계도면과 더불어 디자인 북을 함께 드려서 참고할 수 있도록 했고요.
이 방법의 장점은,
1.건축주가 계획안을 단계적으로 이해하고 의견을 반영하여 설계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것,
2.시공사도 디자인 북을 통해서 의도를 이해하고, 최대한 의도에 가까운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는 건축주가 감리자의 역할을 했어요.
일반적인 시공에서는 반드시 감리를 해야 하고, 설계자가 감리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본래는 설계자가 시공 현장도 관리 감독해야 좋은 디자인이 구현이 됩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경우에 설계자의 감리가 불가능하였기에, 솜씨가 좋으시고 믿을 수 있는 시공자를 선택하는데 신중을 기했고, 현장 건너편에 사는 건축주가 매일 진행상황을 사진으로 찍어서 설계자에게 보여줘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서 코멘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는 건축주가 감리자의 역할을 한 것이지요. 참 좋은 세상이지요.
대지현황
위성사진과 건축주가 보내온 사진으로 대략적인 주변 파악을 할 수 있었으나 늘 부족한 부분은 있던 찰라, 2014년 봄, 한국 출장이 잡혀서 시간을 내서 대지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대지를 방문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1. 주변 현황을 파악
2. 건축주들의 삶의 형태 및 살림가지수를 파악
하여서 설계과정에 담아내기 위함이에요.
도시의 집이라면 이웃과 바짝 붙어있어 일조권이나 조망권, 건폐율, 용적율, 최대 높이 등 꼼꼼하게 따져야하는 규제가 많이 있는데, 여기는 워낙 대지도 넓고 크게 법적으로 고려할부분이 많지 않았어요. 현황에 대한 캐드 도면이 준비가 안 되서 위성사진과 개략적인 눈짐작으로 현황에 대한도면을 작성해봤습니다.
대지는 지적도상 1,702m²으로 약 515평 규모였는데, 대부분이 텃밭으로 쓰이고 집은 25평 남짓 되네요. 대략적으로라도 수치로 표현하기 위해서 줄자가 아닌, 발걸음, 양팔, 손바닥을 사용했습니다. 한걸음은 대략 60cm, 양팔은 1.6m, 한 뼘은 20cm정도로 거의 인치 피트에 비슷한 치수가 나와요.
남북으로 긴 대지
동서 방향의 집
기존에 있던 집의 특징은 동서방향으로 긴 대지 모양에 맞춰서 동서향의 집이 앉혀져있다는 것. 그래서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울 수밖에 없는 집의 구조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향집을 선호하는데, 사실 남향집이 에너지절약 측면과 생활하는데 모두 가장 좋은 계획이에요. 일단 남향집을 만들어 놓으면 절반은 패시브 하우스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도 오케이죠. 이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대지가 남북으로 길어서 남향집을 앉히면 집이 대지를 남북으로 분리시키겠네요. 이걸 잘 해결해야겠어요.
그리고 남쪽이 북쪽 보다 대지가 높아요. 눈짐작으로 성인키만큼 높으니 최소 1.5m 는 높네요. 대지레벨이야 다시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데, 토목공사를 많이 하면 집에 들어갈 공사비가 땅 정리하는데 만 들어가니 최소한으로 하는 방향으로 잡아야겠네요. 그래서 남쪽으로 뻥 뚫린 집은 불가능 할 것 같고, 같은 조건 안에서 좋은 집을 만들려고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청양농가주택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