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랩 소소는 아주 특별한 보통의 것을 통해 자그마한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일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장서윤
- 설립
- 2013년
- 주소
- 서울 성북구 보문로32길 102-19 (동선동2가) 102호
- 연락처
- 031-942-7955
- 이메일
- yo2n.jang@gmail.com
- 홈페이지
- http://dlabsoso.com
佳家好戶 [가가호호] _아름다운 길, 좋은 집
Heritage Tomorrow Project 4 Competition (아름지기 주최) 참가작
대지위치 : 서울시
대지면적 : 1,176 ㎡
연면적 : 1,543.12 ㎡
오랜만에 정말 즐겁게 으쌰으쌰 작업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많은 제한이 없는 공모전이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수평적인 관계에서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하는 것의 즐거움이 무엇보다 컸다 생각합니다.
반짝반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당선이 되고, 상금까지 받았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이곳에 남길 수는 있으니, 뭐, 영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은 아니겠지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 E.H.Carr
도시의 역사
역사는 시대마다, 시절마다 그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켜켜이 쌓아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로 남아 후에 만나게 되는 것은 유물이나 문화재일 수도 있고, 건축일 수도 있으며,
손에 만져지지 않는 문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이어져온 시간과 역사 속에서
그 무엇보다 중히 여겨야 할 것은 사람들이며 그들의 삶이다.
도시 한옥
한옥은 우리의 건축이고 역사를 지닌 가치이다.
그러나 한옥 보존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서촌이나 북촌은
도시에 정주하기 위한 마을의 역할을 잃은 것이 현실이다.
일제시대 필지가 분할되고 그 후 개발업자들이 급히 지은 도시한옥들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급변하는 도시인들의 삶의 방식이나 가족의 형태와는 많은 부분 맞지 않아 계속 거주하기 위해서는 개보수가 필수적이었다.
도시인들의 삶은 예전보다 더 많은 가구를 필요로 하고 집 밖의 장소에서 이루어졌던 많은 활동들이 내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어
방의 크기부터 맞지 않으며, 주거 내 가사노동 역시 현대식 싱크대로 바뀌면서 내부화되어 이전의 공간 구성과 맞지 않다.
에너지 효율도 좋지 않아 창호 교체만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중정과 같은 내부의 외부공간은 여전히 한옥의 큰 장점이며
아파트에서는 찾기 힘든 공간이나 주변의 높은 건물로 인해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좁고 불편한 도시한옥은 더 이상 그 자체로 온전한 주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터의 기억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물리적 형태로서의 한옥 그 자체보다는 삶의 기억을 가진 장소로서의 공간이며, 삶의 흔적들이다.
그 흔적들은 곳곳에 켜켜이 쌓여 있으며, 이것은 과거의 것과 더 과거의 것이 서로의 필요와 가치를 주고받으며
일종의 대화를 나눈 흔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흔적들을 이 장소의 역사라 여기고, 그를 기억하는 것이 더욱 가치롭다 판단했다.
기억의 구축
기존의 한옥이 있던 곳에는 기둥, 마루, 대문, 타일벽(거주했던 도시인들이 집을 가꾼 흔적) 등의 물리적 흔적들 뿐 아니라,
이전의 중정이 있던 자리를 가능한 한 비워두었고, 대부분의 지붕선들도 그대로 지켜,
이 장소의 흔적들을 공간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려했다.
지하층이 있던 근린생활시설 자리에 비워진 하부층에는 기존의 지하층 구조벽을 그대로 살린 썬큰을 두었다.
한옥의 중정형 공간구조를 활용하여 계획한 공공을 위한 컬렉티브 하우스, 도서관(북카페),
게이트, 썬큰 등은 대지의 지상층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이 공간적 장치들을 공유하도록 계획했다.
