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자의 삶의 플래폼인 건축 그리고 그 물리적 집합체이자 공동체의 플래폼인 도시에 대한 포괄적 관심을 바탕으로, 그 실무적 이행으로 규모, 용도, 지역,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건축/도시디자인 프로젝트, 연구개발계획, 전문교육 등의 활동을 폭넓게 수용한다.
경계를 한정하지 않는 H2L의 작업과 그 방식은 공간space이 한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매체임을 이해하는 다양한 클라이언트, 관계전문가, 협업건축가, 건축학 수련자들과 공유될 것이며, 이는 개별 프로젝트의 주제 아래 함의된 보편의 사고를 건축적, 도시적 주제로 해석해 사회공간에 환원함이 건축가의 직능을 다하는 길이라는 믿음에 기반한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황정현
- 설립
- 2015년
- 주소
- 서울 중구 다산로10길 10-5 (신당동, 자강헌) 202호
- 연락처
- 02-464-1019
- 이메일
- h2l.hwangjh@gmail.com
매호재
#1. 설계완료 및 착공
Gallery House in Yangyang
강원도 양양군, 고요한 호수를 낀 마을에 들어설 갤러리 겸 주말주택의 설계가 끝났습니다. '마을'이라 표현했지만, 사실 부지 주변 환경은 언덕과 논밭, 호수가 주인입니다.
사방이 자연일 때, 그리고 그곳에 인공의 환경을 만들 때. 건축을 어찌 앉혀야 할 것인가가 고민의 시작이었습니다.
△ 정면에서 바라본 대지
대지의 정면에서 바라보면, 야트막이 솟는 길을 낀 경사지의 모습입니다. 그저 편안해 보이지만, 낮은 곳과 높은 곳의 고저차는 2m에 달하는 경사진 땅이죠.
뒷동산엔 느티나무가 울창한데, 가을 단풍이 멋지다고 하더군요.
△ 대지 앞에 펼쳐진 풍경
부지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앞 풍경은 조금 더 특별합니다. 바로 앞은 넓은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고, 멀리 보이는 소나무 언덕은 [왜가리 번식지]로, 지역 문화재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 땅을 한참 둘러보고, 계획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할 개념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자연과 인공 간의 불가피한 경계, 그런데 사방이 자연이라면?"
도심공간에 설계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대지의 경계가 명확합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명확해서 문제가 되고는 합니다. 조금의 침범도 서로 허락지 않고, 조금의 불편함도 참지 않아 민원으로 이어지죠. 그렇다 보니, 프로젝트의 시작은 '경계복원측량'으로 내 땅의 꼭짓점에 말뚝을 박는 것이고 그 후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려버려야 할 것, 열어줘야 할 것들이 정해집니다.
그런데, 이곳은 달랐습니다. 한참 거리를 두고 단 2가구만이 존재하는, '마을'이라 부르기조차 힘든 이곳은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집을 지으면, 도로와 면한 대지의 정면에 마당을 두죠. 뒤, 양옆의 필지와 담과 건물로 경계를 짓고, 앞마당에 자연을 재현해 풍경을 소유하고자 함인데, 이곳에선 그런 구분 짓기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자연을 보고 즐기는데 '너'와 '나'가 없고, 언제든 옥수수밭과 왜가리 번식지로 눈길을 던질 수 있는 곳.
이 대지에서 앞 저 멀리까지, 풍경은 끝없이 연장되고. 이러한 시각적 소유를 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의 단독주택과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부지 전면을 횡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거실 공간을 앉혀, 프로젝트 부지와 앞의 풍경 사이를 가로막는 볼륨을 만들었습니다. 이 볼륨을 기준으로, 앞은 항상 그 모습 그대로였던 이곳의 풍경이, 뒤는 새로이 만들어진 이 집만의 내적인 풍경을 놓고자 했습니다.
도심 주택의 '앞마당' 대신, '안마당'을 둔 셈이죠.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자연 그 자체로서의 '앞마당'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실은 우리 대지와 양양의 자연 사이를 가로지르며 앞으론 자연의 모습을, 뒤론 인공의 환경을 만들어 내는 접점이 됩니다.
△ 정면
부지 앞에 서면 건축만이 존재하지만, 내부에서 언제든 양양의 풍경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색과 어울릴 노출 콘크리트, 그리고 고벽돌로 차분한 자연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낮은 레벨에 파킹 케이스를 두어 앞의 풍경을 즐기는 거실을 조금 들어 올려, 높은 시점을 확보하게 했습니다. 안마당 역시 더욱 프라이빗 해지는 효과를 얻고요.
△ 배면
뒤편으로 돌아가면, 침실, 게스트룸이 더해져 ㄷ자 형태의 건축이 안마당을 감쌉니다. 높아진 레벨과 건축물로 둘러싸인 안마당은 바로 앞에 펼쳐진 자연과 대비된 '나만의 자연'인 셈이죠.
거실은 안쪽에 숨겨진 침실들과 안마당이라는 사적 공간을 끝없이 넓은 옥수수밭, 고즈넉한 소나무 숲에서 조금 떨어뜨려 놓습니다. 눈으로 양양을, 손과 발로 내 정원을 느낄 수 있는 건축적 장치인 것이죠.
박공지붕과 두 직육면체가 잘록한 허리들로 이어진 단순한 볼륨이지만 각 볼륨들은 주변과 우리 대지를 끊기도, 연결하기도, 감싸기도 하며 좋은 조합을 이룹니다.
자연 그 자체에 가까운 부지에 건축을 놓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설계 과정이었죠. 봄이 왔고, 공사가 시작될 것입니다. 조금 먼 곳이지만, 성실히 오가며 실현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