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22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뿐 아니라 다음 22세기를 살아갈 누군가에게도 쓸모 있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건축을 기반으로 드로잉, 가구, 인테리어, 조경 등 우리의 삶과 마주한 부분들로 디자인 영역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이동우
- 설립
- 2020년
- 주소
-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168 (마곡동) 마곡747타워 1313호
- 연락처
- 02-6925-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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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우체통, 건축에도 악세사리가 있다
판교 적정주택 '온당'
우체통
멋을 잘 부리는 사람들은 액세서리를 잘 사용하죠. 전체적인 패션에 악센트를 주는 액세서리는 잘 사용하면 멋이 배가 됩니다. 건축에도 액세서리가 있습니다. 아니 건축적인 액세서리라고 하면 될까요? 제가 생각하는 건축적 액세서리는 실내에는 스위치, 콘센트, 수전 실내외 모두 적용되는 난간, 주출입구의 캐노피, 초인종, 우체통, 우수선홈통 등등이 될 것 같습니다. 캐노피는 얼굴의 눈썹 라인 같고, 버튼들은 옷의 커프스 같고, 선홈통들은 섹시한 지퍼라인 같습니다. (정감 있게 만들면 ‘자크’라인이 되겠지만요.)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제품을 써도 되지만 ‘작가’라고 불리고 싶은 사람일수록 자신만의 시그니처 같은 디테일이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실무수련을 할 때 국내 최초로 지어지는 안도다다오의 건축인 제주도 휘닉스 아일랜드의 지니어스 로사이와 글라스 하우스 설계에 참여했는데, 안도다다오 사무실에서는 노출콘크리트에 맞는 아연도 판을 자체제작해서 스위치, 콘센트 커버로 사용하는 것을 알고 인상 깊었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집을 직접 짓지 않는다면 생각해 본적이 없는 문제들 중에 하나가 우체통 일테고, 우체통에 관한 막연한 이미지는 영화 ‘시월애’에 나오는 그림 같은 집에 그림 같은 우체통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영화 시월애에 나오는 집과 우체통. 제 기억엔 이거보다 훨씬 멋져 보였는데
그간 건축수업으로 눈이 높아졌던지, 주인공에 가려서 배경도 미화시켰던지 그랬던 것 같네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판교 적정집 ‘온당’의 우체통에 관하여 소개합니다.
우체통의 기능은 일단 안전하게 물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우체부 눈에 잘 띄되 눈에 거슬림이 없는 것이겠죠. 높이는 어른도 아이들도 손이 닿는 1200mm 플러스, 마이너스 정도면 무난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건축물의 액세서리의 연속으로 보고 다른 액세서리들과 어울림과 사용상의 편의를 생각했습니다.
초안에서는 두 세대의 집이므로 각 세대의 출입구에 초인종 위치와 함께 디자인하여 벽체에 매립할 안을 검토했습니다. 우편물을 넣으면 실내에서 꺼내면 보안상으로도 좋고, 주소표기, 인터폰, 우체통을 하나로 디자인하여 깔끔히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 전체의 포인트 컬러면과 부딪히는 점이 있었고, 도어에 매립할 경우 단열성능이 깨지는 점 등이 있어서 석연치 않았답니다. 그러는 와중에 주차장 차고가 사이드 슬라이딩에서 오버헤드로 변경이 되어 주차 차고의 측면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이곳에 우체통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검토안, 우체통을 차고에 모으기. 위치, 크기, 채광 등의 기본적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코너 부위의 매스감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코너 면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온당의 큰 틀에서 제일 중요합니다. 같은 철판을 잘라 재질 느낌도 유지하고요. 주소는 큼지막하게 인지성이 좋게 타공을 해서 속에 우편이 있나 잘 보이게 했습니다. 음각으로 처리한 면에 같은 색 도장을 해서 차고의 코너 면과 하나로 읽힙니다.
타공을 크게 한 이유 중에는 차고의 문을 닫으면 어두울 거 같다는 건축주의 의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두울 거 같으니 차고셔터의 상부 일부를 아크릴로 하고 싶다는 건축주의 의견 (참고이미지)이 있었지만, 집의 인상을 좌우하는데 그럴 순 없기에 차고 안의 배기창이 있으니 일부 채광기능 충족, 철판 면에는 우체통의 구멍을 크게 뚫어서 어둡지 않게 하고 디자인 요소로 쓰자는 의견을 내어 합의를 하였답니다.
우체통이라는 작은 이슈에 여러 의견을 주고받은 것을 건축주가 정리를 했습니다. 공학을 전공한 건축주가 손수 스케치와 피피티를 이용하여 정리한 ‘우체통 디자인북 -by client’를 보면서 서로의 성장에 함께하고 같이 집을 만들어가는 보람을 느꼈답니다. 정확한 폰트 전달을 위해 일러스트레이터 파일을 작성하는 데는 동료의 도움이 있었지만, 기본내용을 작성하는데 필요한 것은 그림판과 ppt, 그리고 손스케치가 전부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