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한지영, 황수용
- 설립
- 2016년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10길 15 라이프건축사사무소
- 연락처
- 010-6729-0226
- 이메일
- zoo@me.com
신창리주택
작고편한집
제주도 한경면 신창리에 위치한, 작은 단독주택 프로젝트입니다. (며칠 전 착공했는데요.) 세 달쯤 전에 의뢰를 받았습니다. 주소를 받고 위성사진을 확인하였습니다. 해안도로에 바로 접해있어서 경치가 아주 좋을 것이라. 거대한 풍력발전 풍차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아주 간단한 조건들부터 확인하였습니다.
바다를 향한 조망이 좋을 것 같은 영역(푸른 띠)과 동쪽에서 서쪽으로 해가 움직이는 영역(하얀띠)
▲ 두 영역의 교집합을 축으로 삼아서,
아주 간단한 네모덩어리를 올려놓기로 했습니다.
직접 뵙기 전, 간접적으로 전달받은 건축주의 스케치입니다. 살기 편한 실용적인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아주 단순한 윤곽의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건축주의 스케치는 원하는 공간의 윤곽과 스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요긴한 단서였습니다. 마땅히 존중해야 할 요구조건들이었는데, 다만 공간이 너무 뭉쳐있어서 갑갑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공간의 배열을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풀어놓고, 여유롭게 배열하는 것으로 평면 계획을 시작했습니다.
▲ 다이어그램을 그대로 평면으로 풀어낸 결과.
약 세 달 전, 첫 번째 프리젠테이션 때 보여드렸던 평면입니다.
▲ 세 달 뒤 시공을 위한 도면.
전반적인 공간의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자세히 비교해 보면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공간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고요.
현관은 집의 뒤에 있습니다. 앞과 뒤, 모두 집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대문 열고 덜컹 들어가는 게 아니라, 뭔가 빈틈을 통해서 공간을 거쳐 들어가는 느낌.
문을 열면 곧바로 내부 공간이 훤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공간을 거쳐 들어가는 느낌. 다양한 성격의 신발장을 넉넉하게 두었습니다. 그리고 발밑 너머의 세상을 미리 느낄 수 있게끔, 낮게 뚫린 창.
몇 번의 방향전환을 거쳐 거실. 단순한 윤곽의 시원스러운 공간.
옷방-파우더룸-복도-욕실로 이어지는 ‘띠’는 침실과 거실을 가르는 두툼한 경계입니다. 일종의 주말주택이지만, 도회적인 삶의 편리함은 그대로 지키고 싶었습니다.
욕실은 맞춤형 욕조가 계획된, 아주 타이트하고 밀도 깊은 공간입니다. 욕조에 접해서 앉은 눈높이에 맞춰 길게 뚫린 창이 자랑거리입니다.
안방 역시 더블베드만으로 거의 꽉 차는, 기름기 없이 타이트한 공간인데요. 책상과 이불장 등의 잡다한 요소들은 모두 에어컨 벽 뒤로 배치했습니다. 침대에 누우면 창문 너머 풍경과 깨끗하게 정리된 벽과 천정만 보이겠지요. 책상 옆 작은 창문은 집의 배면으로 뚫린 숨구멍이기도 합니다.
침실 반대편에는 주방과 식당이 있습니다.
상식적인 동선이 고려된 배치.
전원에서의 생활에는 다용도실을 넉넉하게 두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해서.
전체적으로 그리 크지 않은 집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재료나 구법, 조형 상에서의 대단한 도전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소박하다고도 볼 수 있겠고. 개별 공간의 크기는 작지만, 현관이나 다용도실, 욕실 등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호사스러운 집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전원주택치고는 외부공간과의 교감이 적극적으로 계획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금에 와서 조금 아쉽습니다.
집의 윤곽을 복사/이동 하여 쇄석과 데크로 이루어진 마당을 계획하였습니다. 침실, 욕실, 거실의 공간 윤곽에서 따온 데크들이 쇄석의 바다 위에 둥실 떠 있는 섬의 이미지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 이미지 보다 중요한 것은, 데크에서 펼쳐질 바깥에서의 생활이 집 안에서의 삶과 대등할 만큼의 어떤 거울상이 되는 것입니다.
바다에 면한 얼굴
공간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덩어리와 창문
그리고 더 이상 간단할 수 없는 박공지붕
대문으로 접근하면서 접하게 되는 얼굴. 현관의 낮은 창문과 침실 책상의 작은 창문 등의 배열로 연출되는 집의 표정을 화가 이우환의 작업에 견주어 설명 드렸습니다.
(샘플사진 : 김용관)
그리고 페이스북 친구 김용관 작가님이 찍은 제주의 귤창고의 이미지를 예를 들어 설명 드리기도 했습니다. 나름 제주도의 지역성을 의식한 몸부림이지요.
현무암 돌담 등의 또 다른 지역성의 단서를 붙잡고, 앞으로 조경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