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김상언, 김은진
- 설립
- 2013년
- 주소
- 서울 강남구 광평로 280 (수서동, 로즈데일오피스텔) 1117호
- 연락처
- 02-445-3220
- 이메일
- sn_architect@naver.com
Architects’ Wonderland
Collage city
도시에서, 지금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 작업은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읽어나가려는 시도이다. 이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들, 사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그 자체로서 바라보면 되는 것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일상에 파묻혀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재발견하려는 작은 노력이다.
이 작업의 전작이었던 Train City는 ‘건축가의 꿈’이라는 틀 속에서 한 도시를 읽어보려는 노력이었다. 그 틀 안에서 우리의 시각을 과장하고 비틀어본 결과, 공사과학만화나 환타지 소설 같은 결과물이 태어났었다. 이번 작업은 지난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특정한 틀 안에서의 결과물의 생산보다는 ‘건축가의 시각’이라는 틀에 대한 탐구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건축가의 시각’이라는 것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이미 고정관념이 발생한다면, 그래서 그것이 사고를 구속하는 틀이 된다면, 그리고 건축가로서 그 구속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면, 그로부터 벗어나기보다는 그 틀을 조금 다르게 인식하고 역으로 이용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 주된 고민이 되었다. 따라서 이번 작업에서는 그룹으로서 협업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각자의 중간 결과물을 설명 없이 서로에게 건네고, 그 결과물을 서로가 각자의 틀에서 읽어나가려는 노력 자체에 비중을 두었다. 우리의 시각을 쪼개고, 겹쳐서, 그 도중의 결과물들을 비틀고, 종국에는 조금 더 자유로운 틀을 갖기 위한 시도였다.
대상 도시는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Delft로 선정되었다. 작업 당시, AILOFLUT(신현보)은 Delft에, 6192(류인근)는 서울에 머물고 있었다. AILOFLUT는 알고 있지만 6192는 모르는 도시를 통해서, 서로 다른 선입관을 Delft라는 도시에 어떻게 투영시키는지 알아보고자 함이었다. AILOFLUT의 거주민으로서의 선입관, 6192의 건축가로서의 기본적인 지식에서 비롯되는 선입관이 Delft라는 도시를 어떻게 다르게 인지하는지 바라보고자 했다. 작업은 AILOFLUT이 6192를 가상의 방문자로 초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Phase 1 – AILOFLUT’s ‘Intention’
AILOFLUT은 Delft의 어딘가를 카메라를 들고 10분간 걸어다닌다. 이 ‘걸어다님’에는 6192에게 이 도시의 어딘가, 그리고 이 도시의 사람들의 어떠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은 AILOFLUT의 의도가 숨어있다. 아마도 6192가 이 동영상을 본다면 어느 정도는 AILOFLUT의 의도 안에서 영상을 해석할 것이라 기대한다. AILOFLUT은 6192가 어느 정도 그 의도 안에서 해석해서 이야기를 가져오리라 기대하면서, 6192에게 아무런 부연설명 없이 동영상을 보여준다. 유일한 제한조건은 ‘Delft의 지도를 보지 말고 동영상만 볼 것’ 이다.
Phase 2 – 6192의 ‘Reading’
6192의 동영상에 대한 해석은 자유이지만, 6192가 도시를 볼 수 있는 물리적 틀은 AILOFULT이 제한해놓은 동영상 속 프레임 안에서만 가능하다. 6192는 철저하게 제한된 한도 내의 동영상을 보면서 영상을 해석하고, 코멘트를 달아나간다. AIOFLUT의 돌아다님이 6192의 시각으로 해석된다. 6192의 해석에는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에 의한 선입관이 강하게 베어나온다. 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6192는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AILOFLUT의 처음 기대와 예상들은 철저하게 빗나가게 된다.
Phase 3 – 6192’s Delft
6192는 자신의 해석에 따라서 Delft의 지도를 그려나가고, 많은 충돌을 일으킨다. 실제의 도시와, 건축가로서6192의 지식과, 동영상 속 의도된 프레임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충돌한다. 그 결과물은 두 사람의 의도와 인식, 사실과 선입관들이 뒤얽힌 한장의 꼴라쥬 지도로 나타난다.
Phase 4 – Collage of reality and perception
완성된 꼴라쥬 지도를 들고 6192는 동영상 속 가상투어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불안하지 않게, 안내지도를 들고 다니는 동영상 여행이다. 의아했던 것들이 이해가 되고, 마치 가이드처럼 각 장면들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인지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6192에게 안내지도까지 갖춰진 Delft는 마치 사실(Fact)와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Collage of different perception
이 작업에는 여러 개의 레이어가 겹쳐져있다. 첫 번째 레이어는 AILOFLUT의 ‘의도’다. Delft를 걸어다니기 전에 AILOFLUT은 이미 머리 속으로 자신의 루트를 그리고 있다. 그의 돌아다님은 자유롭지 않다. 두 번째 레이어는 AILOFLUT의 ‘인지’다. 실제로 걸어다니면서는 처음의 의도에 그날 도시에서 일어나는 우발적 경험들이 뒤섞인다. 세 번째 레이어는 그 결과로 나온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은 AILOFLUT에게는 작업의 결과물이지만, 6192에게는 작업의 시작점이 된다. 네번째 레이어는 6192의 해석이다. 앞의 세개의 레이어에 6192의 선입과과 지식이 덧붙여진다. 마지막 레이어는 6192에 의해 그려지는 지도이다. 이 지도는 두 사람의 인지와 인식, 경험과 선입관의 꼴라쥬로서 그려진다.
이 작업을 통해서 던지는 질문은, 어떤 Delft가 진정한 Delft일까, 하는 것이다. 실제의 Delft가 진짜일까, 아니면 인지되는 Delft가 진짜일까. 사실(Fact)이지만 진실(Truth)가 아닌 것들이 우리가 사는 도시 안에는 무수하게 존재한다. ‘사실’을 인지하는 우리의 머리 속은 ‘진실’로 채워져 있을까?
Architects’ wonderland의 두번째 작업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우리들만의 진짜 Delft, 진짜 도시는 사실과 진실의 묘한 얽힘 속에서 나타나는 꼴라쥬된 도시였는지도 모르겠다.
△ 어젠다그룹 4회 전시회 출품,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