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택

2. 자재 고르기

타일 고르기

건축주와 논현동 ‘윤현상재’에 타일, 도기를 고르러 갔습니다. 윤현상재는 지하, 1층, 2층 전부가 쇼룸이자 매장인데 2층은 특히나 제품을 쇼케이스처럼 잘 만들어 놓아서 볼거리가 많습니다. 도착하면 건축주니께 주변을 둘러보시고 취향을 찾아보시라 권해드립니다.

적정건축은 프로젝트 때마다 항상 건축주와 함께 타일을 고르고 있습니다. 건축주와 함께 타일을 고르는 이유는 건축주의 취향과 선호도를 파악하고 예산 안에서 어느 공간의 어떤 면에 힘을 줄지 함께 조율하여 건축주도 건축가도 서로 만족할만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제품마다 배합이 어떤지 실제 사이즈와 광택 및 텍스처를 직접 보고 선택함으로써 이미지만 보고 선택했을 때의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장의 직원분에게 제품의 장단점, 가격, 원산지, 수급 가능 여부 그리고 비슷한 느낌의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품도 바로 물어보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료만 보고 결과물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축가가 우리가 만드는 집의 각 공간마다의 분위기와 컨셉을 가이드 해 드립니다 (일명 속성 과외). 현장에서 체크하는 장점 중 하나는 가성비를 높여야 하는 공간들을 위한 할인코너나 특가 부분입니다. 면적이 적지만 만족도는 높은 부분은 1m2 당 15만원이 넘는 고가의 타일을 고를 때도 있는 반면, 면적이 넓고 잘 안 보이는 부분은 저가의 비슷한 느낌을 내는 타일을 매칭해드립니다.

이번 수원 집은 주택 중에 역대 난이도입니다. 화장실만 6개, 주방과 다용도실 현관을 합하니 정해야 하는 타일의 종류가 단독주택치고는 꽤 많습니다. 

타일들을 다 선택했습니다. 내추럴한 분위기의 안방 욕실은 빈티지 우드 타일을 선택하고, 패턴이 많이 가미된 타일, 강렬한 투톤으로 대비되는 타일, 매우 모던한 타일부터 현대작품 같은 느낌의 타일까지 공간의 특징과 재미가 드러나게 잘 고른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뭘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 하시던 두 분도 윤현상재에서의 속성 과외와 같은 시간을 보내시고, 마지막에는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것이 같이 재료를 보러 오고 선택하는 최종 목표입니다!

마루 고르기

대부분 이건마루나 구정마루 같은 기성제품의 카탈로그를 보고 고르기 쉬운데, 선택의 폭과 다르고 실물을 여러 장 놓고 보는 것이 훨씬 좋아 건축주와 함께 가서 고르는 게 좋습니다. 영업사원이 와서 하는 업체 미팅이나 시공 사진과 샘플을 아무리 봐도 이런 만족감을 주긴 힘드니까요. 실제로 대면 미팅이 시간도 덜 걸립니다.

저희가 방문한 '지복득 마루'는 빈티지 갬성에 이국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철판 절골해서 만든 인테리어까지. 마루 제품들이 갤러리 화방처럼 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자재를 고르러 왔지만 구경하는 재미도 한몫합니다.

미리 시간 약속을 하고 와서, 지복득 대표님이 직접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건축주께서 워낙 궁금한 것도 많으시고, 제품마다 장단점, 특징과 감각적 미감 등이 다 다르고 매칭도 해봐야 해서 혼자 고르기 쉽지 않습니다. 합판마루, 강마루, 원목마루 마다의 특징을 설명 듣고, 각 제품을 한 번에 비교해봅니다. 단면과 재질감의 차이를 이해하고요. 

수원 집의 선택은, 내추럴 오크 원목마루 15t, 240*2200 제품을 거실과 다이닝이 연결된 1층의 주된 마감재로 정했습니다. 나머지 공간은 예산의 범위에 맞는 비슷한 느낌의 원목마루로 선택했습니다.

