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귿집

“딸이 자연 가까이에서 자라게 해주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프로젝트. 단독주택은 아니지만 독일에서 항상 나무와 풀, 꽃에 둘러싸여 살면서, 이런 환경 속에 익숙해진 이후로는 다시 한국의 아파트로 돌아가기 싫어졌다는 가족. 독일에서의 삶처럼 느리고 여유롭게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연 가까이에서 살기 위한 가족의 집짓기가 시작되었다.

아파트 단지 사이를 지나 도심의 끝자락,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곳. 도심 속 골프장 녹지를 바라보고 자리한 대지는 남측으로 점점 높아지는 숲을 바라보며 북측으로는 주거단지를 마주하고 있다. 진입할 땐 숲이 잘 보이진 않고 집들만 보이는 단지지만, 도심과 자연의 경계에서 양쪽의 특성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8.5미터의 폭을 가진 남북으로 좁고 긴 땅이다 보니, 경사진 대지와 향과 조망을 고려하면서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북쪽에 위치한 실들이 어둡고 답답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던 상황. 주거의 기본은 쾌적하고 밝은 공간이라 생각하기에 서측에 있는 도로와 면하는 작은 중정을 만들었다. 

△ 서측에서 보이는 내부 중정에는 자연의 흔적을 담고자 대나무를 심어 활기를 주었다.

△ ‘ㄷ자’ 배치를 하고 있는 집

집은 빛을 들이고 하늘과 서측 조망을 확보하는 ‘ㄷ자’ 배치를 하고 있다. 남측 마당이 자연과 주택과의 관계를 적극적인 흐름으로 이야기하는 장소라면, 내부 중정은 자연과 주택과의 관계를 빛, 시선 그리고 바람으로 소소하게 전하는 공간이다.

△ 컨셉 다이어그램 (건물 형태)

△ 남측 마당에서 바라본 집의 모습

△ 도로에 면해 지하주차장 입구가 보이고 건물 왼편 대문을 지나면 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 외부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현관

도로에 면해 지하주차장 입구가 보이고 건물 왼편에 대문을 통해 외부계단을 오르면 현관에 다다른다. 좁고 긴 계단이지만 옆집과의 사이공간으로 빛이 들어오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진입공간이다. 

현관을 통해 내부로 들어오면 중정을 맞이하게 되고 중정 건너편 집과 숲이 살짝 보인다. 중정을 중심으로 북측에 거실과 서재, 그리고 남측에 주방과 식당이 위치해 있다. 거실은 작은 오픈공간을 통해 북측 천창에서 내려오는 빛과 북측 수직창을 통해 충분한 조도를 확보하며, 서재는 중정을 통해 빛과 바람이 들어온다.

△ 현관을 통해 내부로 들어오면 복도 너머로 중정이 보인다.

△ 중정을 중심으로 북측에 거실이 위치한다.

△작은 오픈공간을 통해 북측 천창에서 내려오는 빛과 북측 수직창을 통해 충분한 조도를 확보한 거실

△ 천창을 통해 북측에 위치한 2층 복도와 1층 거실에도 충분한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 거실 및 서재

△ 거실에서 바라본 서재

△ 1층 화장실

△ 서재

△ 중정을 향해 낸 창을 통해 빛과 바람이 들어오는 서재

△ 중정은 자연과 주택과의 관계를 빛, 시선 그리고 바람으로 소소하게 전한다.

△ 식당에서 바라본 복도

중정을 스쳐 복도를 지나면 한 단이 낮은 식당과 주방이 있다. 중정과 마당으로 열린 식당은 이 집의 핵심공간으로,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 쉽게 자연을 바라보고 오가는 공간은 자연과 함께 하는 이야기를 만든다. 특히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주는 공간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적당히 넉넉한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주방 또한 마당으로 열려 있으며, 기능적인 부분을 뒤쪽으로 넣어 수납에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 마당으로 열린 식당과 주방

△ 중정과 마당으로 열린 식당

△ 주방

△ 내부계단

△ 2층 복도의 윈도우 시트

중정과 면한 1층 복도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2층 복도의 윈도우 시트가 나온다. 이곳에 앉아 가족은 여유를 즐기며 1층에서 뿐만 아니라 2층에서도 중정을 감상할 수 있다. 

