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속에 잠재된 가치의 추구
어반아크는 공간의 경험을 조직하여, 가치 있는 장소로 만드는 디자인 회사입니다.
피상적 건축 담론이나 자본에 종속된 개발의 논리가 아닌,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잠재된 가치를 드러내어 디자인에 반영하는 작업을 추구합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임성우
- 설립
- 2015년
- 주소
- 서울 서초구 방배로28길 28 (방배동, 성재빌딩) 3층
- 연락처
- 02-569-0809
- 이메일
- ysw@urban-ark.com
- 홈페이지
- http://urban-ark.com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 중앙로비 공간브랜딩
불확정성의 아름다움
1885년, 고종 황제의 뜻에 따라 서양식 최초의 병원이 설립되었다. 백성을 구제한다는 의미의 ‘제중원’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아 근대 의료기관의 효시가 되었고, 병원이 가지고 있던 의미와 정신은 대한제국 순종 황제의 칙서를 통해 1908년 대한의원으로 전해져 현 서울대학교병원에 이르렀다.
인술제중仁術濟衆, 그 역사의 품격品格
혜화동 서울대학교병원 부지 내 각각의 전문 병원을 연결하는 중심 위치에 대한외래가 신축되었다. 커져가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며 병원업무의 효율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병원은 기능과 효율을 가장 우선시하는 건축물로, 모든 공간이 명확한 목적을 갖고 사용된다. 내부 각 실들이 모두 의료 메커니즘에 의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최고 시설의 병원’, ‘최대 규모 병원’, ‘유명한 병원’ 등 기존 대형병원들을 수식하는 단어는 일률적이다. 대한외래 공간에서는 ‘인술제중’ 역사의 서시를 잇는 ‘품격’이라는 단어를 담고자 하였다. 이는 고종황제와 순종황제 칙서를 통해 계승되어진 국가 대표병원으로서의 품격, 그 대표성과 책임을 의미한다.
불확정의 확장성
전체 건물이 지하에 구축된 대한외래는 기존 본관과 어린이병원, 암병원을 연결하기 위해 계획상 불가피하게 긴 복도 동선을 가지고 있다. 복도를 따라 지하 1층은 대부분 F&B 등의 편의시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한가운데 중앙로비가 위치해 있다. 외관이 없는 지하건물에서 중앙로비는 대한외래의 얼굴이며, 매우 번잡한 公共 공간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동선 흐름의 코어 (core)이다.
모든 공간이 각자 목적을 갖고 기능적으로 사용되는 병원시설 내에서, 중앙로비의 공간연출 전략은 역설적으로 불확정적 평면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제까지의 보편적인 병원로비 유형을 벗어나는 이 불확정의 공간은 그로 인해 가변 (flexibility)이라는 확장성을 갖게 되어, 사색과 독서, 전시, 강연, 연주회 등 서울대학교병원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해 모듈화된 직교 그리드의 유닛벽 (unit wall)이 제안되었다. 유닛벽은 디스플레이나 휴게공간을 위한 일반적인 인테리어 요소 설치가 아닌, 설치미술 자체가 되고 다시 불확정적 프로그램을 담는 공간의 그릇이 된다. 또한 넓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천정고를 가진 로비공간에서 유닛벽은 상부의 목조격자 프레임과 약 1:1.4의 휴먼스케일을 보이며 친숙한 공간의 위요감을 가져다준다.
감성의 공간과 상징성
품격의 감성적 공간은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강도의 현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제중원이라는 목조 한옥에서 벽돌건축인 대한의원으로 연결되는 축조방식과 물성의 변화는 전통적 의학에서 근대 서양의학이 소개되는 의료역사의 변환을 상징한다. 그리고 새롭게 구현되는 대한외래 중앙로비 공간은 이 서사를 물성과 비례를 통한 감성의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목재를 사용하여 대한의원 외벽에 영식, 화란식 길이와 마구리쌓기를 번갈아 사용하여 유닛월을 구축하였다. 조적의 구축방식이지만 목부재의 사용으로 인하여 경쾌한 투명성을 갖게 된다. 이 유닛월은 공간을 구획하지만 시각적으로 확장시켜 공간을 연결하는 전통적 공간의 현대적인 해석이다. 또한 수많은 목부재로 이루어진 로비 공간은 유닛월의 상부조명과 멀리 건너편 선큰에서 흘러오는 자연광과 대비되어 묵직한 물성의 品格을 드러낸다. 목부재 중 하중을 전달하는 한 쌍의 수직부재 마구리에 황동 (놋쇠)을 부착하여 대한의원에서 사용된 황동철물 및 한국전통가구 경첩 등에서 드러나는 美的 品格을 물성과 색으로 기호화 하였다.
나무는 숨을 쉬고 또한 나이를 먹는다. 중앙로비 공간은 세월의 켜가 나무에 쌓이면서 서서히 주변 공간과 또 다른 모습으로 대화를 할 것이다. 일반적인 병원 공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본 대한외래의 중앙로비는 낯설 것이다. 하지만 공간에 몰입되어 가면서 나무의 향과 색, 질감에서 오는 조형물로서의 일차적 경험과 수많은 목부재로 쌓아올려 구축된 공간의 위요감은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에서 만나는 일반적이지 않은 문화적 감성의 공간이 될 것이다. 향후 여러 프로그램들을 담아내면서 仁術濟衆 의 문화와 예술이 있는 品格있는 병원의 대표 브랜드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