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속에 잠재된 가치의 추구
어반아크는 공간의 경험을 조직하여, 가치 있는 장소로 만드는 디자인 회사입니다.
피상적 건축 담론이나 자본에 종속된 개발의 논리가 아닌,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잠재된 가치를 드러내어 디자인에 반영하는 작업을 추구합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임성우
- 설립
- 2015년
- 주소
- 서울 서초구 방배로28길 28 (방배동, 성재빌딩) 3층
- 연락처
- 02-569-0809
- 이메일
- ysw@urban-ark.com
- 홈페이지
- http://urban-ark.com
이음파트너스 사옥
공간과 시간의 중첩
대상 건물은 국내 굴지의 환경디자인 회사 이음 파트너스에서 사옥 이전을 위해 매입한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목욕탕 건물이다. 1979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예전 카페 골목으로 유명했던 방배중앙로의 반대편 끝자락, 왕복 2차선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 대부분이 아직 80년대 2~3층 규모의 주택가 골목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늘 그렇듯이 빌라라는 이름의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전신주의 엉켜진 전깃줄과 함께 나머지 틈을 메우고 있다. 건물 앞, 건너편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인 폭의 도로변에는 현재 하나둘씩 카페, 소규모 전문서점 그리고 베이커리 등이 들어서며 점을 찍어 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 지역도 이제 서서히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본 대상지의 안쪽 블록은 현재 주택 및 가게들이 재개발을 위해 대부분 소거된 상태이다.
리노베이션 의뢰를 받고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저품질 유리커튼월로 된 일반적인 건물같이 보였으나, 이는 바로 뒤 예전 목욕탕의 타일외벽을 감추고 있는 단순 치장 커튼월이었다. 목욕탕은 주인이 바뀜에 따라 용도가 변하였고, 목욕탕의 흔적을 감추려고 의미 없는 외피만 추가된 것이었다. 건축주는 가로변에서 디자인회사라는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고자 하였고, 창고로만 쓰였던 눅눅하고 어두운 지하공간과 특색 없는 1층 부분을 방문객 및 사내 공용공간으로 새롭게 만들고 싶어 했다. 이에 우리는 80년대 3~4층 규모의 상투적인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가로변의 콘텍스트에서, 건축보다 설치미술 같은 접근을 통해 건축주가 원하는 아이덴티티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건축주 또한 공간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여서 본 작업은 매우 흥미로운 협업 관계가 되었다. 향후 본격적인 신축을 하되 당분간 기존 건물을 리노베이션하여 사용하는 것이 고려되었기에, 우리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공사장의 가림막 혹은 막이 오르기 전 무대의 커튼과 같은 가벼운 입면 장치로서의 접근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은 제품이나 작품을 감싸는 가림막이 건물 자체에 적용되는 것으로, 디자인회사의 아이덴티티 구현을 위한 전략이 되었다. 계속되는 디자인 작업을 통해 새로운 피막은 진화하여 건물 내부 공간과 외부 가로변 사이에서 감성적으로 서로 반응하도록 하는 촉매의 겹(켜)이 되었다.
또 다른 전략은 회사라는 사적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공적인 영역의 여지를 마련할 수 있는지를 찾는 것이었다. 대중목욕탕이라는 기억과 남아있는 흔적이 단서이자 출발점이 되었다. 목욕탕은 대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과 매우 은밀한 사적공간의 개념이 중첩되어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사람들이 집 밖에서도 스스럼없이 벌거벗는 이상한 곳이며, 욕탕에 몸을 담근 채 옆 사람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공공장소가 되기도 한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철거되어 사라진 욕탕의 상투적인 재생을 통한 단순한 흥미 유발을 지양했다. 대신 우리는 목욕탕의 기억을 하나의 기호로써 재해석하고, 그것이 공/사적 영역으로 실체화하도록 하였다. 리노베이션 특성상 공사 중 벌어지는 (발견되는) 상황에 맞춰 수많은 수정을 거듭하였고, 그 디자인 여정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넘는 서핑이었다. 파도는 장애물이자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인 것이다.
겹- 피막
철거 비용의 문제로 존치하기로 한 기존 유리커튼월로 인해 추가적인 외피용 구조체를 부착하기 힘든 난제가 발생하였다. 가림막, 커튼의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하였고, 마침내 풍하중을 최소화할 수 있는 끈 (낙하산 줄)으로 된 외피를 구상했다. 이를 위해 작년 추운 겨울 디자인팀 전원이 동대문 상가를 헤집고 다녔었다. 우리를 건축가라고 소개하면 사용 가능한 재료가 반으로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차라리 설치미술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을 때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셨던 동대문의 숨은 장인들이 떠오른다.
8mm 지름의 끈을 건물 외피에 적용하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부 파라펫에서 캐노피까지 연결되도록 했고, 끈의 인장력으로 바람에 흔들리도록 제작해 가로변에서 움직이는 착시효과를 만들었다. 총길이 15.7km의 수많은 흰색의 끈으로 감싸진 외피를 통해 초기 커튼 효과를 유지했고, 여기에 시간 변화와 야간 하부조명을 더해 가로 상에서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갖도록 했다.
겹 – 공간
매입 당시의 건물은 가로변 입구에서 곧바로 1층 주 공간으로 연결되는 흔한 근생건물 유형이었다. 이에 우리는 건물 자체만으로 규정짓지 않고 영역을 확장하였다. 공간 시퀀스를 길 맞은편 깊은 골목-가로-건물 외피-계단실-주 공간으로 이어 수평 겹이 중첩되도록 세분화하였다.
회사의 리셉션이자 전시 공간인 1층은 진입하는 방문자의 공간 경험을 심리적으로 늘리기 위해 1층 계단실과 주공간 사이에 일부 슬라브를 철거하여 보이드를 형성하였다. 1층과 지하가 수직적으로 연결되고, 확장된 공간이 만들어져 직원 및 방문자의 공용공간이 된다. 최종적으로는 끈 표피-유리커튼월-타일 벽-계단실-보이드-전시 공간으로 세분화하고, 압축된 켜를 형성했다. 또한 모든 켜를 사각의 튜브로 관통시켜 방문자의 공간 경험을 확장했다. 커튼에 가려진 건물 (무대)에서 살짝 삐져나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입구가 되었다.
목욕탕
그간의 변형으로 인해 예전 목욕탕의 흔적은 지워진 배관으로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인근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동네 주민들은 예전 목욕탕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기억 속 목욕탕은 모자이크 타일이라는 기호로 부활했고, 건물 기단 부분과 새로이 조성된 외부 선큰 공간 벽 전체에 타일이 적용되었다. 건물 전면 내외부에 경사지어 형성된 모자이크 기단부는 직원 및 지나가는 행인들의 공적인 탁자 겸 벤치가 되어 가로변에 활력을 줄 것이다. 지하층으로 가기 위한 별도의 입구를 원했던 건축주를 위해 마련된 외부 선큰 공간은 보는 사람마다 수조 같다고 한다. 빛을 담는 야외목욕탕 (dry bath)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사적이면서 공적인 역설의 공간인 목욕탕의 개념을 이어냈다.
건축개요
위치 | 서울시 서초구 방배중앙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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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 지하 1층, 지상 4층 |
건축면적 | |
건폐율 | |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
최고높이 | |
시공 |
용도 | 오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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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 | 319.4㎡ |
연면적 | |
용적률 | |
주차대수 | 3대 |
사진 | 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 |
설계 | 어반아크건축사사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