최종 선택된 마루를 바닥에 놓고, 자연광으로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재료란 하나의 샘플을 봐서는 감이 오지 않아, 실물 사이즈를 여러 개 붙여서 멀찌감치 한 번 더 봐야 실제와 오차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매장에 자연광이 너무 강렬히 들어와서 사진으로는 느낌이 잘 안 담기는데, 자연광에 놓고 보는 게 훨씬 나았습니다.  :-) 

조명 고르기

수원 집을 위해 조명을 골랐습니다. 타일, 마루는 건축주와 골랐지만, 조명은 특이하게 장식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지 않아서 건축가가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 어떤 조명이 어떻게 들어가고 어디서 불을 켠다'와 같은 조명 타입과 스위치는 건축주와 상의를 통해 결정했습니다. 그 내용은 천장도에 빼곡히 그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깔끔한 매립형 다운 라이트라서 고를게 특별히 없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오산입니다. 그놈이 그놈 같은 조명 속에서도 차이가 분명히 있네요, 이번에는 조명가게 사장님이 잘 안내해 주셨습니다.

△ 주 조명이 될 매립형 다운 라이트

매립형 다운 라이트는 초슬림 제품을 찾았습니다. 이 두께면 석고보드 두 겹 안에 조명 설치가 가능합니다. 그럴 경우 단열재 손실이 없고 다른 구조체나 설비와 간섭이 없다는 점이 좋습니다.  

크기도 6인치, 4.5인치, 3인치 모두 있어서, 공간 크기나 성격마다 힘 조절이 가능합니다. 3인치가 들어갈 공간 중간에 그림을 걸고 비출 조명도 매립형 다운라이트와 크기랑 모양이 비슷한 제품을 찾아 만족스럽습니다.   

△ 사각 매립등

늘 보던 원형 매립등이 아니라 사각 매립등입니다. 상대적인 스케일이 없어서 그냥 일반 방등같이 보이지만, 가로세로 210mm 정도라 방등이나 원형 등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줄 것 같습니다. 사각 매립등은 공용적인 성격을 주는 거실, 다이닝에 사용하기로 하고 원형 매립등은 방, 복도, 화장실에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외벽에 설치할 등도 몇 가지 봤는데, 벽부등도 유행이 있어 사용해본 제품과 사용해보지 않은 제품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벽부등은 꼭 필요하기도 하고 건물 전체를 비춰주는 경관조명이기도 합니다. 

외벽등을 고를 때 주의할 점은, 인테리어용으로만 나온 제품은 방습이 안되니 '인테리어&아웃도어'라고 되어있는 제품을 봐야 하는 것과 크기 자체가 작아서 외부에 달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으니 줄자를 꼭 들고 다니면서 크기를 가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foot step 등

계단에 설치할 등으로, 자체에 센서가 있어서 걸어가는 위치마다 불이 들어옵니다. 사진으로는 잘 모르시겠지만 사각 한 변이 10센티도 안되는 작은 등입니다. 또한 위에 다운라이트는 센서를 안 보이게 연결해서, 볼록 튀어나온 센서를 감출 수 있다고 하여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 필로티 주차장 천장의 조명

필로티 주차장 천장의 조명은 사각 T5로 골랐는데 이것도 아주 맘에 듭니다. 흔히 보는 원형 T5보다 새롭기도 하지만, 특히 우드 루버 천장 결과 잘 어울릴 거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 레일등

마지막으로 지하 공간은 가변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등을 추가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레일등이 필요합니다. 레일도 안정기가 필요 없고, 전구를 쉽게 바꿀 수 있는 PAR20 제품(좌측 두 번째)을 골랐습니다. 군더더기가 없는 놈이라 제일 눈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기술적으로도 맘에 드네요. PAR20의 20은 조명이 퍼지는 각도를 의미하는데요, PAR30은 그만큼 넓게 퍼져서 뚱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