중정 너머 북측에 위치한 방은 평소엔 다용도실로 쓰이며 손님이 방문 시 게스트룸으로 활용된다. 북측 복도 끝에는 거실과 이어지는 작은 오픈공간을 두어 2층과 거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천창을 공유하여 1층까지 빛이 들어가도록 했으며, 오픈공간 맞은편 복도 끝 역시 비우고 마당으로 열리는 창을 계획하여 내부로 좀 더 깊게 빛을 들였다. 

△ 2층 복도 북측 끝에는 거실과 이어지는 작은 오픈공간이 나온다.

△ 북측에 위치한 작은방은 평소엔 다용도실로, 손님이 방문하면 게스트룸으로 사용한다.

△ 2층 복도의 윈도우 시트에 앉아 중정을 감상할 수 있다.

△ 복도 끝 부분에는 내부로 좀 더 깊게 빛을 들일 수 있도록 마당으로 열리는 창을 계획하였다.

사적공간으로 구성된 2층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고측창과 작은 창을 계획하여 개방감과 안락함을 가지도록 했다. 특히 아이방과 안방은 경사지붕을 활용하여 층고를 높였다. 또한 2층 화장실은 가족이 다용도로 쓰기에 건식세면대와 변기, 샤워 및 욕조공간을 분리하고 세탁실도 별도로 계획하였다.

△ 안방

△ 아이방

△ 식당, 주방과 연결되는 마당은 활용도를 고려하여 석재데크를 두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단순함과 스며든 자연을 고려하였다. 도로에서 보이는 북측면은 기단부와 상충부로 연결된 단순한 입면을 만들고 동측면은 진입계단을 들여서 깊이감을 만들었으며, 남측면은 마당으로 간단하게 열린 형태를 하고 있다. 

△ 진입계단을 안으로 들여서 깊이감을 만든 동측면

△ 중정이 위치한 서측면

기단부는 인접 건물과의 어울림과 단단함을 강조하고자 짙은 브라운 색의 벽돌 타일로 마감하고 상부는 주변의 밝은 건물과 어울리면서 견고함을 가지는 백고벽돌을 사용하였다. 단순함이 가지는 단아함을 표현하면서 주변과 단절된 모습으로 있지 않고 주변 맥락을 반영한 인상을 가지려는 입면계획이다. 

현대 주거가 점점 효율성을 중시하게 되는데, 이는 공간의 균질성을 확보하고, 각 공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기능만을 강조하는 공간의 집합에서 탈피하고자 다양성을 가지는 집도 요즘의 추세이기도 하다. 보정동 디귿집은 주거의 본질이 가지는 보금자리로서의 편안함을 담기 위해 단순함을 선택했다. 효율성과 다양성을 강조하기보다 녹색과 하늘, 빛과 바람이 집 안으로 쏟아질 수 있는 그런 집을 지었다. 

봄에는 나무에 피는 꽃을 감상하고, 여름에는 야외 발코니에서 물놀이 하는 딸을 보고, 가을에는 집 앞에 있는 큰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을 줍고, 겨울에 내리는 눈에 눈사람도 만들고, 눈썰매를 타면서 계절이 변해가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쉽게 느낄 수 있던 독일에서의 기억처럼 쉼과 여유를 가지는 집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추억들을 하나씩 쌓아가길 바란다.

① 차고

① 현관  ② 거실  ③ 서재  ④ 중정 데크  ⑤ 창고  ⑥ 펜트리  ⑦ 주방  ⑧ 식당  ⑨ 데크  ⑩ 마당  

① 세탁실  ② 작은방  ③ 윈도우 시트  ④ 아이방  ⑤ 안방

① 복도  ② 차고

① 복도  ② 거실  ③ 주방  ④ 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