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재료가 모여 벽이 만들어지고 벽들이 모여 공간이 되고 공간이 모여 건물이 된다. 반복되는 작은 재료 하나 그리고 공간을 우리는 ‘단위’라고 생각한다. 근대건축의 거장인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건축은 두 개의 벽돌을 조심스럽게 맞붙일 때 시작한다”고 하였다. 우리가 생각하고 만들고자 하는 건축은 흔히 생각하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시작하려고 한다. 흔히 보는 재료이지만, 흔히 보는 집의 모습이지만, 흔히 보는 건물이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기억이 되는 건축이다. 어느 누구에겐 소중한 추억이 되는 건축, 그것을 만들기 위해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며 작업하고자 한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정기정
- 설립
- 2003년
- 주소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1길 40 (성산동) 4층
- 연락처
- 02-553-1939
- 이메일
- gijung69@naver.com
- 홈페이지
- http://
양수리주택 '모조'
#2. 집터 시굴조사
소규모 발굴조사 국비지원 신청을 한지 두 달 만에 시굴조사를 받았다. 국비지원 담당자는 99.9% 유구가 발견될 것이라 예측했고 발굴 전환에 대비를 하는 게 좋겠다 했다.
마음을 내려놨다. 오전 8시부터 땅을 파기 시작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30cm쯤 파 내려가니 기와 조각들이 출토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기와조각 천지다.
빗살 무늬의 기와 편은 고려 시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마음을 내려놓고 보고 있으니, 그 층층이 쌓인 숨겨진 시간의 기록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좀 싱겁게 기와 편뿐이다.
2.5m를 팠는데도 기와 쪼가리 말고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0.1%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는데, 발굴 시행자가 이럴 리가 없다며 옆을 또 파보겠단다. 하늘이 돕는지, 옆 땅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발굴로 전환될 것이라 생각했고, 착공 일정은 요원하다 싶었는데 눈앞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만세를 부를 만큼 기분은 좋은데, 마음은 조급하다. 시굴조사 구경을 오셨던, 퇴촌 건축가 김원기 선생께 집의 크리틱을 부탁드렸다.
우리가 못내 아쉬워했던 부분을 짚어 주셨다. 땅이 작다는 핑계로 너무 안이했다. 작은 땅을 더 작게 바라보고 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공사는 시작될 것이다. 한 달의 기간 동안, 더 치열하게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