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음악처럼 빛과 공간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화음의 조화이고, 소설처럼 시간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설계는 더욱 섬세하고, 예민하고, 민감해야 합니다. 모든 감각으로 움직임, 소리, 냄새, 맛, 질감까지 관찰하고 사색하여 공간을 사유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사람을 통해 일상 속의 미학으로 자리 잡게 되고, 그러한 공간의 즐거움을 모두와 나누는 것이 ATOP의 건축철학입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김정한
- 설립
- 2012년
- 주소
- 서울 성북구 성북로5길 9-4 (성북동1가, 정주빌딩) 3층
- 연락처
- 02-902-3872
- 이메일
- atoparch@atoparch.co.kr
연남동 비주얼
10cm를 찾아서
이사 전 확인, 이사 후 확인,
철거 전 확인, 철거 후 확인.
이미 시작된 프로젝트는 머뭇거릴 틈 없이 진행 속도를 맞출 수밖에 없으므로 시작 전에 하는 최종 확인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정 규모 이상의 현장엔 3D 스캐닝을 해서 보다 더 체계적으로 현장 파악을 하고 시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현장은 규모의 특성도 있고, 연남동 '감성'에 집중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한다.
기획 단계에서 전 용도로 사용하고 있을 때부터 대략적인 크기를 확인하고 현장 상태를 검토했으며, 사용하던 집기를 빼내었을 때에도 실측을 하고 설비를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천장, 벽, 바닥 마감을 들어내는 제대로 된 철거를 한 후, 하나하나 확인한다. 수차례의 확인을 거치면서 계획은 점점 구체화되어간다.
이미 계획안은 결정된 상태. 추석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시공을 하게 되겠지만 추석을 앞두고 철거를 서둘렀다. 다 비운 상태에서 다시 보게 되면 초기의 생각과 다른 부분을 발견하거나,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철거가 되고 잠시 추석 연휴 찬스를 획득한 현장, 아무것도 없는 먼지 뽀얗게 내린 빈 공간에서 작은 스툴에 걸터앉아 계획했던 공간을 상상한다.
아, 10cm가 부족하다!
아무리 3차원 계획을 하고, 다각도로 시뮬레이션을 했어도, 실제 공간에서 건축가의 직감을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계획했던 천장 높이에서 딱 10cm만 더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좁은 공간이기에 이미 많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적용해왔지만, 이 약간을 더 궁리하면 훨씬 더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곳에서 힘을 좀 더 빼더라도 10cm만 더 찾자.
설비 공사비를 높이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법도 한데, 이미 꽉꽉 밀어 넣은 내역서 합계를 넘길 수는 없으니 고민에 빠진다. 두고두고 느낌을 축적해갈 장소의 성격이 정해지므로 이 약간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것 하나로 더 좋아질 수 있다면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것이 설계하는 이유다.
10cm 고민에 빠져 있는데 "꽃집 여자, 보석집 남자 그리고 두 건축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풍경"이라며, 매장 전면에 설치한 현수막을 읽는 미래의 고객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고객이 10월에 다시 발걸음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