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안의 구보는 도시를 배회하며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경험한다. 특별함은 소수가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기억과 경험, 애정이 쌓이고 시간이 흘러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는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물리적인 실체를 사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건축의 물리적 구조물이 빚어내는 형태가 지닌 힘에 관심을 둔다. 이 형태가 도시의 부분들을 연결하고, 보이지 않는 공간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건축을 이끄는 좋은 질료가 된다.
우리는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건축을 추구한다. 이는 결과물로서 좋은 건물을 생산하는 것 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공유할 때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믿고 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조윤희
- 설립
- 2015년
- 주소
- 서울 용산구 청파로93길 42-1 (서계동) 2층
- 연락처
- 02-6448-8098
- 이메일
- yoonhee@gubo.kr
서계동 전봇대집
"낡은 동네 풍경 구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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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동 골목의 작고 평범했던 2층 건물. 과거 공장과 주택으로 사용되던 이곳은 건축가의 손길을 거쳐 사무실과 카페, 갤러리가 있는 건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주목받지 못했던 일상과 시간이 건축에 녹아들어 이제는 어두웠던 골목길을 밝게 비추는 서계동 전봇대집. 무엇보다 지난 50년 세월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힘겹게 가지를 뻗는 전봇대의 존재를 긍정하며, 이를 건물의 일부로 읽기로 했다.
전봇대와 집
최첨단의 기반 시설로 깨끗하게 정비되는 아파트 단지가 보편적 주거 개발 해법으로 활용되는 요즘의 도시 안에서 골목의 한 켠을 지키는 전봇대는 오래된 동네의 상징이다. 도시 생활의 편리함을 영위하기 위해 온갖 전력, 통신 케이블들을 공중에서 분배하기 위한 지지대의 기능을 하면서, 동네의 풍경에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사물이기도 하다. 서계동에 1971년 완공한 2층 건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다가온 인상은 건물 모퉁이에서 덕지덕지 얽힌 케이블들을 힘겹게 받치고 있던 전봇대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작은 건물을 전봇대집이라고 명명하고, 자칫 동네 경관의 방해자로 인식될 수 있는 전봇대를 우리 건물의 일부분으로 자리하도록 하는 것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공사 전 모습 (ⓒ구보건축사사무소)
△ 공사 후 모습
오래된 시간을 드러내기
기존의 낡은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면서 부각시키려 했던 부분은 50년 전에 축조하며 쌓인 흔적들을 다시 수면위로 불러오는 것이다. 골목과 단절되어 폐쇄적인 모습을 띄던 저층부의 벽들은 주요 구조 부위만 남겨두고 최대한 덜어내어 가볍고 투명한 공간을 길 위에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기존 기둥에 오랜 세월 덧붙어 있던 불필요한 장식물들을 떼어낸 뒤, 조적으로 둘러싸인 기둥의 거친 면을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노출시키고 조명을 사용하여 그 텍스처가 건물 디자인의 일부가 되도록 의도했다. 유리벽으로 감싸인 거친 기둥과 골목길 사이에 새로운 시간이 덧대어짐을 나타내기 위해 흰색으로 도장한 철판으로 기다란 화단을 두고 조경이 부족한 골목길에 녹색공간을 더해주었다.
△ 1층 화단 모습
△ 1층 근린생활시설 (카페)
구축에 담긴 시간의 디자인
전봇대집의 2층은 방 네 칸과 주방 겸 거실을 지닌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집을 사무실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치면서 기존의 집이 지니고 있던 기억을 사무실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전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방을 나누는 벽체의 스킨을 걷어내고 조적의 벽을 드러내어, 기존의 방 구획이 자연스럽게 사무실의 업무공간이 차지하는 영역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하였고, 구조적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던 벽체였음을 강조하기 위해 조적벽과 슬라브가 만나는 상부를 덜어내어 빛과 소리가 흘러나오도록 했다. 건물이 축조된 과거의 내러티브를 공간화하면서, 동시에 벽들로 인해 잘게 나누어져서 공간이 협소해 보일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디자인 선택이었다.
△ 회의실
△ 팬트리
△ 조적벽과 슬라브가 만나는 상부를 덜어내어 빛과 소리가 흘러나오도록 한 업무공간
△ 업무공간 및 회의실
외부를 향하는 창이 부족해 다소 어두웠던 실내는 계단실 코어벽 상부에 천창을 내어 빛이 부드럽게 사무공간에 흐를 수 있도록 했다. 이 천창은 기존 슬라브를 부분적으로 절개하여 만들 수 있었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드러난 철근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어 건물이 지닌 시간을 디자인의 주요한 요소로 전용한다는 전봇대집 전체의 디자인 방향과 맥락이 유지되도록 하였다.
△ 채광을 위해 만든 슬라브를 부분적으로 절개하여 만든 천창은 시간의 흐름이 보여지도록 철근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 천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모습
즉흥성의 건축
서계동 전봇대집은 컴퓨터 위의 도면과 모델링을 통해 모든 것이 치밀하게 계획되어 시공된 건물이라기 보다는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마주침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디자인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킨 결과물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오랜 시간의 속살을 긍정하고 우리의 전봇대집 디자인의 정체성으로 읽힐 수 있도록 노력했다. 서계동 전봇대집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장의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낡은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였고, 우리는 이 작은 도시적 개입이 어둡게 잊혀져 가는 작은 동네의 골목을 새롭게 밝히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 철거 후 모습 (ⓒ구보건축사사무소)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조적벽이 그대로 드러나는 입구쪽 모습. 상부에는 배관 등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다.
△ 최종 모형 모습
① 카페 ② 카페 주방 ③ 화장실 ④ 창고 ⑤ 갤러리 ⑥갤러리 창고 ⑦ 계단실 ⑧ 전봇대
① 방1(업무공간) ② 방2(업무공간) ③ 방3(업무공간) ④ 방4(업무공간) ⑤ 팬트리 ⑥ 회의실 ⑦ 화장실 ⑧ 계단실 ⑨ 전봇대
① 회의실 ② 방2(업무공간) ③ 갤러리 ④ 카페 주방 ⑤ 카페
건축개요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서계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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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 지상2층 |
건축면적 | 59.93㎡ |
건폐율 | 60.41% |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
최고높이 | |
시공 | ㈜견준씨에스 |
용도 | 근린생활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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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 | 99.20㎡ |
연면적 | 119.86㎡ |
용적률 | 120.83% |
주차대수 | |
사진 | 텍스처 온 텍스처 |
설계 | 구보건축사사무소 |
자재정보
외부마감 | 드라이비트. 저철분 강화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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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재 | |
마루 | |
주방가구 | |
욕실기기 | |
현관문 | |
붙박이장 |
내부마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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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재 | |
실내가구 | |
욕실마감 | |
조명 | |
실내문 | |
데크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