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자의 삶의 플래폼인 건축 그리고 그 물리적 집합체이자 공동체의 플래폼인 도시에 대한 포괄적 관심을 바탕으로, 그 실무적 이행으로 규모, 용도, 지역,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건축/도시디자인 프로젝트, 연구개발계획, 전문교육 등의 활동을 폭넓게 수용한다.
경계를 한정하지 않는 H2L의 작업과 그 방식은 공간space이 한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매체임을 이해하는 다양한 클라이언트, 관계전문가, 협업건축가, 건축학 수련자들과 공유될 것이며, 이는 개별 프로젝트의 주제 아래 함의된 보편의 사고를 건축적, 도시적 주제로 해석해 사회공간에 환원함이 건축가의 직능을 다하는 길이라는 믿음에 기반한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황정현
- 설립
- 2015년
- 주소
- 서울 중구 다산로10길 10-5 (신당동, 자강헌) 202호
- 연락처
- 02-464-1019
- 이메일
- h2l.hwangjh@gmail.com
연립빵공장
작년에 착수한 프로젝트였지만, 갖은 곡절과 여러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된 프로젝트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의 오래된 다세대주택을 베이커리, 카페로 리뉴얼하는 프로젝트인데요.
이미 가게는 오픈해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있습니다. 이름은 '연립커피' 혹은 '연립빵공장'이라고 불리고 있더군요. 방문한 손님들의 공간에 대한 리뷰를 접하며 그동안의 고생을 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카페의 이름엔 '연립'이 들어가지만, 사실 연립주택은 아닌 다세대주택을 대수선, 리모델링 한 프로젝트입니다.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보다 연립주택이라는 말이 조금 더 엔틱한 감성을 주는 것 같아, 좋은 네이밍이 되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립'이란 두 글자가 그런 감성을 전달하는 것은, 요즘 도시공간에서 찾아보기 어려워 진 건축물의 유형이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현대에도 꾸준히 지어지고 있는 반면, 연립주택을 지을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의 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며 점차 사라져가는 유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20년이 넘은 다세대주택, 가로수길의 확장이 만들어 낸 '세로수길'이란 핫플레이스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건축주는 신사역에서부터 밀고 들어오는 프랜차이즈로부터 비롯된 상업화를 안타까워했고, 이에 대한 저항이자 방패로서 옛 건축물을 보존하면서 고유의 감성을 가지는 카페를 계획했습니다.
△ 아이디어 흐름
무분별한 강남 개발의 시대에 태어난 흔한 다세대주택.
그 사회적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기도 하고, 허름한 도시풍경에 묻혀 보이지 않던 이 건물 고유의 재료와 형태를 되돌아 보기도 했습니다.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는 벽돌, 나름의 멋을 부린 아치형 창호와 영국식 목조장식이 눈에 들어왔고, 비록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거의 건축가와 소통하는 방법, 건축을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하나하나 기록해 두기도 했고요.
△ 복원된 다세대주택 모델링
우선 기존 건물을 재현해 봅니다.
현재의 환경에서, 남길 곳과 허물 곳, 조금은 변경해 볼 곳 등을 세밀하게 체크합니다.
기존 도면을 복원해 창들의 높이를 알고, 면적과 동선을 이해해 봅니다.
주택의 용도로 사용하던 물이,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시설로 바뀌게 될 경우 기존 건축물의 어떤 부분들이 그 변화에 순응해야 할지 생각합니다.
△ 기존 주택의 폐쇄적 파사드
주택으로 사용되던 건물이었기에, 접근하는 계단실이 대지 안쪽으로 물러나 있습니다.
자연히 도로와 면한 좁은 면은 측벽이 되어 개구부를 최소화 하고 있는 형상이었죠.
시대는 변했고, 조용하던 주택가는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역이 되었습니다.
건물이 성격을 달리 하게 된다면, 도로와 소통하는 이 벽의 성격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 전면공간의 변형
좁은 측벽이 유동인구를 흡수하기 위해 저층부 1.5개층을 비워내길 제안합니다.
90년대의 다세대주택이 흔히 그렇듯, 반지하층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기에 지면에서부터 1.5층을 비워내면 자연스럽게 선큰 형식의 층고 높은 공간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비워진 공간에 자연히 사람들이 흘러들어오게 되고, 이 공간이 좁고 깊은 필지의 성격을 극복할 수 있는 시초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 용적의 확장
최종적으로 증축은 하지 않게 되었지만, 최초의 제안에서는 비워진 전면부의 면적을 여유있는 용적률을 채워내는 방식으로 제안합니다.
