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안의 구보는 도시를 배회하며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경험한다. 특별함은 소수가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기억과 경험, 애정이 쌓이고 시간이 흘러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는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물리적인 실체를 사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건축의 물리적 구조물이 빚어내는 형태가 지닌 힘에 관심을 둔다. 이 형태가 도시의 부분들을 연결하고, 보이지 않는 공간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건축을 이끄는 좋은 질료가 된다.
우리는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건축을 추구한다. 이는 결과물로서 좋은 건물을 생산하는 것 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공유할 때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믿고 있다.
- 전문분야
- 설계
- 대표자
- 조윤희
- 설립
- 2015년
- 주소
- 서울 용산구 청파로93길 42-1 (서계동) 2층
- 연락처
- 02-6448-8098
- 이메일
- yoonhee@gubo.kr
노원구청 로비 복합문화공간 리모델링 '노원책상'
공공건축의 개입과 갱신
노원구청은 청사가 신축된 1990년 이후 여러 차례 증축을 거듭하면서 곳곳에 시간의 켜가 쌓인 건물이었다. 당시의 청사 건축이 대부분 그렇듯 계획적으로 마련된 마스터플랜 없이 건물의 면적을 늘려온 터라, 전체 청사 군의 허브 공간 역할을 해야 할 로비가 애매한 크기와 공간 구조로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더불어 구청 마당의 지하 주차장, 동측의 보건소, ‘ㄱ’자 평면으로 돌출된 별관 등의 건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서 노원구청은 건물군 전체의 중추적 공공 공간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웠다. 다양한 공공적 기능의 건물이 혼재되어 조화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였지만, 노원구민의 공공적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걸맞도록 공간의 구조와 흐름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개입과 질서
△ 변경 전 구청 남측 모습
△ 변경 후 구청 남측 모습
본 프로젝트는 ‘노원구청 로비 문화 휴게공간 조성 공사’라는 복잡한 명칭의 공모전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볼륨의 로비 공간을 키우고, 북카페를 중심으로 내부에 구민들을 위한 휴게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상설계 공모지침서에 간단하게 서술된 브리프와 달리, 건축가에게 요구된 것은 복잡하게 얽힌 청사 건축물 군의 관계 속에서 적절한 개입을 통해 질서를 잡아가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90년대의 청사 건축은 지역사회에서 공공공간이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채 실행되었기 때문에, 노원구청의 기존 로비 공간도 권위적인 공간 배치와 청사 각 부서의 오리엔테이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어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청사 로비에는 다양한 서비스 기능들이 추가되었고, 이에 따라 기존 로비의 질서를 잃은 채, 카페, 전시대, 홍보용 현수막, 민원서비스 키오스크, 휴식 공간 등 온갖 요소들이 각기 큰소리를 내며 서로 충돌하는 환경이었다. 이에 우리는 문화와 휴게라는 기능을 더함과 동시에, 청사 단지를 연계하는 로비 공간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구축하고, 적절한 질서의 스케일을 제시하여, 본 청사의 입구, 식당, 지하주차장, 신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허브로서의 로비를 계획했다.
지역 사회의 라운지가 되는 청사 로비
그 해결책으로 잡은 것이 로비 문화 휴게공간의 지역 사회 라운지화이다. 따라서 다양한 필요에 의해 청사를 방문한 주민들이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건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러한 열린 건축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는 이 장소를 ‘풍경을 발산하는 도시의 거실’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거실이 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일부분으로 존재해야 하므로, 우선 로비 문화 휴게공간의 주재료 사용에 주의를 기울였다. 기존 청사 건물군의 마감인 백색 타일과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유지 관리가 용이한 재료를 선택하였다. 밝은색의 테라코타를 오픈 조인트로 외벽 시공하였으며, 내부 벽체도 동일한 재료로 마감하여 외부와 내부, 도시와 공공건축의 연속성이 자연스럽게 확보되도록 하였다.
△ 가로로 길게 열어 휴먼스케일을 강조한 1층
‘풍경의 발산’은 외부에서 들여다보이는 로비 공간의 내부 풍경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와 관계된다. 로비는 다양한 활동들이 동시에 전개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선명한 프레임에 담고 싶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외벽체 전체를 바닥으로부터 2.4m 들어 올리고, 그 하부에 32mm 두께의 광폭 슬라이딩 알루미늄 프레임 창호를 트랜섬(transom) 없이 전체를 가로지게 넣었다. 외벽 전체를 커튼월 아트리움으로 만들어 공간의 크기를 강조하기 보다는 묵직한 테라코타 벽체 밑으로 기둥의 간섭 없이 가로로 긴 풍경을 열어둔 것이다. 구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더욱 휴먼스케일에 가깝게 내부를 보고, ‘눈높이의 투명함’을 경험하도록 의도하였다.
