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엔건축사사무소는
건축과 도시의 본질과 지속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새로운 사회문화적 가능성을 찾는 작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김현숙
- 설립
- 2014년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만리재로 14 르네상스타워, 1009호
- 연락처
- 02-703-1838
- 이메일
- enarchi01@naver.com
[EN건축사사무소 입구]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나서 처음으로 주택설계에 들어갔다.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는 서울에서 출판사 사업을 하시다가 원래 고향도 아닌 제주도에
새로운 삶터를 잡으시는 사업가 미혼 여성분이시다.
출판사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나름 자유롭게 사업이 가능하고,
부모님께서 이미 내려가 계시니 이미 제2 의 고향이나 다름이 없으실 듯하다.
[프로젝트 미팅]
나는 크고 작은 설계사무소 실무 경험이 있었으나,
건축사명을 걸고 클라이언트를 맞이하게 되니 불안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다.
첫 설계 상담을 하면서 나는 건축주의 온 이야기에 집중하고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집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주어진 경제적 조건 내에서 무엇을 버리고 취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더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계셨다.
다들 그렇겠지만 큰맘 다져먹고 자신의 집을 짓는다면
어린 시절부터의 겪어온 경험, 이제까지 접해오던 공간,
같이 지내게 될 가족과 지인들 하나하나를 다 고민하게 될 것이다.
건축디자인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몇 번이나 나지막이 얘기를 했다.
집을 짓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을 새로이 되돌아보게 된다고.
[EN건축사사무소 책장]
그녀는 나와 몇 번의 상담을 하면서, ‘건축’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철학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건축가라는 직업에 굉장히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의아스러웠다. 내가 생각하는 철학은 무겁고 낯선데 말이다.'
난 건축이 예술인지 기술인지 그 사이에서 고민했던 적은 있으나
철학과 연관 짓지는 않았었다.
아마도 내가 단순한 공학도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는 건물을 짓는 과정은 책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그녀만의 깨달음을 이야기했다.
난 아직도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도 훗날 내가 그녀의 도움을 받으며 책을 만들게 된다면 그 말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산오피스텔 부실공사 / 출처 : 연합뉴스]
그래. 집이란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들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세계까지도 담아내는 곳이고,
변화해갈 미래를 담아내는 공간이다.
그러나 지난 수 십 년간 우리는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용가치보다는
최대수익을 위한 교환가치에 집중을 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전불감증,
설사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관대하기만 한 처벌과 감시로 예견된 사건들이 많이 벌어졌다.
'이렇게 정체성을 잃어가는 주택 가치는 단순 바닥 면적으로만 환산되어 왔다.
그래도 다행히 이제는 사람들이 변하는 것일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 내가 있고
나의 집이 공존한다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둘 만나게 되고 있다.
[제주 밈하우스 디자인]
"나는 행운아다."
나의 첫 건축주는 과도하게 디자인된 건축 작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삶이 녹아든 거주지를 원했다.
건축사를 믿사오니 알아서 잘만 설계해달라고 전적으로 맡기지도 않았다.
본인을 닮은 유일한 집, 삶을 재충전하고,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을 바랐다.
더 맘에 들었던 것은 자신의 집이 그 지역에 녹아들어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을 원했다.
그녀는 그런 집에서 마을, 지역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했다.
[디자인 협의]
좋은 건축을 만드는 것은 건축가의 역할보다는 건축주의 역할이 더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가끔이지만 그녀와 오랜 시간을 대화하고 메일을 오가며, 기교적 건물이 아닌 단아한 건물이 되기를 고민했다. 2014년 건축계에 독립해서 새로이 회사를 운영하는 나에게 그녀와의 만남은
앞으로 건축설계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무언의 각오를 하게 만든다.
[이엔 건축사사무소] “제주 밈하우스_그녀의 1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