증축을 통해 전체 볼륨도 조금 더 세련되게 정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죠.
△ 아치형 창호의 기록
기존 건축물의 보존에 있어, 디자인 주안점으로 삼은 것은 아치형 창호였습니다.
주택건물의 측벽이 도로와 면해 있어 소통에 소극적이었음은 이미 언급했는데요.
그럼에도 이전 건축가 분 역시, 이 면이 도시와 소통하는 유일한 벽면이었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아치형 창호를 설치하고, 중심부에는 영국식 목재 장식까지 계획한 것을 보면 말이죠.
그 중, 벽돌이라는 외장재와 가장 멋스럽게 어울리는 아치 창호를 남겨 전체적인 디자인 키로 삼았습니다. 아치형 창과 벽돌은 이 면 뿐 아니라 새로 고쳐나가게 될 부분에도 주요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게 됩니다.
△ 외부공간의 소통 가능성
카페로 변신할 때, 외부공간 역시 주택으로 사용되던 시절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우리는 일부 헐어내게 될 벽돌을 버리지 않고 주차장 일부에 깔아, 벽면의 재료가 바닥까지 타고 내려온 듯한 감성을 전달하는 후정을 제안했습니다.
하나의 코드로 디자인 된 외부공간에서 머물 때의 차분하고 기분좋은 느낌을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 단면 계획
볼륨계획이 반영된 단면 개념을 작성해 제안합니다.
도로에 면한 부분을 비워내 복층의 반지하 공간이 되도록 계획했습니다. 카페로 활용될 때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과 보고, 보여지는 관계가 형성되어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했죠.
그리고 후정에는 기존 건축물의 형태를 이식한 아치형 창호를 만들어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외부공간을 구현했습니다.
△ 평면, 외부공간 계획
평면계획으로 다시 한번 살펴보면, 좁고 긴 건축영역의 앞과 뒤를 비워내 수직적인 소통의 가능성을 주고 도로쪽은 큰 창으로, 후정쪽은 아치형 창으로 계획해 수평적인 소통 역시 고려했습니다.
후정에는 건물에서 헐어 낸 벽돌을 깔고, 아치형 창을 눕혀둔 형태의 플랜트박스를 계획해 우리가 이 곳에서 받은 영감을 일관적으로 전달하려 했습니다.
△ 기존 건축물 복원, 정면
이 모든 프로세스가 반영된 계획안을 이미지로 구현해 보면, 아치형 창호가 눈에 들어오는 오래된 다가구주택의 재생을 한눈에 관찰할 수 있습니다.
△ 디자인 제안, 정면
아치형 창호를 남기고, 증축을 제안해 하나의 깔끔한 면을 생산합니다. 저층은 1.5층을 비워 누구나 편하게 접근하고 즐거운 공간경험을 하게 했습니다.
저층부의 차분한 컬러는 벽돌 위 도색의 제안으로, 우측면 창호 배경의 색과 통일하여 건축물 전체가 크게 두 부분의 조색을 구성하도록 했습니다.
△ 카페부분, 상세 투시도
첫 만남에서부터 디자인 키로 제안했던 아치형 창은 아래 사진처럼 후정으로 통하는 큰 창과 플랜트박스의 디자인에까지 적용되어 통일된 감성을 갖도록 했습니다.
카페에서 차 한잔을 들고 나와 바람을 쐴 수 있는 공간에서, 옛 건축물의 벽돌이 깔린 정원을 밟아볼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 후정의 아치형 창과 플랜트박스
연립커피의 첫 디자인 제안을 리뷰했습니다.
제안했던 안은 실현의 단계에서 이런 저런 변경들을 겪으며 바뀌게 되었지만, 큰 개념과 첫 느낌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수선 리모델링, 즉 기존 건축물의 구조가 완전히 새로 태어나야 하는 과정에서 실현되지 못한 부분들이 발생했지만 재생된 건축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생각들을 비교적 잘 구현되어 좋은 쉼터로서의 역할을 해 내고 있습니다. 오래된 건축물의 생애가 유지된다는 점은 건축가에게도, 건물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리모델링의 생산적인 측면 이외의 정서적인 장점 역시 이 부분에 있죠.
하지만 노후건축물을 다루는 기술적인 접근과 디자인 해법은 신축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수반했습니다.
포스팅을 통해 보여드린 생각들이, 어떠한 현실과 부딪혀 어떻게 구현되게 되는지, 이어지는 기록을 통해 지켜보실 수 있습니다.
착공 전, 기록해 둔 기존 다세대주택의 전경입니다. 변화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