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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
-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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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둔역 리노베이션
구둔역, 아홉개의 시간
아름다운 풍경을 숨기고 녹슬고 허물어져 가는 구둔을 곁에서 지켜보던 지인은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했다. 철도공사로부터 장기임대를 받아버린 것이다.
그에게 활용계획을 물으니, 곤충을 활용한 농촌체험시설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구둔이 쌓아온 시간과 앞으로 만들어 갈 시간의 연결고리도 없고 구둔의 향기도 잃어 버리는, 하지 않음만 못한 일이 될 것만 같아 극구 만류했다.
구둔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 받아 다시금 써내려 가는 것이 필요했고, 우리는 그친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구둔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구둔에는 구둔을 의미있게 해주는 몇 개의 장소가 있다.
근대건축물로 지정된 구둔역사, 오래전부터 연인들이 소원을 걸어 두던 소원나무, 가을이면 구둔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는 은행나무가 있는 플랫폼, 그리고 '건축학개론' 영화 속 지훈과 수지가 걷던 철길이다.
구둔의 장소를 통해 느끼는 정서는 무얼까?
그리움, 아련함, 고즈넉함, 쓸쓸함....70년이 넘은 시간의 무게와 기차길이 만들어 내는 특유의 이미지에 사용이 정지된 폐역의 분위기가 더해져 만들어낸 정서일 것이다.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 주는 장소를 만들겠다는 지인(이하 구둔역지기)의 바람은 당연하나 북적이는 관광명소(?)가 될 경우, 자칫 구둔이 간직한 특유의 분위기, 정서를 잃어 버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새로운 것으로 새로운 시간을 써내려 가기 보다는 과거의 시간, 기억에 현재를 쌓아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미래를 만들어 보자 하였다. 완결된 건축물이 아닌 기존의 것에 더하거나 덜어 내는 과정 속의 건축, 구둔의 찐득한 정서를 녹여 내는 장소 만들기가 목표가 되었다.
고백의 정원
△ 구둔역사 옆의 버려진 공지
구둔역사 옆에는 큰나무 하나 덩그러니 있는 빈터가 있었다. 버려진 빈터를 의미있는 장소로 바꿔보자 했다.
△ 그래픽 이미지
△ 그래픽 이미지
△ 고백의 정원
연인들이 많이 찾는 구둔에, 그들만을 위한 은밀한 고백의 장소다. 고백의 시계를 맞추고 고백을 한다. 그리고 고백의 징표(플레이트)를 벽에 걸어 두고그날을 기억하는 추억을 만드는 장소다.
체험관 '산아래'
△ 그래픽 이미지
구둔에 담길 기능은 6차산업을 적용한 농촌체험시설이 주다.
구둔역사는 근대건축물로 지정이 되어 외관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조건이 있었고 공간도 협소하여 체험이나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체험관의 신축이 필요했다. 구둔의 경관을 헤치지 않고 가급적 드러내지 않는 자세로 폐전철 옆의 삼각형 땅에 앉히기로 했다.
△ 삼각형 대지
△ 그래픽 이미지
△ 그래픽 이미지
△ 체험관
체험관은 가설 건축물로 추후 해체 등을 고려해 뼈대는 철골로 외피는 폴리카보네이트로 하였다.
△ 철골로 만든 구조 모습 (현장 사진)
△ 철골로 만든 구조 모습 (현장 사진)
△ 열차와 나란히 선 체험장 측면
열차에 평행한 면에는 미러필름을 부착해 마치 체험관 안에 열차가 있는 듯한 착시를 의도했다.
△ 체험관 내부 모습
카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구둔역
△ 구둔역
1940년대에 지어진 구둔역사는 목조 건물이다. 근대건축물로 지정되어 문화재청으로부터 외관의 변경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들었고, 우리도 굳이 외관을 건들고 싶은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오히려 원래의 모습에 더 가까이 가자 했고, 대합실에 덧대어진 천정을 걷어 내 목구조의 원형을 드러냈다.
△ 기존 구둔역 대합실
천장은 구둔역 수리 과정에서 덧 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 변경 후 모습
천정을 모두 걷어 내고 날것의 모습으로. 대합실 옆의 역무실은 카페로 활용하기로 했다.
구둔역지기의 예산이 너무도 박하여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구둔역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재(쇄석, 침목)를 사용하고 천정도 그냥 뜯어진 상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조명도 현장에서 목수분께 제작을 부탁해서 설치했다.
△ 기존 역무실의 모습
△ 변경 후 모습 (카페 내부)
△ 대합실 창의 풍경
△ 구둔역 카페 바테이블
△ 대합실 매표소를 활용한 티 테이블
△ 현장에서 제작한 조명
△ 게비온 월
반추의 공간
△ 반추의 마당
은행나무가 있는 플래폼은 가을에 특히 아름다운 장소이다. 은행잎 가득한 플래폼에 서면 그 고즈넉함에 이런 저런 상념에 빠지게 되는 장소이다.
그 마당에 나를 비추고 하늘을 담을 바닥을 만들고 구둔과 하늘과 나를 관조하며 생각에 잠길 의자하나 마련하기로 했다.
△ 반추의 의자
작은 소품같은 공간들
새로운 구둔에는 이야기가 있다. 구둔의 이야기를 작가님과 함께 만들었고, 그 이야기에는 동물 친구들이 많이 등장한다.
카페를 지키는 고양이 까몽, 구둔역을 찾는 이를 반기는 멍멍이 몽구,멈춰선 열차의 운행을 기다리는 돼지 해몽. 그 친구들을 위한 공간도 빼놓을 수 없었다.
△ 기차 옆의 해몽이와 토끼
△ 카페지기 까몽
△ 찾는 이를 반기는 몽구
구둔이 새단장을 하고 문을 연지 이제 삼개월 남짓이다.
아쉬운 부분이 너무나 많지만, 이것도 구둔역지기가 더하고 매만지면, 그리고 시간이 더해지면 나아질 것이다. 잘 곰삭아지길 기대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