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22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뿐 아니라 다음 22세기를 살아갈 누군가에게도 쓸모 있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건축을 기반으로 드로잉, 가구, 인테리어, 조경 등 우리의 삶과 마주한 부분들로 디자인 영역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이동우
- 설립
- 2020년
- 주소
-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168 (마곡동) 마곡747타워 1313호
- 연락처
- 02-6925-2201
- 이메일
- studio22kr@gmail.com
- 홈페이지
- http://studio22.kr
단단단단 기숙사
3. 디자인ⅱ
저층 고밀의 주거지역, 그리고 두 필지를 합해서 짓는 5층 규모의 신축 건물.
기존 동네와 새로운 건물 사이의 서로 다른 스케일은 설계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차라리 고층 빌딩처럼 아예 비교도 안될 만큼 차이가 나버린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1~2층 위주의 작은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는 동네에서 5층짜리, 그것도 두 필지를 합쳐서 들어가는 건물은 오히려 고층건물보다 더 큰 매머드처럼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이 건물은 회사 직원들의 기숙사로 쓰기 위한 집입니다. 그렇지만 건축법상의 용도는 다세대주택입니다. 건축법에도 기숙사라는 용도가 있지만, 이 경우는 공장과 같은 부지 내에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허가 협의 과정에서 다세대주택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주차 대수, 용적률, 필요한 방의 개수 등을 고려해서 1층은 주차장, 2층에서 5층은 각 2세대씩 총 8세대 규모의 다세대주택이 되었습니다.
△ 2층부터 4층은 모두 동일한 세대 평면이 반복됩니다
한 층의 평면은 각각 독립적인 두 세대와 그 사이에 있는 계단실, 엘리베이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구성을 건축물 외부 입면에 그대로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가운데를 외부 계단으로 만들어서, 길에서 보면 마치 건물 두 동이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동네와 건물의 상대적인 크기 차이 때문입니다. 앞의 글에서 건물을 단단단단 형태로 만들면서 골목길에서 보이는 크기를 조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동서 방향으로 긴 건물의 가운데에 외부공간을 끼워 넣어서 건물의 덩어리를 다시 한번 작게 나눈 것입니다.
△ 외부 계단을 배치해서 건물이 두 동으로 분리되어 보이도록 했습니다
외부 계단을 만든 또 다른 이유는 자연스럽게 외기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단열성능을 점점 더 강화하면서 건물을 밀실 한 박스처럼 만들기 위해 외부공간을 밀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건물에선 시원한 바람을 쐬고 하늘도 볼 수 있는 공간을 점점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집이 작을수록 오히려 외부공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작은 공간이 주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점에서 계단실은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기숙사로서 필요한 면적을 채워나가다 보면 그럴싸한 외부공간을 별도로 만들 여유는 없었는데, 오히려 출퇴근하느라 하루 2번씩은 왔다 갔다 하는 계단실을 외부공간으로 만들어서 자연스레 바깥 공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기숙사의 계단은 매 층 반복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모든 계단은 그 위층의 계단이 천장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벽만 외부로 열어주게 되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동네의 작은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반 외부공간이 되는 것이죠.
△ 계단실을 외부 공간으로 만들면서 건물 내에서 바람 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단단단단 기숙사의 한 세대는 거실, 주방, 방 3개, 화장실로 구성됩니다. 3~4인 가족이 사는 일반적인 다세대주택과 비슷한데, 이 집에서는 유일한 개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숙사는 가족이 아닌 개개인의 직원들이 함께 사는 공간입니다. 물론 함께 사는 직원들끼리 유대감을 높이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은 분명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퇴근하고 돌아왔는데, 집에서도 회사 사람들을 만나야만 할 것 같고 그래서 회사 공간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전체 규모가 200평이 넘어가는 이 큰 집에서 오롯이 나만을 위한 개인 공간은 3평 남짓의 방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작더라도 쾌적한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우선 개인 침실들을 집에서 가장 환경이 좋은 남쪽에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각 방에는 작은 발코니도 만들었습니다. 방에서 쉬다가 편안하게 나와서 바람을 쐬고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은 개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공동공간인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은 나란히 복도 건너편 북쪽에 배치했습니다. 개인이 원할 때 선택적으로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작은 발코니가 있는 개인 침실
△ 복도 건너편의 공동 거실
개인 침실들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남쪽 입면은 더 작은 요소로 분절되었습니다. 한 개 동이 12개의 침실 단위로 작게 나눠지고, 다시 각 침실은 발코니의 노출 콘크리트 난간 벽으로 나눠졌습니다. 이것은 골목길에서 인식되는 건물의 크기를 더 작게 만들어주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보는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 개인 침실이 전면에 드러나는 남측 입면구성
△ 골목길에서 보이는 모습
계단실을 중심으로 건물을 두 동으로 나눠서 덩어리를 작게 만드는 것은 북쪽 골목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했습니다. 다만 북쪽 면은 계단이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에 두 건물 사이 공간에 콘크리트 박스가 올라오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북쪽 면에서 보면 마치 쌍둥이 빌딩 두 동이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북쪽 골목길 모습
올 2월에 설계를 시작해서 8월에 마무리 지었고, 10월부터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겨울을 지나 내년 여름이 되면 이 집은 함께 살게 될 직원들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부디 그때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현장이 잘 마무리돼서, 여기서 살 직원들이나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들 모두에게 편안하고 좋은 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