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김상언, 김은진
- 설립
- 2013년
- 주소
- 서울 강남구 광평로 280 (수서동, 로즈데일오피스텔) 1117호
- 연락처
- 02-445-3220
- 이메일
- sn_architect@naver.com
공간이 된 소망
판교 적정주택의 건축주분들은 그간 단독주택 전세살이를 바탕으로 집에 관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글로 적어 주셨습니다. 가족끼리 어떤 공간에 살고 싶은지 함께 그려보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저의 유년시절을 생각해보면 책상과 이층침대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이층침대 밑에 책상이 있는 그런 복합형태? 이케아 쑈룸에 가면 이런 게 있던데 말이죠. 원래 아이들의 로망 같은 공간인가 봅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다 보면 가족끼리 '로망'인 공간들도 나오게 되고 그러면 얘기가 더 풍부하게 되죠.
처음에는 막막할 거 같은데 자꾸 얘기하다 보면 살도 붙고 공감대도 생기고 그러다가 가족 간의 합일점에 도달하지 않을까요? 어떤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소개해봅니다. 공간에 대해 쓴 글이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가족이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그려지게 됩니다.
글에 대한 모든 권리는 건축주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회부터는 공간별로 건축주의 로망이 어떻게 실현이 되었는지와 건축가의 의도를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사항
1. 외관
- 집이 편안한 느낌이면 좋겠습니다. 성처럼 배타적이거나 폐쇄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너무 위압적이거나 차갑지 않게.
- 평지붕 싫습니다. 박공지붕 좋습니다.
- 집 바닥면이 마당보다 살짝 높았으면 좋겠습니다. 데크를 만든다면 툇마루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이.
- 마당 넓은 게 좋아요. 1층을 약간 안쪽으로 밀어넣어서 마당을 넓히고, 2층(테라스만이라도)이 처마 역할을 해도 좋겠네요.
- 장식적 요소는 최소화되었으면 합니다.
- 바람이 잘 통하고 채광이 좋아 밝은 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이 꼭 클 필요는 없고 가로나 세로로 좁고 긴 창도 좋습니다.
- 유지 관리가 쉬웠으면 좋겠습니다. 외벽에 정기적으로 보수해야 하는 재료(나무!!!)를 쓰는 것을 자제하고, 창을 닦거나 전구를 가는 데도 어려움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 마당에 수도가 필요합니다.
2. 공간
- 현관에서 들어와 외투랑 가방, 모자 등을 걸어둘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신발장 일부를 옷장으로 꾸며도 좋고, 아니면 현관 지나 중문 안에 배치해도 좋고요. 그리고 현관 근처에 화장실이나 세면대가 바로 있어도 좋을것 같네요. 밖에서 흙 묻히고 들어온 애들이 바로 옷 벗어 걸고 손 씻을 수 있게요.
- 부엌에는 환기창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식품이나 자주 쓰지 않는 그릇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나 다용도실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 아이들 방은 미닫이로 연결해서 한동안 놀이방/침실로 쓰다가 자라면 닫아서 각자 개인 방으로 쓰게 하고 싶습니다.
- 세탁실과 욕실이 가까우면 좋겠습니다. 가깝지 않다면, 욕실 근처에서 세탁물을 넣으면 세탁실에 도달하는 장치가 있으면 재미있겠습니다.
- 밖에 빨래를 널고 싶습니다. 2층에 테라스를 넓게 만든다면 세탁실이 2층에 있어도 되겠으나, 아니라면 1층에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 2층에 테라스를 만든다면 충분히 (앞뒤로)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중간한 깊이에서는 대단히 불편했습니다.
- 자동차가 비바람을 안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실내 공간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다만 3개의 주차장 모두 실내로 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가능하면 두 개, 정 안 되겠으면 한 개만 들이면 됩니다. 주차장 공간을 계단과 겹쳐서 손실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 차고에서 바로 집으로 진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배기가스 때문입니다.
- 드레스룸이 필요합니다. 안방에 옷장을 두기 싫습니다.
- 청소 도구를 넣어둘 수납 공간이 필요합니다.
- 자투리 공간이 낭비되는 것이 싫습니다(이를테면 계단 아래 같은). 곳곳에 수납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계단이 안전해야 합니다.
3. 가족 공용 공간
- 부엌+식당을 널찍하게 두고 볕이 잘 드는 곳에 배치해서 응접실 역할을 겸하게 하고, TV+소파+컴퓨터+놀이공간을 모두 합쳐서 하나의 큰 방으로 두고 싶습니다. 아예 층이 달라도 좋습니다.
- 바라는 것이 많습니다. 일단 overdetermined problem이라고 보고, 일부 요구를 포기하고 정리한 것이 위의 결론입니다. 잠깐 살고 팔 집이 아니므로, 긴 안목으로 보면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 좀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 가족이 각자 자기 공간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깨어있는 동안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들을 겹쳐놓고 싶습니다.
- 식당에서 TV가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TV를 보다 밥 먹으러 테이블에 앉는데, 눈이 TV에 고정됩니다. 물론 TV를 끄면 난리가 나지요.
