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4441 (페르소나 후암)

후암동, 도시의 Scene

소월로2길(21m 도로)을 기점으로 구의 경계가 나뉘는 곳. 각 구의 개발계획에 대한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대로를 중심으로 가로수부터 건물의 규모까지 용산구에 속하는 현 대지와 중구에 속하는 맞은편은 서로 극명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거대한 기업의 사옥이나 호텔 등 공공성이 강한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는 중구와 달리 용산구는 4, 5층 규모의 개인소유 소규모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후암동은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지역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유지된 모습으로 작은 골목과 막다른 골목을 이어주는 계단, 건물들이 밀집된 곳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간의 흐름이 혼재한 경계점에서 밸런스를 맞추고 그 자체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가로의 Anchor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 조감뷰

△ 정면 모습

다양한 얼굴의 페르소나

대지는 3면이 주변 건물과 밀접해 있어 인지성을 가질 수 있는 면이 한 면뿐인 점과 경관미관지구로 높이와 층수 제한에 대한 환경적 제약이 있던 상황. 그뿐만 아니라 건축주는 50평의 작은 대지이지만 건물이 왜소해 보이지 않고, 그 가로에서 존재감이 있는 건물이 되기를 원했다. 또한 전 층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통임대가 가능케 하는 것 역시 계획의 주요 반영사항이었다.

요즘 하나의 모습만 일관되게 보이는 것이 아닌 본 모습 외 일명 ‘부캐’라고 하며 자신과 다른 이면의 모습을 드러내며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트렌드이다.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나타내는 대표 키워드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성격의 것들의 경계점에 있으며, 대로변에 나란히 있는 주변 건물에 비해 인지면이 적은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페르소나’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느 시각, 어느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커 보이기도 하고 조화로워 보이기도 하며, 사용 공간에 대해서도 사람들에게 다양한 시각적 공간감에 대한 기대를 유도하고 경험하게 하는 건물. 그래서 이곳이 다양한 얼굴의 페르소나와 같은 모습으로 내외부에서 공감되길 바라며 ‘페르소나 후암 (PH4441)’이라 명명하였다.

△ 건물 정면

△ 도로에서 바라본 남측 입면

볼륨 (Volume)

본 대지의 가로 기울기는 육안으로도 매우 가파르다. 도로에 면한 대지의 길이가 10m 남짓이지만, 그 고저차가 1.5m이다. 우측 건물은 4층 규모이지만 레벨이 높아 상대적으로 높아 보였고, 좌측 건물의 레벨은 낮지만 5층 규모로 볼륨감이 작지 않았다. 이에 따라 건물의 매스계획에서 볼륨감을 상승시키기 위한 방법은 사선과 면의 확장이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건물을 바라보았을 때 사선면은 직선보다 넓은 볼륨으로 인식되며, 코너에 면한 두 면의 수직부재(部材)에 대한 부재(不在)는 각각의 면을 하나의 면으로 인식시켜 넓어 보인다. 일종의 착시효과로 인지성 및 존재감을 부여하여 어느 곳에서 건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의미하는 페르소나를 표현하였다. 또한 각 층의 층고를 일반적인 근생보다 높게 계획하고, 옥상 파라펫을 한 개층 높이의 가벽으로 올려 전체적인 볼륨감과 가로의 밸런스를 맞추었다.

△ 동측 입면

△ 건물 입구

수직동선 (Main axis)

후암동이라는 지역의 맥락을 보면 2m 남짓한, 혹은 그보다 좁은 골목길로 연결되어있다. 종종 연결되지 못한 막다른 길이나 길에서 계단으로 연결되는 곳도 만날 수 있는데, PH4441의 동선 역시 그 골목길의 연결 선상에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본 프로젝트에서 수직동선은 건물과 접속하는 첫인상과 같은 공간으로, 건물 전면을 제외한 나머지 3면에 대한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건물에서 가장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전용공간을 감싸며 돌아 올라가는 수직동선을 계획하였다. 

△ 계단실

△ 전용공간을 감싸며 올라가는 계단실

보통 소규모 건축물에서 계단실은 최소한의 면적으로 단순히 수직이동이 가능한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좁고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남는다. 반면 PH4441의 경우, 건물 규모에 비해 넓은 1.3m의 계단 폭을 확보하는 동시에 동선을 따라 반투명한 유글라스를 적용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따뜻하게 스며드는 밝은 볕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공간으로 구현하였다.

△ 넓은 계단 폭을 확보하는 동시에 동선을 따라 반투명한 유글라스를 적용하여 만든 밝은 계단실

공간의 다양성 (Variety)

공간 사용 목적과 건축주의 요구조건에 부합하는 공간이 사용자와 건축주 모두에게 친절한 공간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불특정한 임대수요자의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필요했다. 

앞서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계획 축이었던 수직동선이 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각 층의 평면이 달라졌고, 각 층에 공간적 이점을 부여해 다양성을 부각시켰다. 1층은 다른 층보다 높은 층고 계획과 세장한 평면으로 어두워질 수 있는 단점을 갤러리창 및 조경을 계획해 공간감을 극대화하였으며, 2층은 외부테라스를 적용해 외부와의 대면성을 만들어주었다. 또한 3층은 다른 층보다 넓은 면적을 확보, 4층은 남산뷰의 전망 좋은 옥상 (Rooftop)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 다른 층보다 넓은 면적을 확보한 3층 내부모습

△ 4층 내부모습

△ 옥상 입구

△ 남산뷰의 전망 좋은 옥상 (Rooftop)

△ 옥상 야경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고유한 재료 (Classic & Originality)

이 지역은 트렌디한 카페들이 많이 들어서 있지만, 건물 자체는 구옥이 많으며 주재료 역시 드라이비트, 벽돌, 벽돌타일, 석재 등 오래전부터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들이다. 그 가운데 PH4441은 볼륨감 있는 매스로 가로에 함께 면해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존재감 있는 건물이 되길 원했다.

이에 도시가로 컨텍스트를 해치지 않고 시간이 흘러도 클래식함과 오리지널리티가 묻어나는 붉은 점토벽돌을 선택하였다. 또한 본 프로젝트의 중요한 공간인 계단실이 내외부 모두에서 부각될 수 있는 재료가 필요했던 상황. 폴리카보네이트와 유글라스를 대안으로 두었지만 경제성과 법규검토, 이미지 구현에 대한 종합적 측면을 고려하여 유글라스로 결정하게 되었다. 특히 보편화된 유리와 벽돌의 적용으로 주변 컨텍스트와의 밸런스를 맞추는 동시에 차별화된 유글라스와 붉은색 점토벽돌의 적용으로 ‘페르소나후암(PH4441)’이라는 이름과 같이 가로에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양면성이 드러나도록 하였다.

△ 정면

△ 도로에서 바라본 모습

△ 정면도

△ 우측면도

△ 배면도

△ 좌측면도

① 상업시설  ② 화장실  ③ 창고  ④ 주차장

① 상업시설  ② 창고  ③ 화장실  ④ 테라스

① 상업시설  ② 화장실

① 상업시설  ② 화장실

① 옥상

① 상업시설  ② 계단실  ③ 옥상  ④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