가구로 만드는 건축
△ 1층 로비
로비를 문화휴게공간으로서 작동하는 라운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할 수 없고, 다양한 지역민들의 공공적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현대 건축가들에게 오랫동안 주요한 관심사로 자리 잡아, ‘특정한 불확정성(specific indeterminacy)’, ‘다원성(polyvalence)’ 등 여러 방식으로 개념화되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청사 로비가 필요로 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건축을 만들기 위해 비워두기보다는 일관된 언어를 사용하여 공간을 채워나갔다. 또한 이를 위해 가구의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가구는 폭과 높이의 미세한 치수 변화만으로도 행위의 지원 가능성이 극적으로 변화되는 장치이기 때문에, 로비 공간을 프로그램에 따라 구획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연계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데 적합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재료와 구법으로 제작된 가구들의 크기를 변화시키며, 휴식을 위한 평상, 대기하는 벤치, 책을 읽는 테이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음악을 듣는 의자, 책장, 카페의 카운터, 공연관람을 위한 스탠드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형을 정리했다.
△ 2층 공중평상
△ 2층 복도에서 바라본 공중평상
△ 지하1층 구내식당
전체 로비 공간의 구축시스템 측면에서는, 기존 지하구조물이 자리한 슬라브 상부에 로비 공간 규모를 키워 덧붙이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장 큰 난제였다. 로비 문화 휴게공간이 가구로 만들어진 열린 건축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철골조로 증축하는 로비에 신설되는 기둥의 개수를 최소화해야 했다. 이에 지하 식당에 마이크로파일(micropile)을 설치하여 신설 기둥과 슬라브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신설 기둥의 개수를 줄이기 위해 바로 기존 콘크리트 보가 철골 보를 지지하는 시스템을 사용하였다. 이는 서로 다른 구조 시스템 간의 거동 차이로 인해 지붕 구조물의 균열과 방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시공과 상세 설계에서 더욱 주의를 기울였다.
△ 변경 전 구청 동측 모습
△ 변경 후 구청 동측 모습
우리는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공공청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에 크고 작은 변화를 수반하였으니, 건축도 이에 맞추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노원구청 로비 문화 휴게 공간 프로젝트는 도시에서 공공건축이 담당해야 하는 역할의 변화를 감지한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존에 완성된 구조물의 사이를 파고들어 새로운 공간을 덧붙이는 것은 계획의 측면뿐 아니라, 시공에 있어서도 무척 험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공공청사가 지역사회의 라운지로서 기능한다는 현대적 의미의 공공성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며, 건축적으로 어떤 개입이 필요하고, 가능한지 숙고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① 구내식당 ② 미팅룸 ③ 혼밥테이블 ④ 선큰
① 로비 ② 중소기업 제품전시장 ③ 카페 ④ 구청관리실 ⑤ 안내데스크 ⑥ 어린이책터 ⑦ 무대 ⑧ 선큰
① 복도 ② 공중평상
① 방풍실 ② 안내데스크 ③ 중소기업제품전시장 ④ 복도
① 공조실 ② 공중평상 ③ 안내데스크 ④ 방풍실 ⑤ 어린이책터 ⑥ 무대 ⑦ 선큰 ⑧ 혼밥테이블
건축개요
위치 |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701-1 (노원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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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 지하 2층, 지상 9층 |
건축면적 | 4,827.43㎡ |
건폐율 | 40.86% |
구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
최고높이 | 37.5m |
시공 | (주)하나건설이앤씨 |
용도 | 공공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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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적 | 11,814.6㎡ |
연면적 | 32,238.71㎡ |
용적률 | 187.37% |
주차대수 | 229대 |
사진 | Texture on Texture |
설계 | 구보건축사사무소 |
자재정보
외부마감 | 테라코타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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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재 | |
마루 | |
주방가구 | |
욕실기기 | |
현관문 | |
붙박이장 |
내부마감 | 테라코타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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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재 | |
실내가구 | |
욕실마감 | |
조명 | |
실내문 | |
데크재 |