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김상언, 김은진
- 설립
- 2013년
- 주소
- 서울 강남구 광평로 280 (수서동, 로즈데일오피스텔) 1117호
- 연락처
- 02-445-3220
- 이메일
- sn_architect@naver.com
국립현대미술관 젊은건축가 프로그램(YAP)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그늘, 쉼터, 물. 이 세 가지 중, 단연 그늘이 가장 중요한데, 결국 한정된 예산으로 꽤나 큰 지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외에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서울의 여름 날씨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태풍이나 소나기와 더불어 폭염과 열대야도 생각이 나는 부분이었다.
소위 젊은건축가들은 YAP와 같은 작업을 대할 때, 멋진 지붕을 먼저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기초적인 구조역학부터 컴퓨테이션까지 총동원해서 가볍고 우아하며 무너지지 않을 구조물을 만든다. 그러나 구조해석을 위해 엔지니어에게 보내진 순간, 무너지는 것보다 바람에 날아가는 것이 더 큰 문제임을 깨닫고, 눈에 띄지도 않을 땅밑에 무게추를 묻느라 꽤 많은 예산을 사용하게 된다 . 최근 3년간 뉴욕 PS1의 젊은건축가 프로그램 당선작들이 모두 케이블을 사용해서 구조적인 문제를 피해갔다는 점은 흥미롭다. 한정적인 예산상황에서 케이블을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명백하지만, 충분한 그늘을 만들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당신 건물의 무게는 얼마인가요?”
벅민스터 풀러는 건축가들에게 “당신 건물의 무게는 얼마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 무거운 건물은 재료를 많이 사용하는만큼 비싸고, 반환경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가벼우면서, 무거운 기초가 필요 없는 지붕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 때 지붕이 사라질 수 있다면 땅을 팔 필요도, 무거운 기초를 묻을 필요도 없을 것이었다. 가볍고, 싸고, 설치가 쉽고 친환경적인 건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바람이 세지 않을 때만 부풀어 올라 그늘을 만드는 작은 장치를 여러 개 설치해, 전체적으로 충분한 양의 그늘을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바람이 세게 불거나 태풍이 왔을 때는, 그늘아래 있으려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심목은 하나의 모터와 그에 매달린 플라스틱 망으로 만든 잎으로 이루어진 나무와 비슷한 모양의 간단한 기계장치이다. 원래 건축공사에 쓰이는 플라스틱 망은 모터의 회전에 의한 원심력만 이용해 부풀어 오르기에 딱 적당한 강성과 탄성을 지니고 있다. 모터가 꺼지면 중력에 의해 자연스레 아래로 쳐지며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모터 회전 속도의 변화에 따라 원심목은 둥그런, 나무와 다르지 않은 모양을 거쳐 꽤나 납작한 우산과 같은 형상으로 점차 변화하는데, 상단에 위치한 풍속센서는 바람이 세게 불 때 원심목이 펴지지 않도록 제어한다. 원심목은 유지보수 및 이전설치가 쉽도록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마당은 젊은건축가프로그램의 다른 주최지인 뉴욕 P.S.1이나 로마 국립21세기 미술관의 마당과는 달리 도심에 위치하며 24시간 개방되어 있다. 우리는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식물, 그늘, 바람으로 가득찬 공원인 원심림을 제안한다. 이 숲에서 여러 원심목은 랜덤하게 돌아가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림자의 패턴을 만들어낸다. 서울의 무더위를 식혀줄 잔잔한 바람은 회전하는 원심목이 제공하는 보너스이다. 방문객은 원심목에 붙어있는 벤치와 평상을 밀고, 돌려 자신만의 작은 공원을 만들 수 있다. 그림자와 바람과의 술래잡기인 셈이다. 작은 바위언덕, 모래놀이터, 연못이 있는 이 정원은 서울시민을 위한 즐거운 여름공원이 될 것이다.
Opening July 10, 2017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7》 우승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