- 부엌+식당과 아이들 놀이공간은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집에서는 부엌+식당, TV+소파가 연속된 공간에 있고, 아이들은 TV와 소파 사이에서 놉니다. 장난감이 테이블 아래로 굴러오지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뭐든 먹다가 흘리니 밥풀이나 빵가루 따위가 놀이공간으로 갑니다. 과자 따위를 들고 놀이공간에 가서 먹기도 합니다. 장난감과 쓰레기가 섞이면 치우기가 대단히 피곤합니다... 물론 언제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면 되지요. 하지만 세 살 다섯 살 형제를 키우다 보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날 잡아서 치우면 한동안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지만 어질러짐이 임계점을 넘으면 되돌리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 부엌+식당과 낮에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이 연결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주인) "어릴 때 엄마는 부엌일 하시고 나는 식탁에서 숙제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이들이 방이나 서재에 고립되어 있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네요. 어차피 방 3개를 만들면 어릴 때는 방 하나를 장난감 방으로 쓸 예정이라, 식사공간과 텔레비젼만 분리되면 될 거 같네요."- TV가 있는 곳이 곧 놀이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분리하고 싶긴 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4. 열 관리
- Energy-efficient한 집이면 좋겠습니다. 단열 중요합니다.
- 열회수형 환기장치의 도입도 고려해볼 만 합니다.
- 여름에 높은 곳에 위치한 창을 열어서 자연 대류로 온도를 낮출 수 있으면 에어컨을 덜 틀고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지금 사는 집이 2층인데, 에어컨을 틀어 놓으면 1층만 추워집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마치 물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공기를 강제로 순환시킬 방법이 있을까요?
5. 전기/통신
- 홈 서버와 무선공유기를 둘 곳이 미리 고려되어야 합니다. 무선공유기는 집 안에 한 대만 놓으면 집 전체에 전파가 닿아야 합니다. 집의 한가운데가 가장 좋습니다. 자주 건드리지 않으므로(몇 달에 한 번) 접근성이 좋을 필요는 없습니다. 공간은 30x30x50cm 정도면 됩니다.
- 현관 및 그 외 외부에서 진입 가능한 지점에 IP카메라를 두어서 비싼 보안 서비스를 대신하려고 합니다. 카메라를 둘 지점에 전원과 랜포트가 필요합니다.
- 차고에 전원 콘센트가 필요합니다. 전기드릴을 연결해서 쓰거나, 혹시 전기차를 사게 될 경우를 대비하려고 합니다.
- 유선 전화 포트를 만들어둘 필요는 없습니다. 만에 하나 필요해질 경우 랜포트를 통해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만 있으면 됩니다.
-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하고 싶습니다.
6. 옆집
- 한동안 전세를 줄 것입니다. 몇 년 후에는 동생 가족이 들어와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 친하지 않은 사람과 같이 살 것을 전제로 설계해야 합니다.
- '어깨 맞대고 같이 사는 이웃집' 보다는 '매력적인 상품' 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저희가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 마당을 공유할 필요 없습니다. 세입자로 살아보니, 보통 땅콩집 구조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기 너무 쉽고, 서로 친하지 않은 경우 오히려 마당의 활용도를 떨어뜨립니다. 옆집에서 마당으로의 접근성은 '굳이 오려고 마음먹으면 마당에 들어올 수 있는 정도' 면 됩니다.
- 옆집에서 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는 건 괜찮습니다. 오히려 상품 가치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합니다: 서로의 집 안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으면 안됩니다.
- 옆집에는 마당 대신 옥상을 내주려 합니다. 옥상에 정원을 꾸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저희 집 쪽에서 옥상으로 가는 경로가 있는 게 좋을지 없는 게 좋을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세입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는 없는 게 낫지 싶은데, 태양광 발전판을 수리하는 등 건물의 유지보수를 위해 저희 집에서 옥상으로 갈 일이 가끔 생길 것 같기는 합니다.. 뾰족한 수가 없을까요?
- 차고는 일단은 두 집이 공유하는 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상품.......)
- 건물 외부의 주차공간은 옆집이 쓰고 싶어하면 자연스럽게 쓸 수 있으면 됩니다.
- 마당은 우리꺼 → 1층 마당에 면한 부분은 우리가 온전히 차지함 → 따라서 자연스럽게 옆집은 2층 공간을 많이 쓰게 될 거라 상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1층+2층 일부+다락 약간을 쓰고, 옆집이 나머지를 쓰게 되는 구조일 것 같습니다.
- 총 실내공간 배분 비율은 다락과 차고를 제외하고 대강 60:40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옆집에 다락 면적을 크게 주어 모자라는 공간을 벌충합니다.
7. 로망
- 1층 데크(만든다면)와 마당 사이에 병풍식으로 접히는 유리문을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겨울에 화분을 들여놓을 수 있고 단열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접어두면 개방감이 있겠지요.
- 다락을 갖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일지는 좀더 얘기해봐야 할 듯 합니다.
- 바닥 난방을 설치하지 않고 공기로만 난방하면 공사 비용이 얼마나 절약될지요? 유지 비용은 얼마나 더 들게 될까요? 바닥 난방을 1층에만 설치한다면?
8. 외부조건
- 도로에서 봤을 때 왼쪽 코너에 가로등이 있습니다. 잠자는 방이랑 가로등이 너무 가깝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