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협소주택
(다가구주택)
연희동 구도심에 위치한 대지. 건축주가 어린시절 생활했던 오래된 단층짜리 단독주택 건물입니다. 건물이 낡아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던 이곳에 건축주는 임대세대와 더불어 그의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협소 다가구주택을 짓고 싶어 했습니다.
문제는 협소한 골목길과 20평 남짓의 작은 부지로 인해 이전에 만났던 다른 건축사사무소에서 작업을 꺼렸던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차에 건축주는 지인의 소개로 저희 사무실까지 찾아오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연희동 협소주택 이야기입니다.
△ 건축주가 살았던 오래된 단독주택 모습
연희동 뒷골목에 위치한 대지는 협소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임대입지로는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인근 연세대학교와 길건너 요즘 핫한 연리단길이 있고,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홍대입구역이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건축주만을 위한 집을 짓기에는 대지의 가치가 높았기에 건축주는 조금 무리하더라도 노후를 위한 임대수익이 가능한 다가구 주택을 짓고 싶어 했습니다. 특히 자녀들이 출가하면 훗날 건축주는 이곳 최상층에 거주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차량 1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전면도로와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인해 건폐율 50% 제한으로 인해 1개 층 바닥면적이 10명 밖에 안되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비정형의 대지는 협소주택에서 필수적인 거주공간의 효율적 사용을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 그래픽 모습
△ 그래픽 모습
고민 끝에 각 층 당 1개의 임대세대가 배치되는 4층 규모의 주택을 짓기로 합니다. 건축주가 거주하게 될 4층의 경우 다락과 함께 테라스를 두어 쾌적한 거주환경을 제공하며, 2층과 3층에는 사회초년생과 대학생을 위한 원룸이 계획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필로티로 띄운 건물을 최대한 전면도로에서 이격시킨 후, 계단실을 대지에서 가장 굴곡이 심한 좌측 뒤편으로 배치하였습니다. 이로써 3m 폭의 비좁았던 골목이 5m가 넘는 구도심 속 작은 오픈공간이 되었고, 2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원활한 차량의 진입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4층 다락이 일조사선으로 꺾이는 부분이 최소화되어 심리적 안정과 쾌적한 공간감을 제공하고, 비정형의 대지에서 공간의 효율적 사용을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1층 계단실 아래에는 창고를 마련하여 부족한 수납공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전면에 거실 메인창이 있고 좌측으로 작은 채광창이 있습니다. 원룸이지만 실사용 면적으로는 8평 정도 인지라 결코 작은 원룸은 아닙니다. 사용자 구성에 따라서는 1.5룸이 될 수도 있는지라 채광 개구부는 실내 3면에 두었습니다. 메인 창문에는 철재 프레임을 4면으로 돌려 포인트를 주었고, 나머지 창들은 창 하부에 물끊기 후레싱만 두었습니다.
참고로 최근 많이 짓고 있는 백색 스터코 건물은 우천시 창 하부의 먼지로 인한 오염이 문제 입니다. 흰 색 벽면의 오염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서는 물 끊기 후레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상부에 보면 선홈통이 두 가닥으로 나와 합쳐집니다. 근접한 경의중앙선 철길 옆에 커다란 나무들이 무성하다보니 꽃잎이나 낙엽이 바람에 날려 옥상 테라스의 드레인이 막힐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옥상에는 드레인을 가급적 2개 이상을 두는데, 우측은 필로티 주차장이다보니 좌측 벽면으로 드레인 두 개를 설치하였습니다.
원래는 배면쪽에 계단실 창과 다용도실 창문이 계획되었는데,, 뒷집의 강한 민원(?)으로 계단실의 창문을 없애고 다용도실 창도 우측면으로 옮기게 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주출입구 현관 좌측으로는 목재 패널로 저층부에 포인트를 두었고, SUJI HOUSE 라는 로고와 우편물 수취함을 설치하였습니다.
주차장 상부는 미송합판을 장방형으로 나누어 깔끔하게 처리하였습니다. 필로티 주차장 상부에 흔히 쓰는 PVC 천정재를 싫어하는 터라 이번에 새롭게 써본 디자인인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네요^^
단, 주의할 점은 최근에 주차장에서 화재가 시작되어 벽체 드라이비트에 불이 옮겨 붙는 위험한 사례가 종종 있는지라 목재 위에 반드시 난연 오일스테인을 발라줘야 합니다!
주출입구로 들어서면 마주치는 계단은 석재 느낌이 나는 타일로 마감하였습니다. 애초에 자연석재로 마감할 계획이었으나 협소주택 특성상 규격화 부분이 적고, 비정형 대지로 인해 치수가 다양하다보니 석재업체가 선뜻 나서지 못하면서 결국 타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이처럼 규격화가 쉽지 않은 협소주택은 비용측면에서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으며 시공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건축주의 요청으로 좁은 계단실을 최대한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창을 내어 자연광을 끌어들이려 했으나 민원으로 인해 창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골조면에 미장을 하는 대신 면만 다듬고 밝은색 페인트로 마감하여, 미장치수로 인해 계단폭이 손실되는 면적을 최소화하였다.
1cm가 아쉬운 협소주택에서는 이처럼 미장치수조차 쉽게 생각할 수 없다.
△ 임대세대 (2, 3층)
계단실을 제외한 1개 층 실사용면적은 대략 8평.
공간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상부장을 설치하고, 가변형 테이블을 두어 식탁 및 책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 주인세대 (4층)
임대세대와 동일한 평면을 갖는 주인세대에는 특별히 다락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습니다.
다락으로 오르는 계단 위로 'ㄱ'자로 꺾인 천창이 보입니다.
△ 다락
다락에 설치된 2개의 커다란 천창은 자칫 답답할 수 있는 공간에 빛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연희동으로 향한 시원한 조망을 선사합니다. 공간감을 보기 위해서 3층 원룸에 있던 침대를 잠깐 올려놔 봤습니다.
△ 다락
△ 다락
다락은 천정이 낮아 마감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천정 꼭지점 부분에만 합판을 치고 다운라이트 조명을 매립하였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마름모로 제작된 문을 지나면 연희동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테라스와 연결됩니다.
다락 테라스는 폭이 1200mm 정도로 협소하지만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따스한 아침햇살을 맞으며 차 한잔 마시기엔 더 없이 좋습니다.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임대세대)
3층 평면도 (임대세대)
4층 평면도 (주인세대)
다락 평면도 (주인세대)
횡단면도
종단면도
오래된 구도심의 뒷 골목은 도로 폭도 좁고 대지도 협소합니다. 여러 가지로 새로 집을 짓기가 불편하니 건물들은 대다수 노후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건물들은 미관만이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취약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연희동 협소주택은 여러 공사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덕분에 골목이 밝고 넓어지면서 마을환경 개선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보람으로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