과거와의 공존과 과거에의 존중을 지향한 이 공간은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도 끊임없이 과거의 것과 대화를 나누며
또 다른 기억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디자인 프로세스
왼쪽부터 순서대로
1) 버퍼존의 역할이 필요한 대상지
2) 기존 한옥 부지에 단층 매스 구축
3) 기존과 동일한 밀도일 경우 (약 110%)
4) 북측 필로티 처리 후 적정 밀도 구성 (약 130%)
적정밀도를 유지하면서 주변 맥락에 어울리는 매스 구성 (131%)
오랜 기간 안쪽의 한옥들이 재개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큰 길에 비해 안쪽은 더 높은 밀도에 대한 요구가 그 동안 없었고,
앞으로도 큰 밀도 변화에 대한 수요는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서북측에 위치한 상가들도 필요한 만큼의 유동인구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상지는 현재의 밀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필요한 기능들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적절할 것이고,
우리는 기존의 110%보다 조금 높은 130%의 용적률을 제안했다.
남동측 골목에서의 이질감이나 위압감을 배제하기 위해
기존 한옥 부분은 단층으로 처리하거나 일부를 비우고,
북서측에서 밀도를 충족시키려 했다.
그러나 남동측에 비해 너무 높은 매스가 벽처럼 두 골목을 단절시킬 수 있으므로
남동측에서 기존의 맥락을 따갔듯 북서측의 매스들도 주변 근생시설들과 비슷한 구모로 분절하여,
블록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임에도 거대 건물처럼 느껴지는 것을 지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이 공간들을 통해 대지의 남북으로 시선과 동선이 드나들며,
길들은 연결되어 새 길을 만들고, 높고 낮은 밀도의 건물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
대지의 이용과 제안
대상지에서 도보 20분 이내에 6개의 대학 또는 대학의 분교가 있고 지척에는 전철역이 위치한다.
도보 15분 이내에는 연극과 뮤지컬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가 위치하고 있다.
이는 대지가 1인 가구의 수요가 매우 높은 지역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기존의 도시한옥들은 도시의 젋은이들이나 1인 가구들이 거주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아 대부분 지역 토박이들이 살았으나,
지역의 수요를 반영하여 1인 주거와 일종의 쉐어 하우스인 컬렉티브하우스를
기존보다 많은 공간을 할애해 확보했다.
도시 한옥에 거주하던 가구들은 북서측 상부층의 주거에 입주하게 되고,
근린생활시설에 있던 작은 가구들은 원룸 7세대와 2개의 컬렉티브 하우스에 입주하게 되며
그 외 공간은 주변의 수요를 흡수한다.
시장길과 그 인근 외에는 유동 인구가 충분치 않으므로
상점은 시장길(북동측) 쪽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면적을 줄였으며,
대신 원룸, 컬렉티브 하우스의 거주자들과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북카페) 프로그램을 추가하여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옥에서 부족했던 주거의 기능에 충실한 거주공간들은 각각 충분한 면적과 외부공간을 가지며,
따라서 상점의 면적이 거의 반으로 줄었고 세대 수의 큰 변화가 없음에도 적정 밀도를 충족하고 있다.
* 컬렉티브하우스 : 언제나 함께하고 언제나 혼자일 수 있는, 커뮤니티 성격이 가미된 셰어 하우스 타입의 주거공간
기존 편복도 타입의 집합주거와 달리 주거와 주거 사이에
사이 공간을 두어 각각의 주거 공간의 기능을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더욱 다양한 종류의 유닛 계획이 가능했으며,
이는 다양한 세대와 타입의 거주인들을 위한 집합 주거를 가능하게 했다.
이렇게 다양하게 구성된 유닛들은 앞으로 이동, 배치하여
각 주거의 채광과 조망을 향상시킨다.
또한 이 각각의 주거들과 수직 동선들을 연결하는 여러 방향의 입체적 골목길은
대지 북서측 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디자인랩 소소] ‘佳家好戶 [가가호호] _아름다운 길, 좋은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