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22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뿐 아니라 다음 22세기를 살아갈 누군가에게도 쓸모 있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건축을 기반으로 드로잉, 가구, 인테리어, 조경 등 우리의 삶과 마주한 부분들로 디자인 영역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이동우
- 설립
- 2020년
- 주소
-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168 (마곡동) 마곡747타워 1313호
- 연락처
- 02-6925-2201
- 이메일
- studio22kr@gmail.com
- 홈페이지
- http://studio22.kr
성북동에 ‘북정마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사진은 마을 초입에 그려진 벽화인데요. 산 꼭대기 막다른 골목, 일주도로로 둘러싸여 영역감이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가 분명한 마을이지요. 작고 오래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달동네입니다. 작년 가을, 성북구청 평생학습프로그램 특강을 하면서 수강생들과 함께 답사를 갔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 참조 _ 성북구청 평생학습프로그램
재개발을 둘러싸고 주민 사이에 갈등이 깊어져, 곳곳에서 이런 흉흉한 벽보를 볼 수 있습니다.
마을 구석에 ‘북정미술관’이 있습니다. ‘서울괴담’이라는 극단에서 오래된 작은 주택 한 채를 빌려서 간단하게 수선한 뒤, 마을 사람들의 사진들을 모아서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요. ‘아트제안’이라는 예술가 모임에서 ‘마을 사진’의 다음 전시를 이 곳에서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술관에 대문이 없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큰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프로페셔널한 예술가들의 전시회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라도 대문이 있어야겠다는 이야기였는데요. 그래서 대문을 제작해서 설치하는 것으로 아트제안의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북정미술관의 대문이 북정마을의 꾸밈 없는 얼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북정마을 풍경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연속적으로 자라난 결과가 되어, 마을 사람들이 아무런 부담이나 위화감 없이 자신들의 소유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문을 통해서 재개발로 상처 입은 마을 사람들이 위로 받기를 바랬습니다. 그 것이 이번 아트제안 전시의 주된 의도이기도 했습니다.
북정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서, 북정마을 사람들 솜씨의 도움을 받아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재개발로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하지만, 마을의 일상 풍경은 대체로 느슨하고 평화롭습니다. 할 일 없는 어르신들은 동네 구멍가게 앞에 모여서 군불을 쬐며 윷놀이도 하고, 대낮에 막걸리도 마시면서 느릿느릿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땔감으로 쓰려고 가져다 놓은 부서진 가구 조각을 대문을 만들기 위해 가져가도 되겠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은근 놀라워 하시고, 또 많이 즐거워 하시더군요.
북정마을에는 곳곳에 오래된 건축자재들을 쌓아놓은 야적장들이 있습니다. 주민들 중에 은퇴 전에는 공사현장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많다고 하네요.
양해를 구하고 얻어오기도 했고,
마을 내 목공소에서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목공소에서 빌린 회전톱으로 각목을 잘라서 ‘조각보’ 컨셉으로 배열해서 뼈대를 만들었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협업해 주신 최준경 작가님.
뼈대 사이를 역시 마을에서 줏어 온 가구 조각 등으로 채워보았습니다.
최준경 작가님과 북정마을 목공소 김지용 어르신. 회전톱과 타카를 빌려주시고 작업 요령을 알려주시는 등,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마무리작업.
세워보았습니다.
벗겨진 페인트와 곳곳에서 발견되는 의외의 장식효과.
최준경 작가님이 가져오신 풍경. 을지로에서 구입한 모서리 보강 철물.
문 설치는 마침 근처에서 다른 현장 진행하고 계시던 이건우 실장님으로부터 도움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달았네요. 실용적인 대문이라기 보다는, 최소한의 격식을 갖추기 위한, 상징적인 대문이겠습니다.
아래는 아트제안에 보냈던 작품 설명글입니다.
“북정마을 미술관에 대문을 붙인다.
사람을 가려 들이기 위함이 아니라,
작품을 안정적으로 전시하는 진짜 미술관으로서의 최소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함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마을과 운명을 함께하는 듬직한 가족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다.
마을 여기저기 널려있는 버려진 건축자재들을 조각보처럼 짜맞추어 만든 문이다.
마을에서 함께 늙어온 조각들이기에,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스며들기를 기대해 본다.
차근차근 고쳐 쓰고 필요만큼 덧씌우며 천천히 살아가겠다는,
소박한 다짐으로 읽어주시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 5월10일에 있었던 전시회 개막 풍경. ‘가장 높은 미술관, 가장 낮은 이야기’
친구 이상민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극단 ‘서울괴담’의 축하 공연이 있었습니다.
최준경 작가님
하민수 작가님
오진령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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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_ 가장 높은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가장 낮은 이야기, 세상의 아픈 속살을 비추다
[원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